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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y 29. 2022

그 많던 기생충들(1)

[ 그 많던 기생충들은 모두 어디로?]


 2019년 5월,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해 5월 30일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란 영화가 개봉된 날이다.      


 영화 ’기생충‘은 인간에게 기생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세계적으로 명예스러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으며 각본상, 외국영화상, 감독상 등 4관왕을 휩쓸며 차지하여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영화 ’기생충‘ 이토록 큰 상을 모두 휩쓸게 되자 그 당시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 까지 크게 질투를 느낀 나머지 미국에도 ’기생충‘ 못지않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훌륭한 영화를 제치고 어째서 한국의 ’기생충‘이 그런 상을 받게 되었느냐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쨌거나 영화 ’기생충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간에게 인간들이 슬며시 스며들어와 기생하는 모습을 재치있게 그린 작품이라 하겠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볼 수 없지만, 옛날에는 인간이 아닌 실제로 기생충들이 사람의 몸에 붙어서 기생하는 기생충들이 많았다. 이와 벼룩 그리고 빈대와 진드기 같은 기생충들이 바로 그것들이라 하겠다.      


    ◆      


   그 많던 기생충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말았을까?     


'이'는 주로 사람의 옷 속에 숨어서 지내다가 수시로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이다.  

    

'이'가 사람의 피부에 입을 대고 피를 빨아먹을 때는 그 부위가 근질근질하고 가려워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고 만다. 그들은 신체의 어느 부위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공격해 온다.     

 

즉,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이나 팔 등 어디나 수시로 빨아먹기 때문에 그때마다 손으로 긁적이지 않고는 못 배길 지경이 된다. 그때마다 다른 사람이 옆에 있기라도 하면 여간 민망한 게 아니다.      


 그러나 누구든 이가 피를 빨아먹기 위해 물게 되면 염치고 체면이고 없다. 그 사람 역시 이 때문에 가려워서 어쩔 수 없이 덩달아 같이 긁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는 주로 옷 속에 숨어서 기생하지만 사람의 머리카락 속에서 기생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옷 속에 숨어서 기생하는 이를 그냥 라고 하고, 머리에 기생하는 이를 머릿니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는 번식력도 매우 강하고 대단하다. 이는 알을 낳아 번식시키는데 이가 깐 알을 ‘서캐’라고 부른다. 암놈 한 마리가 약 8주 동안 5000여 마리의 새끼를 번식시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옛날에는 서캐가 없는 아이가 드물었다. 그래서 특히나 머리숱이 많은 여자아이의 머리에는 으레 서캐가 머리가 신 것처럼 하얗게 덮여 있기도 하였다.      


서캐와 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학교에서 공부할 때에도 앞에 앉은 여자아이의 머리에 서캐가 하얗게 덮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이가 뒤에 앉은 아이의 책상에 떨어져 돌아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도 있었다.    

 

   ◆ 이를 잡는 방법     


   서캐는 참빗으로      


머리에 있는 서캐(이의 알)’는 너무 작아서 좀처럼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맨손으로는 좀처럼 잡아낼 수가 없다. 그래서 ‘얼레빗(살이 굵고 성긴 빗)’을 쓰지 않고 참빗(살이 가늘고 촘촘한 빗)’으로 빗어내야만 그나마 잡히게 된다. 그래서 어느 집이나 가끔 엄마들이 딸아이의 머리를 참빗으로 빗겨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누구나 서캐가 있기 때문에 흉이 될 수도 없었다.      


서캐를 죽이기 위해서는 가끔 머리에 하얀 가루로 된 DDT를 허옇게 뿌려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가끔 학교에서도 주기적으로 학생들 모두에게 DDT를 뿌려주기도 하였다.

 

   모든 이는 화롯불로      


옷에 붙어 기생하는 이는 겨울철이면 주로 화롯불을 펴놓고 잡곤 하였다. 일단 윗옷이든 바지든 벗어서 손으로 잡고 팽핑하게 펴서 화롯불 위에 놓으면 옷 속에 숨어 있던 이가 뜨거워 죽겠기에 쩔쩔매며 이리저리 부지런히 기어 다니게 된다.    

  

이가 그렇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는 대로 손으로 잡아 화롯불에 놓으면 그때마다 이가 ! !’ 화롯불에 타서 터져 죽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곤 하는 진풍경을 어느 집을 가나 수시로 구경할 수 있었다.    

    

   벼룩빈대


벼룩 역시 사람이나 짐승(특히 개)한테 붙어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뒷다리가 발달하여 높이뛰기에 익숙하다. 몸은 검정색에 가까운 갈색이며 벼룩이 물면 몹시 따갑고 아프다.    

  

 벼룩을 잡을 때는 손으로 잡기도 하지만, 주로 방바닥에 돌아다닐 때 파리채로 따라다니며 잡는다. 그러나 어찌나 잘 뛰고 동작이 빠른지 잡기가 매우 어렵다.  


‘빈대’는 낮에는 주로 찢어진 벽지의 틈, 그리고 장판 솔기 같은 곳에 숨어 있다가 어두운 밤이 되면 슬슬 나와서 사람의 몸을 습격하며 활동한다. 빈대가 물면 몹시 아프고 가렵기도 하여 불을 켜고 손으로 잡거나 파리채로 잡는다.      


빈대가 방바닥이나 벽으로 기어다닐 때 파리채나 손으로 눌러 잡게 되면 그때마다 빈대가 터지면서 피가 많이 흐른다. 그래서 옛날에는 어느 집 벽이나 빈대를 잡은 흔적이 시뻘건 피로 흉하게 얼룩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빈대학질(말라리아)은 전쟁이 일어나는 나라에 많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지 낭설인지는 자세히 모를 일이다.       


아무튼 밤낮으로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괴롭히는 기생충들 때문에 잠을 자다가도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식구들이 '긁적긁적, 북북, 벅벅긁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가 있었다.    

   

 진드기     


진드기는 납작하게 생긴 기생충으로 주로 개나 소, 그리고 돼지의 발가락 사이에 붙어 기생하며 살았다. 그러기에 옛날의 짐승들 역시 기생충이 물 때마다 가려움을 참다 못해 발이나 입을 사용하여 수시로 벼룩과 빈대를 잡느라고 바빴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사람과 짐승들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던 기생충들!     


요즈음에는 이에 관한 이런 이야기는 전혀 들어볼 수도 없고, 또한 볼 수도 없는 먼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러기에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바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요즈음에는 그 많던 기생충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전혀 볼 수 없는 편안한 세상이 온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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