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용한 파괴자들

말하지 않는 자들이 만든 암흑

by DataSopher


“악을 이기는 데 필요한 건, 단 한 명의 침묵이다.”

– ‘방관자 효과’를 설명하는 고전적인 말처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상황은 악화된다는 것을.


1753322620254.png


침묵은 왜 위험한가


직장에서 가장 위험한 힘은 ‘소리 지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다수’일 때가 많습니다.


회의 시간에 누군가 엉뚱한 보고를 올려도 직속 상사가 부정한 지시를 내려도 성차별적 발언이 오가도 대부분은 “말해봐야 나만 손해지”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죠.


그 침묵이 쌓일수록 조직은 무너집니다. 천천히 아주 조용하게.




침묵은 도덕적 중립이 아니다


많은 사람은 ‘나는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 건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침묵은 방조이자 때로는 암묵적 동의입니다.


고통을 지켜보는 데 드는 대가는 그 고통이 조직 전체로 퍼져나갈 때 되돌아옵니다.


누군가는 불합리한 일로 퇴사합니다.

누군가는 용기를 내다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습니다.

누군가는 다음 침묵의 피해자가 됩니다.




왜 우리는 말하지 못하는가


1.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말하면 손해니까요. 분위기 깨는 사람, 까다로운 사람,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따라오니까요.


2. '나 하나쯤'이라는 착각


‘다들 가만히 있는데 굳이 나까지?’ 이 생각은 아주 위험합니다. 침묵은 집단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전략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자신도 그 구조의 피해자가 됩니다.


3. 선례가 없어서


한 번도 누군가가 안전하게 말해본 적이 없는 조직은 침묵이 규범이 됩니다. 이 규범은 공기처럼 퍼지고 마치 말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양 포장됩니다.




데이터는 침묵하지 않는다


데이터 분석가로서 가장 자주 느끼는 건 ‘문제는 늘 수치보다 먼저 분위기에서 감지된다’는 사실입니다.


이직률, 퇴사 시기, 갑작스러운 성과 저하,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조직에서 ‘사라지는’ 인재들.

이들은 침묵의 문화가 만든 결과물입니다. 데이터는 결국 증언합니다.

누군가 말하지 못한 시간들을.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1. 말하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문화

비판이 아니라 제안이라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


2.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없음을 인정하기

“그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지”는 조직에서 가장 비합리적인 전제입니다.


3. 침묵이 불안을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말이 안정을 만드는 조직으로

말해야 안심되는 조직, 그게 진짜 건강한 곳입니다.




조용한 파괴자를 멈추는 법


우리는 모두 조직을 병들게 하는 ‘조용한 파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조용한 변화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시작은 아주 작습니다.

작은 이의견 하나, 작은 질문 하나, 작은 “이건 아닌 것 같아요”라는 말 한마디.

그 작은 소리가 조직에 균열을 내고 나쁜 공기를 순환시키고 마침내 누군가가 또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듭니다.


용기는 때로 말하는 데서가 아니라 침묵을 멈추는 데서 시작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AI는 도구가 아니다. 새로운 '디지털 생명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