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동하기 쉬운 맞춤법]
주말을 맞아 직장 동료 몇 명이 등산을 가기로 하였다. 모두들 들뜬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시간에 맞춰 나왔는데 한 사람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한 사람이 투덜거리듯 입을 열었다.
“시간이 다 됐는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번번이 꾸물거리며 ’늦장‘을 부리고 있는 거야?”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다른 친구가 아는 체를 하며 대꾸했다.
“이 사람아, 표준말을 좀 쓰란 말이야. ’늦장‘이 아니라 ’늑장‘이 표준말이란 말이야. 알겠나?”
“아하! 그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아직까지 ’늦장‘이 맞는 줄로만 알았지 뭔가.”
위의 대화에서 ’늦장‘과 ’늑장‘이란 말이 나온다. 두 낱말 모두 흔히 쓰이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늦장‘과 ’늑장‘ 모두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태도 또는 그런 행동을 의미하는 복수 표준어이므로 둘다 맞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뜨렸다’와 ‘~트렸다‘가 있다.
예를 들면 꽃망울을 ’터뜨렸다‘와 꽃망울을 ‘터트렸다‘ 역시 둘다 복수 표준어로 정해진 표준말인 것이다.
참고로 ’퍼뜨렸다‘와 ’퍼트렸다‘, 깨뜨렸다’와 ‘깨트렸다’ ‘가뭄’과 ‘가물’역시 복수 표준어로 모두 같이 쓰이는 표준말이다.
‘바루다’는 ‘비뚤어지지 않도록 곧고 바르게 고치다’란 뜻이다.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일 역시 ‘우리말 바루기’로 표현할 수 있다.
‘바르다’는 ‘비뚤어지거나 굽은 데가 없이 곧거나 반듯하다. 규범이나 도리에 맞다, 흐트러짐이 없고 규범에 맞다‘ ’표면에 고루 묻히다‘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쓰레기 종량제‘가 1995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쓰레기 종량제‘란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배출자에게 그 처리 비용을 부담토록 한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쓰레기 배출하는 날이 돌아올 때마다 각 가정에서는 ’쓰레기 수거하는 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수거하는 날‘이라고 말한다면 행위 자체가 완전히 뒤바뀐 말이 된 셈이다.
’수거(收去)‘란 한자말 그대로 '거두어 가는 것'을 말한다. 즉, 쓰레기를 수거해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운반하여 처리하는 쓰레기 처리업자들이 써야 할 말이다. 그러므로 각 가정에서는 수거가 아니라 ’쓰레기 배출‘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 되는 것이다.
또한 ’분리(分離)‘는 '서로 나누어 떨어지게 하다'란 뜻으로 쓰레기를 해체(體)한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경우에 달라서는 분리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종류에 따라 나눈다는 '분류(分類)'가 더 적절한 말이다. 따라서 '쓰레기 분리수거'가 아니라 '쓰레기 분류 배출'이란 말이 정확하게 맞는 말이다.
그래도 ’쓰레기 수거하는 날‘이란 말을 고집하고 싶다면 차라리 ’쓰레기 수거해 가는 날‘이라고 말한다면 맞는 말이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