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서울이 좋다지만]
복잡한 서울의 한복판에서 조금 벗어난 곳, 까치 부부가 그곳으로 이사를 온 것은 금년 봄의 일이었습니다.
까치 부부는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여보! 올봄엔 우리도 꼭 서울로 떠납시다.“
아빠 까치는 지난 겨울부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틈만 나면 입버릇처럼 엄마 까치에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제 이만하면 남부럽지 않게 살만한데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걸핏하면 서울로 떠나자는 거예요?”
“이런 제기랄! 이까짓 시골에 파묻혀서 밥만 돼지처럼 배불리 먹고 살면 단가? 앞으로 아이들 교육 문제도 그렇고, 어쨌든 난 이제 이 산골 생활이라면 넌덜머리가 나고 지긋지긋해서 못 살겠단 말이야.”
"그렇다고 서울로 가면 무슨 뾰족한 수라도 생겨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허어, 그거참. 걱정도 팔자로군. 내가 아무려면 당신 하나 굶겨 죽일 것 같아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야? 아무 소리 말고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니까.”
아빠 까치는 틈만나면 이렇게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이렇게 엄마 까치에게 졸라댔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아빠 까치는 고집을 부리며 결국 서울로 이사 갈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서둘러 집을 내놓는 바람에 그 번듯하고 좋은 집은 급매로 헐값에 팔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모아 놓은 많은 양식과 재산도 모두 헐값에 넘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정든 집을 아깝게 급히 남에게 넘겨주고 고향을 떠날 때 엄마 까치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엄마 까치가 연신 눈물을 흘리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빠 까치가 퉁명스럽게 나무랐습니다.
“이런 화초 바가지 좀 봤나. 여기보다 더 살기 좋은 데로 간다는데 재수 없게 울긴 왜 울어?”
그러나 엄마 까치는 왠지 너무 서운한 마음에 자꾸만 눈물을 쏟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조금도 서운하지도 않아요? 정든 집, 정든 이웃, 그리고 공기 좋고 물 맑은 아름다운 고향…….”
“이런 제길헐……, 별놈의 소릴 다 듣겠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방정맞게 왜 자꾸만 찔끔거리고 이 야단이냔 말이야? 글쎄 아무 걱정말고 나만 믿으라니까?”
아빠 까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듯 흡사 뚝배기 깨져나가는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소리쳤습니다.
아빠 까치가 연신 아무 걱정 말라고 달래주고 있었지만, 엄마 까치는 그러면 그럴수록 왠지 불안하기도 하고 슬퍼서 자꾸만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까치 부부는 남부럽지 않게 살아 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많은 일을 해 왔는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잘 먹고 호강을 하며 살아본 것도 아닙니다. 호강은커녕, 늘 배고픔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가며 오직 재산을 불리기 위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왔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던 집만 해도 그렇습니다.
다른 까치들은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불과 열흘도 못 걸려서 지을 수 있는 집을 까치 부부는 정성을 들여 거의 한 달이 걸려서야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토록 집을 짓는 데 오래 걸리게 된 것은 그만큼 다른 집들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번듯한 집을 짓기 위해 온갖 노력과 정성을 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까치 부부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골 마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경치 또한 아름답기가 그만이었습니다.
매일 이른 아침마다 갖가지 산새들의 지저귐과 마을에서 들려오는 닭울음 소리가 한데 어울리면서 어둠이 걷힙니다.
저녁이면 빨간색으로 곱게 노을 진 하늘, 그리고 저녁밥을 짓는 굴뚝의 연기가 마을의 뒷산 허리를 조용히 휘감기도 합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동구 밖에는 맑은 시냇물이 사철을 가리지 않고 졸졸 흐르며 고운 노래를 부르며 흐릅니다.
동구 밖 시냇가 둑에는 울창하게 자란 미루나무들이 병풍처럼 줄을 지어 서로 키 자랑을 하기에 바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키가 크고 멋지게 자란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 부부는 비둘기 같은 아담한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갖은 고생을 해가며 이제 겨우 남부럽지 않게 살만한 터전을 마련해 놓은 까치 부부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살 만해지니까 갑자기 고향을 떠나가게 되다니 엄마 까치는 아빠 까치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얼마 전에 아빠 까치의 고집대로 까지 부부는 정든 고향을 미련없이 버리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일단 서울로 온 까치 부부는 이곳저곳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집을 지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기에 바빴습니다.
"여보! 저기 튼튼하게 생긴 은행나무 위에다 집을 지으면 어떨까요?”
어느 날 엄마 까치는 시가지에 늘어선 가로수를 가리키며 아빠 까치에게 물었습니다.
“고작 저런 은행나무에 집을 짓자고 여기까지 온 줄 알아? 당치도 않은 소리…….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뜨기 까치들이나 지껄이는 소리란 말이야.”
"그럼 나무에 집을 짓지 않고 어디에다 지으시려고요?”
"모르면 잠자코 있기나 해. 그러게 내가 아주 살기 좋은 곳을 찾고 있는 중이잖아. 그러니까 당신은 아무 말 말고 잠자코 있으라니까.”
아빠 까치는 여전히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온 것만 해도 무슨 큰 벼슬이나 한 것처럼 벌써부터 신바람이 나서 기세가 등등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을 바쁘게 돌아다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빠 까치가 마침내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다는 듯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보! 드디어 찾았어! 저기 좀 보라고. 저 높직한 전봇대 꼭대기에 집을 짓는 게 어떻겠어? 어때? 멋있지?”
엄마 까치가 전봇대를 바라보며 눈이 휘둥래지고 말았습니다.
"하필이면 저렇게 위험한 전봇대 위에다 집을 짓자고요?“
"위험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현대식 까치집은 저런 데다가 지어야 강한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으며 전망도 아주 끝내주거든.“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집에 드나들다가 전깃줄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일 날 텐데요?”
"원, 걱정도 팔잘세, 요즈음 전기를 안 쓰는 데가 어디 있다고 그래. 아무튼 그런 걱정은 잡아매 둬요. 나도 전기에 대한 상식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니까 왜 미리부터 이 야단이야?”
아빠 까치는 듣기조차 싫다는 듯 여전히 여유만만한 목소리로 대꾸하였습니다.
“어때? 전망도 이만하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가로등이 있으니 전기세를 따로 낼 걱정이 있나, 그리고 아무리 심한 바람이 불어도 집이 흔들릴 염려가 있나, 그야말로 이런 곳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란 말이야.”
“……!?”
그날부터 까치 부부는 아빠 까치의 고집대로 전봇대 위에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에서 집을 짓기란 여간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집 지을 나뭇가지를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산까지 날아가서 구해와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까치 부부는 기왕에 시작한 일이어서 좀더 멋지고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 며칠 동안을 쉬지 않고 열심히 땀을 뻘뻘 흘리며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가까운 어느 날,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큼직하고 넉넉해 보이는 까치집이 완성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학교에 가고 있던 초등학교 꼬마들이 우연히 까치집을 발견하고는 저마다 신기해서 떠들고 야단들입니다. 그 바람에 지나가던 행인들도 까치집을 바라보며 신기한 듯 한마디씩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히야! 저기 까치집 좀 봐라!“
“어디, 어디?”
"어디 말이야?”
"저기 전봇대 꼭대기에 보이잖아!“
“히야아~~~ 그렇구나. 난 시골에만 까치가 있는 줄 알았는데 서울에도 까치가 있네.”
“저 꼭대기를 좀 봐. 까치 두 마리가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잖아? 히야, 귀엽기도 해라.”
“난 까치를 그림책에서는 많이 봤지만 진짜 까치를 본 건 지금이 처음인걸.”
전봇대 위에서 그 광경을 본 아빠 까치는 마치 큰 벼슬이라도 한 듯 더욱 마음이 흡족해졌습니다.
"여보! 저 소리들을 좀 들어 봐요. 우리들을 보고 얼마나 반가워하느냔 말이야. 역시 우리는 서울로 오길 잘했어. 시골에 살 때 언제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있어? 시골 사람들은 우릴 보고도 언제나 본숭 만숭이었잖아, 안 그래?”
“글쎄요. 그렇긴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는지…… ?” \
"아니, 이 사람이 그래도 못 믿겠어? 세상을 좀 긍정적으로 살아봐요. 그리고 이제 두고 봐요. 서울 생활이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가를 차츰 알게 될 테니까 말이야.”
아빠 까치의 말처럼 아닌 게 아니라 우선 높직한 전봇대 꼭대기에앉아서 내려다보는 전망과 경치는 너무 좋았습니다.
전봇대 바로 밑에는 큰 사거리가 있고 또 그 옆으로는 웅장하게 뚫린 지하도도 있었습니다.
사거리에서는 쉬지 않고 조수처럼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여러 종류의 자동차들이 신호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밀려오고 가기를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또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에는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마치 일렁이는 파도처럼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쉴 사이 없이 큰 물결을 이룹니다.
그리고 하마처럼 큰 입을 딱 벌린 지하도 입구는 한꺼번에 수십 명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삼켰다 뱉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방에는 까마득하게 높고 낮은 빌딩들이 겹겹이 싸여 온 장안을 빌딩의 밀림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여보, 어때? 구경거리가 많으니까 이쯤 되면 밥을 먹지 않고도 배가 부를 것 같지 않아?”
한동안 넋이 빠진 표정으로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던 아빠 까치가 들뜬 목소리로 다시 엄마 까치에게 물었습니다.
"글쎄요. 종일 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보니 난 하도 시끄럽고 복잡해서 머리가 아프고 현깃증이 날 것만 같은걸요.“
"이런 촌뜨기를 봤나. 그건 아직 도시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건 거라고, 그런 것쯤은 차츰 적응이 되면 괜찮아질 거야.”
아빠 까치는 여전히 여전히 아무 걱정 말라는 듯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엄마 까치를 달랬습니다. 그러면서 더 일찍 서울로 올라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엄마 까치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왠지 자꾸만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여보, 그건 그렇다 치고 내 몸 상태가 점점 이상한 것 같아요.”
엄마 까치가 낯을 찡그리며 꺼낸 말에 아빠 까치의 눈이 금방 둥그렇게 되어 되물었습니다.
"이상하다니, 뭐가?“
"글쎄 왠지 모르게 온몸이 약간 찌뿌둥하고 마음은 불안하기도 하고 또 우울하기도 하고…….”
그러자 아빠 까치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반색을 하며 입을 열었습니다.
“오라! 그러고 보니까 아무래도 당신이 아기를 가진 모양이군. 안 그래?"
"으이그, 당신도 차암…….”
"아암, 아기를 낳아야 하고말고. 내가 아직까지 그런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군. 아암, 어서 귀엽고 튼튼한 아기를 낳은 다음 남보란 듯이 훌륭하게 키워야 하고말고. 푸후훗…….“
아빠 까치는 너무나 기분이 좋은지 엄마 까치를 덥석 껴안았습니다.
“아이, 주책 좀 그만 부려요. 나도 모르겠어요.”
엄마 까치는 몹시 민망한 듯 아빠 까치의 품에 안긴 채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그동안 알을 품은 채 둥우리에만 꾹 틀어박혀 있던 엄마 까치가 마침내 귀엽고 튼튼한 다섯 마리의 아기를 낳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갖게 된 까치 부부의 기쁨은 풍선이 되어 하늘을 날을 것만 같았습니다.
귀여운 아기 까치 다섯 남매는 날이 갈수록 몰라보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마! 나 머리가 아파 못살겠어.“
“엄마! 난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못 쉬겠어.”
"나도 그래요, 엄마.”
"나도 머리가 아파 죽겠어요.“
아무 탈없이 건강하게만 자랄 줄로 알았던 아기 까치들이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눕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아빠 까치와 엄마 까치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둘도 아니고 아기 까치들 모두가 자리에 누워 앓고 있으니 당황하지 않을 리가 없었습니다.
아기 까치들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구해다 줘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먹기는커녕 아예 눈을 감은 채 신음 소리만 점점 높아 가고 있었습니다.
"여보, 아기들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죠? 이렇게 가만히 집에 있을 게 아니라 어떻게 손을 써야 하지 않겠어요?”
엄마 까치는 겁이 잔뜩 난 눈으로 눈물까지 글썽이며 아까치에게 애원하듯 말했습니다.
“가만히 있어 봐요. 우선 내가 나가서 약을 지어 올 테니."
아빠 까치 역시 겁이 잔뜩 표정이 되어 이렇게 말하고는 그 길로 곧 약을 구하려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아빠 까치가 구해 온 약을 정성껏 먹여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아질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기 까치들 모두가 더욱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었습니다.
아빠 까치와 엄마 까치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애가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빠 까치가 이번에는 할 수 없이 아주 용하다는 의사 선생님을 왕진으로 모셔왔습니다.
"허, 이거 도무지 내 힘으로는 자신이 없는걸요.“
진찰을 끝낸 의사 선생님은 아예 희망이 없다는 표정이 되어 고개를 한번 젓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에 까치 부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선생님, 그럼 우리 아기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돈은 얼마든지 들어가도 좋으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네, 선생님!”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애원을 하고 있는 아빠 까지의 눈에는 어느새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허허, 이 병은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튼 이 아기들의 병은 아무리 좋은 약도, 그리고 아무리 용한 의사라 해도 여기서는 고칠 수가 없는 병입니다.”
“네에? 그럼 여기서 못 고친다면 서울의 그 큰 병원들을 두고 어디로 가야 고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네?”
아빠 까치가 의사 선생님에게 매달리듯 조급하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슬며시 눈을 감고 한동안 생각하다가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잠깐 진정하시고 제 얘기를 좀 들어보십시오. 아기들의 병이 들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나쁜 공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기들은 워낙에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런 병에 걸리기가 쉽습니다.”
“네에? 그렇다면 서울에서 낳은 아기들은 모두 이런 병에 걸려야 할 게 아닙니까?”
아빠 까치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의사 선생님에게 되물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기들마다 체질과 저항력의 개인차가 있으니까요.”
"선생님, 그렇다면 우리 아기들의 병을 낫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에에또오,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지금 곧 서둘러 복잡한 서울을 떠나 공기 좋은 시골로 가는 길밖에 없다고 봅니다. 더 큰 일이 나기 전에 어서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의사 선생님이 나간 뒤 까치 부부는 한동안 벌레 씹은 표정이 되어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빠 까치가 먼저 뉘우친 듯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소. 용서해 줘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건데……. 자, 그럼 지금이라도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가도록 합시다.”
고개를 숙인 아빠 까치는 그제야 뒤늦게 진심으로 후회하는 빛이 역력하였습니다.
공기 좋고 물 맑으며 인심 좋은 고향, 그리고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고향, 오늘따라 그런 고향이 아빠 까치의 눈에 새삼 간절하에 그리움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