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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대체투자 (1)_기숙사 펀드편

기숙사 펀드를 통해 알아보는 대체투자 금융 상식

(0) 대체투자?


전통적인 금융 시장에서, 투자 상품은 주식이나 채권 같은 것을 말했다. 하지만 주식은 가격에 대한 변동성이 커서 높은 수익률뿐만 아니라,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채권은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아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


결국, High risk, High return / Low risk, Low return의 중간쯤 되는 투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투자 상품이 생겨났다. 금융 전문가들은 전통적 금융 시장의 상품을 대체하는 자산에 투자한다고 하여 이를 대체(or 대안) 투자(Alternative Investment)라고 명명하였다.


일부 사람들은 대체 혹은 대안이라는 상품에 투자한다고 착각하곤 하는데, 기존 금융 상품을 대체하는 상품이어서, 그렇게 불린다.


대체라는 말이 포괄하는 개념이라, 다양한 자산을 다룬다. 에너지(태양광, 열저장 장치, 발전소 등), 인프라(고속 도로, 상하수도, 지하철 등), 부동산, 항공기, 선박 등 실제로 살면서 접하는 비싸 보이는 모든 영역에 금융이 연관된다고 보면 된다. 과거엔 대체투자 전체를 묶어서 다뤘는데, 요즘은 각 영역이 상이하다 보니 전문가 역시 섹터에 따라 나뉜다.


대체투자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 섹터로, 투자 규모는 2018년 말 부동산 펀드 기준 약 75.5조원이나, 실제 PF나 리츠 등을 합치면 수백 조 원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금융 시장이 2009년 이후 연평균 10% 성장했지만, 부동산은 동기간 연평균 24% 성장하며 대체투자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상세 내용 해당 링크 참조(클릭),

<좌 - 전체 금융자산 펀드 설정 현황 / 우-부동산펀드 설정 현황, 2018년 12월 말 기준, 단위: 억원>


궁극적으로, 대체투자 전성시대다. 대체투자에 대한 투자자 니즈의 급격한 증가로, 전통적 금융시장의 Rule Change가 일어나고 있다.


오늘 이야기할 대체투자 상품은 대학교 기숙사 펀드다. 기숙사에 금융투자를 한다는 게 다소 생소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이만한 상품이 없다. 다만, 대체투자는 실물 자산에 투자하므로, 현실에 부닥쳤을 때 결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1) 기숙사 펀드란?



기숙사 펀드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싶지 않지만, 기숙사가 필요한 학교법인(대학교), 그리고 매년 입학하는 대학생이라는 안정적인 수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금융 투자자의 니즈로 만들어졌다.


기숙사 펀드의 기본적인 구조는, 학교 법인은 학교 내 부지를 제공하고 금융 투자자는 건설자금(Project financing, 이하 PF)을 투입하여, 기숙사를 건립한 후, 매년 발생하는 기숙사비를 통해 투자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사실상 해당 사업 구조는 학교법인과 금융 투자자 서로에게 실보단 득이 크다. 학교법인 입장에서는 교육 시설이 많으면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금융투자자 입장에서는 학교만큼 안정적인 수요가 보장되는 곳은 없다. 다만, 이 사업 구조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주체는 구매자, 즉 학생들의 몫이 될 것이다.


2005년 산은자산운용(현 멀티에셋자산운용)의 건국대 기숙사 신축사업을 시작으로 몇 해간 기숙사 펀드 상품이 출시되었다. 예상 연수익률은 7~8% 수준으로 당시 금리를 고려하면 높은 수익률은 아니지만, 약 15년간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보면 이상적인 투자처로 판단된다.


과연, 기숙사 펀드는 어떻게 됐을까?


(2) 현재 운용 중인 기숙사 펀드 현황


현재 운용 중인 기숙사 펀드는 8개로 2005~2007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이후로는 투자 사례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세부 펀드 설정 내역은 아래와 같다.

                   

(주1) 공모: 50인 이상 다 수 수익자(투자자)가 참여하는 집합투자기구

(주2) 사모: 49인 이하 수익자(투자자)가 참여하는 집합투자기구


기숙사 펀드가 처음 만들어지고, 언론 및 금융 전문가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수익 창출이 목적인 금융 회사에서, 사회적으로 취약한 대학생들에게 좋은 거주환경을 제공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언론사에서는 따뜻한 금융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실제로 기숙사가 지어져서 운영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막상 운영을 시작하니, 방학 때는 기숙사 입실률이 낮고 생각보다 유지보수 비용이 많아 기존에 계획했던 입실료 수준으로는 대출금 상환 여력이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입실료가 대폭 높아졌다. 현재 기준 건국대 기숙사는 1인실 59만원, 2인실 38만원 수준으로 1인실 기준 서울 웬만한 원룸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의 기숙사 비용은 가중해졌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언론 역시 민간자본이 투입된 기숙사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온전히 실리를 추구할 수 없는 대내외적인 환경은 금융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로 인식되었으며, 실제로 기숙사 편드는 현재 신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3) 사업 구조 특징

기숙사 펀드의 투자 구조는 개발단계, 운영단계, Exit 단계로 구분된다.


<기숙사 펀드 사업 구조도>


0) 사업 기본구조 : 기숙사 펀드는 학교나 펀드가 사업의 주체가 되는 것보다, 이를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페이퍼컴퍼니(SPC)를 설립하여 사업을 영위한다. 또한, 기숙사 펀드는 대체로 단순하게 기숙사를 매각하여 사업을 종결시키기 보다, 인프라 시설로써 장기간 투자되므로, BTO or BTL 방식이 주요 Play 방식이다.


- SPC: 기숙사를 운영하는 페이퍼컴퍼니는 학교법인의 토지 현물출자 및 현금, 기숙사 펀드의 PF대출금으로 설립된다. 이는 수익자(투자자)의 수익이 학교법인의 경영 환경에 따라 영향받는 것을 단절시키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다.


- BTO(Build-Transfer-Operating): SPC가 해당 기숙사를 건립한 후에 소유권은 학교법인으로 이전시키고 SPC는 해당 기숙사에 대한 운영권을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 BTL(Build-Transfer-Lease): SPC가 해당 기숙사를 건립한 후에 소유권은 학교법인으로 이전시키고 SPC는 해당 기숙사를 임차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 BTO vs BTL : 기본적으로 둘간의 차이는 해당 자산의 실질적 소유가 어디로 귀속하냐에 있다. BTO는 해당 사업의 사업권만 양도받은 것이므로, 실제로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큰 비용은 실질적 소유주인 학교법인에서 부담한다. 다만, 운영수익에 금융비용 및 기숙사 운영 비용을 제외한 잔여 현금은 학교법인으로 배당이 된다. BTL은 BTO보다 사업에 대한 책임이 더 많이 전가된 형태이며, 학교법인 역시 SPC와 체결한 임대료 수준으로만 배당받는다.


1) 개발단계

개발단계에서는 학교법인과 기숙사 펀드, SPC 서로 역할에 차이가 있다.


- 학교법인: SPC를 설립하기 위해 현금과 현물(토지)을 출자하여 SPC의 주주가 된다.

- 기숙사 펀드(집합투자기구): 대부분 대출형 펀드로 SPC에 기숙사 건설자금에 대해 PF대출을 해준다.

- SPC: 학교법인의 출자금 및 집합투자기구로부터의 차입금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기숙사를 건립한다.


2) 운영단계

운영단계에서는 학교법인과 기숙사 펀드, SPC 서로 역할에 차이가 있다.


- 학교법인: PF대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숙사 최소 운영수익을 확약한다. 물론, SPC의 주주로서 집합투자기구에 지급하는 원리금 외 초과 수익에 대해서는 배당수익을 수취한다.

- 기숙사 펀드(집합투자기구): SPC 운영수익에 대해 원리금을 수취하며, 학교법인이 원할 시에 기숙사 담보대출로 Re-financing하여 Exit할 수 있다.

- SPC: 기숙사 실질적 운영 주체로, 입주자 및 객실 등을 유지 관리한다.


3) Exit 구조

Exit 단계에서는 학교법인과 기숙사 펀드, SPC 서로 역할에 차이가 있다.

- 학교법인: 펀드 해산 이후 SPC에서 발생하는 운영수익에 대해 전액을 배당받거나 SPC를 해산하고 직영할 수 있다.

- 기숙사 펀드(집합투자기구): 원리금이 상환받았을 시 펀드는 해산되며, 펀드 만기까지 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경우, 기숙사 담보대출로 Re-financing으로 Exit이 가능하다.

- SPC: 학교법인 의사에 따라, 해산 혹은 존속한다.


(4) 마지막으로,


투자 심사역 입장으로 기숙사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투자처는 많지 않다. 다만, 사회적 관심과 이에 따른, 비통제 리스크를 고려했을 시 창출되는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다소 매력도가 떨어질 뿐이다.

지난 해, 기숙사 펀드에 관한 투자 구조 검토 요청이 왔을 때도, 현재 사업 구조에서는 투자자들이 선뜻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렇기에 현재의 구조에서 금융 투자자가 참여하기는 다소 제한적으로 판단된다.


기숙사 펀드는 2007년 이후 설정되지 않고 있지만, 민자 기숙사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결국, 학교는 그 재무 부담을 제3자와 나누고 싶고 다른 누군가는 여기서 기회를 얻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진행은 될 것이다.


다만, 이 사업에서 가장 취약한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없는 수준에서의 건전한 투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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