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는 왜 우리를 괴롭히는가

데이터 분석가의 시나리오에는 늘 감정이 있다

by DataSopher


“불안이는 미래의 위험으로부터 라일리를 지키려 했어요.”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잠 못 이루는 걸까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를 보며 참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바로 제 안에 살고 있는 ‘불안이’ 말입니다.


영화 속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불안이’는 수천 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냅니다.

“하키 시합에서 실수하면 어떡하지?”

“친구가 나를 안 좋아하면 어떡하지?”

“실패해서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게 되면 어떡하지?”


깨달았습니다.

제가 데이터 분석가로 살면서 매일 하는 질문과 똑같다는 걸요.




분석가의 직업은 본질적으로 '불안 전문가'입니다.


제 일은 언제나 불안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캠페인이 망하면 어떡하지?”

“전환율이 이 구간에서 꺾이는 건 고객 이탈의 신호일까?”

“우리가 이대로 간다면 정말 성장할 수 있을까?”


엑셀을 열고 피벗테이블을 돌릴 때도

로그 데이터를 쿼리할 때도

그 모든 작업의 이면에는 하나의 감정이 깔려 있습니다.


바로 불안입니다.


그 불안이 있었기에 저는 더 많은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그 시나리오 덕분에 위험을 예측하고,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때로는 중요한 결정을 뒤집기도 했습니다.


불안은 분석가의 무기입니다.

단 그것을 감정이 아닌 '가설'로 다룰 수 있다면요.




시나리오의 힘은 감정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흔히 분석을 차갑고 논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석은 오히려 굉장히 감정적인 작업입니다.

왜냐하면 분석은 두려움을 명확한 문장으로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의 속삭임을,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이런 경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라는 데이터로 번역하는 과정이니까요.



분석가는 종종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본 사람입니다.

그래서 잠을 설칩니다.

그래서 회의에서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때로는 왜 그렇게까지 걱정하냐는 말을 듣습니다.


불안은 방향을 찾고자 애쓰는 감정이라는 걸요.

그 방향을 찾는 사람이 바로 분석가입니다.




불안을 통해 사람은 성장합니다.


불안은 우리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준비하게 만듭니다.

불안은 우리가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강제합니다.

불안은 언제나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정리하고, 검증하고, 실행할 수 있다면

이미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석가로 일하며 불안이야말로

생산적인 감정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불안은 우리가 미래에 대해 책임지는 방식이고,

불안은 우리가 지금보다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불안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속 불안이는 지금도 열일 중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불안이가 있을 겁니다.

계획한 일이 실패할까 봐,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그저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지 못할까 봐.


걱정 마세요.

불안은 당신이 게으르거나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진심이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기 때문에 생긴 겁니다.


불안은 괴롭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불안은 분석가의 눈이자, 창작자의 연료이며,

무엇보다 성장하는 사람의 흔적입니다.




우리는 매일 ‘불안이’와 동행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단 하나입니다.

시나리오들을 정리하고, 검증하고, 실행하는 것.

그게 바로 잠 못 이루는 이유이자, 존재의 이유니까요.


#불안이 #감정의기술 #인사이드아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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