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한다는 것,

[일상에세이]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번 주 여의도 아는 선배와 점심 식사를 했다. 여의도 사람들에게 점심이나 저녁 식사는 서로 비즈니스 관련 이야기가 할 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것저것 보고서도 보고, 자료도 찾아보고 점심 식사에 임했다. 해장국 먹으면서, 요즘 검토하고 있는 프로젝트, 자금 시장, 트렌드 등의 사무직인 이야기를 하다가, 살짝 지칠 때 즈음 선배가 생뚱맞은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술 마시면, 긴 감성 글을 써서 카톡으로 사람들한테 공유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이내 상황이 공감돼, 창피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선배는 이렇게 대답했다.

“술 깨고 나면 많이 창피하지. 근데, 모든 표현이 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하는 거야. 정신이 멀쩡할 때는 멀쩡한 정신으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표현을 하는 거고, 술을 마시면 그런 게 없어지니깐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거고”

그렇게 몇 마디를 이어가다 점심 식사가 끝나서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선배의 말이 곧바로 공감이 되지 않았지만, 헤어지고 나서 한참 머릿속에 남아 다시 곱씹어 생각해 봤다. 잘 생각해보니깐, 어느 표현 하나 쉬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감사하다, 고맙다, 잘한다, 네 덕분이다, 맛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같은 표현을 잘하는 편이다. 근데 막상 진심을 담아서 표현하고 나면, 뭔가 쑥스럽고 창피하다.

상대방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며 하는 표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알량한 피드백이라도 오지 않으면 거절당한 느낌을 떨쳐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아예 표현을 안 해보려고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잘 되지 않아 창피함을 무릅쓰고 표현을 해버린다.

<4월의 봄 꽃>

뭔가를 표현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거구나, 특히 나 같은 쫄보에게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구나,

그리고 내게 진심을 담아 표현해주는 상대방에게도 용기가 필요하겠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언제쯤이면, 이런 사소한 것에 무던해 질까. 다 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내 마음이 어린아이처럼 작게 느껴진다.


비록 약간의 상실감이 있을 지라도, 용기를 내는 편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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