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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우리말(44)

[혼동하기 쉬운 맞춤법]

by 겨울나무

◆ ’늦장‘과 ’늑장‘


주말을 맞아 직장 동료 몇 명이 등산을 가기로 하였다. 모두들 들뜬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시간에 맞춰 나왔는데 한 사람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한 사람이 투덜거리듯 입을 열었다.


“시간이 다 됐는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번번이 꾸물거리며 ’늦장‘을 부리고 있는 거야?”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다른 친구가 아는 체를 하며 대꾸했다.


“이 사람아, 표준말을 좀 쓰란 말이야. ’늦장‘이 아니라 ’늑장‘이 표준말이란 말이야. 알겠나?”


“아하! 그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아직까지 ’늦장‘이 맞는 줄로만 알았지 뭔가.”


위의 대화에서 ’늦장‘’늑장‘이란 말이 나온다. 두 낱말 모두 흔히 쓰이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늦장‘’늑장모두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태도 또는 그런 행동을 의미하는 복수 표준어이므로 둘다 맞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뜨렸다’ ‘~트렸다‘가 있다.


예를 들면 꽃망울을 ’터뜨렸다‘와 꽃망울을 ‘터트렸다‘ 역시 둘다 복수 표준어로 정해진 표준말인 것이다.


참고로 ’퍼뜨렸다‘’퍼트렸다‘, 깨뜨렸다’‘깨트렸다’ ‘가뭄’ ‘가물’역시 복수 표준어로 모두 같이 쓰이는 표준말이다.



◆ ‘바루다’와 ‘바르다’


* 바루다


‘바루다’‘비뚤어지지 않도록 곧고 바르게 고치다’란 뜻이다.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일 역시 ‘우리말 바루기’로 표현할 수 있다.


* 바르다

‘바르다’는 ‘비뚤어지거나 굽은 데가 없이 곧거나 반듯하다. 규범이나 도리에 맞다, 흐트러짐이 없고 규범에 맞다‘ ’표면에 고루 묻히다‘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 ’쓰레기 분리 수거‘


’쓰레기 종량제‘가 1995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쓰레기 종량제‘란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배출자에게 그 처리 비용을 부담토록 한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쓰레기 배출하는 날이 돌아올 때마다 각 가정에서는 ’쓰레기 수거하는 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수거하는 날‘이라고 말한다면 행위 자체가 완전히 뒤바뀐 말이 된 셈이다.


’수거(收去)‘란 한자말 그대로 '거두어 가는 것'을 말한다. 즉, 쓰레기를 수거해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운반하여 처리하는 쓰레기 처리업자들이 써야 할 말이다. 그러므로 각 가정에서는 수거가 아니라 ’쓰레기 배출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 되는 것이다.


또한 분리(分離)‘ '서로 나누어 떨어지게 하다'란 뜻으로 쓰레기를 해체(體)한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경우에 달라서는 분리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종류에 따라 나눈다는 '분류(分類)'가 더 적절한 말이다. 따라서 '쓰레기 분리수거'가 아니라 '쓰레기 분류 배출'이란 말이 정확하게 맞는 말이다.


그래도 ’쓰레기 수거하는 날‘이란 말을 고집하고 싶다면 차라리 ’쓰레기 수거해 가는 날‘이라고 말한다면 맞는 말이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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