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우리말(54)
[혼동하기 쉬운 맞춤법]
◆ ’탓‘과 ’덕‘
예로부터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어떤 일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다른 핑계나 구실을 붙여 남에게 전가하려는 뜻이 다분한 말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 문장의 '잘되면 제 탓'은 잘못된 표현이다. '잘 되면 제 덕' 못되면 조상 탓'으로 고쳐 써야 맞는다.
'탓'이란 주로 부정적인 원인과 핑계, 그리고 원망이나 책임 전가의 뜻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또한 ’덕(德)‘이란 은혜를 베푼 대상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다음 예문을 살펴보기로 하자.
- 요즘 전국적으로 산불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탓‘으로 이재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 부모님 '덕'에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등이 그 예라 하겠다.
그런데 가끔 ’탓‘과 ’덕‘이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 심한 가뭄 ’탓‘에 채소값이 부르는 게 값이다”
위의 문장을 살펴보기로 하자.
위 문장에서는 사고파는 사람 중 어느 쪽에서 하는 말인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뭄 '덕'에 값이 올라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이와 반대로 사는 사람에겐 가뭄 '탓'에 값이 올라 마음대로 살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오레 전에 타계한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내 탓이오'란 말은 표기도 바르거니와 우리들의 마음을 울려주는 좋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 '빠르다'와 '이르다'
해마다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가운데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중심지에 위치한 어느 초등학교는 이미 폐교를 예고하여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마다 앞을 다투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높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겠다는 고육책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 출산장려금이 ’빠르면‘ 이달 말 그리고 ’빨라야‘ 다음 주부터 지급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위의 문장에서 ‘빠르면’과 ‘빨라야’는 모두 잘못된 표현이다. 그러므로 각각 ‘이르면’과 ‘일러야’로 바꾸어 써야 한다.
'빠르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 즉 ‘이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라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두뇌 회전이 빠르다', '약효가 빠르다' 등으로 쓰이는 말이다.
'이르다'는 '계획했던 시기보다 앞서 있다'는 뜻으로 시기(時期)와 관계된 말이며 다음과 같이 쓰인다.
-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지' 않느냐?
-금년에는 여름이 '이른 감'이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