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땅을 밟다

사랑스러운 인연

by 김대한

2022.02.24


카타르에서의 기나긴 경유를 마치고 6시 50분 케냐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나이로비 공항으로 도착까지 대략 6시간 정도가 걸릴 예정이었다. 장기간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니 비행기가 대기권 속에서 안정을 찾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시야에는 카타르의 밤풍경이 비췄다. 비몽사몽 간 야경을 보겠노라는 의지가 겨우 눈꺼풀을 붙잡았다. 더 이상 시야에 문명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캄캄한 어둠만 드리우기 시작했을 때 눈을 감았다.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한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들은 이런저런 행동을 취하고, 이상하게도 그 사운드는 거슬리지가 않는다.


나이로비 공항에서는 입장부터가 빡빡했다. 인터넷 접속도 불가한 상황에서 왠 놈의 QR코드를 보여달라고 하질 않나, 제 맘대로 캐리어를 들어놓고서 'do you have something for me?'라며 돈을 요구하질 않나. 그래도 뒤돌아보니 무사히 넘어갔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이로비 공항에서 한 모자를 만났다. 마음이 정말 따뜻했고, 사람 간에 정을 느끼는 건 인종이 상관없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다. 목적지가 같은 우리는 함께 동행했고, 그들은 말라위까지 함께 가자며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특히 아버지 되시는 분은 우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전화기 너머 차분한 목소리로 안심하라며, 본인의 아내와 아들이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라고 했다.


아들은 겨우 5살 된 소년이었고, 수시로 내게 찾아와 애교를 부렸다. 소년은 내 재킷 위에서 누워 잤고, 나는 그의 발 밑에 자리를 잡았다. 그날 처음 본 우리는 함께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케냐공항에서 만난 어린이

7시간이 지난 뒤, 말라위행 비행기로 올라탔다. 확실히 주변이 온통 흑인들로 둘러싸여 있으니 처음 느껴보는 긴장감이 찾아왔다. 물론 그들은 신경조차 안 썼겠지만. 어쨌든 비행기는 이륙했고, 운 좋게도 말라위로 향하는 하늘 위에서 케냐의 국경과 인접해 있는 킬라만자로산을 직관할 수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서만 보던 장엄한 풍경을 실제로 목격하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진짜 아프리카였다.


케냐행 비행기

얼마 지나지 않아 말라위에 들어섰다. 말라위의 진면목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막힘없이 드넓은 초목지가 펼쳐졌다. 새들은 하늘을 비행하며 항상 이런 풍경 속을 살아가는 걸까.


날개의 기능은 중력을 거스르고 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만, 좀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그 생명체에게 새로운 시야를 확보해 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어쩌면 앞으로 말라위에서 보낼 11개월의 시간은 내게 그 날개를 달아줄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내 발로 멀고 먼 이 아프리카를 찾아왔다. 말라위 사람들의 삶에 적응하고, 그들과 생활을 공유하게 될 거다.


말라위에 도착한 당일 새벽

2022.02.25


말라위의 수도인 릴롱궤 입성 첫날부터 만만치는 않았다. 아직은 그들의 생활방식이 낯설다. 손으로 식사를 하고, 양동이에 물을 퍼 담아 씻으며 변기가 없어 주기적으로 변을 직접 퍼내야 한다. 도착한 당일날 새벽도 운 좋게 전기가 들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사실 딱히 거부감이 들지도 않는다. 문화는 어떠한 환경에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형성될 뿐이다. 그로 인한 사고방식의 차이일 뿐이니깐. 그리고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편이 최선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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