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국물도 없다']
우리는 가끔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라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이 말의 뜻은 음식 맛이 너무나 기가 막히게 좋아서 다른 사람들은 먹든 말든 정신없이 음식을 먹어치우는 것을 보았을 때 흔히 쓰이는 말이지요.
그러나 이 속담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를 알고 보면 우리 민족의 매우 안타깝고 가슴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조선왕조 철종 때의 일입니다.
여러 해에 걸쳐 오랫동안 가뭄이 지속되는 바람에 백성들 모두가 농사를 짓지 못해 모두가 굶어죽을 지경에 도달하게 되자 여기저기서 허기에 굶주린 백성들의 신음 소리가 그치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실제로 굶어죽어 나가는 백성들도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에 조정에서는 할 수 없이 지방마다 진창(임시로 곡식을 쌓아놓은 창고)을 세운 다음 조정에 있는 곡식들을 진창에 쌓아놓고 백성들에게 죽을 끓여 먹이기로 하였습니다.
이때, 각 지방에서 죽을 얻어먹기 위해 모여든 백성들이 구름처럼 모여들면서 서로 먼저 먹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진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이 죽을 얻어먹기 위해 몹시 허기 진 부부도 이 진창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며칠을 굶은 아내는 죽을 보기가 무섭게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삽시간에 허겁지겁 죽을 다 퍼먹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겨우 정신을 차리고 옆에 있던 남편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아내가 정심없이 죽을 퍼먹는 사이에 남편은 너무나 탈진한 나머지 죽도 먹어보지 못한 채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때 이 진창에서 ‘국물도 없다’는 말도 새로 생겼다고 합니다.
이 진창에는 일반 백성들 뿐만 아니라 배가 고픈 양반들도 가끔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양반들은 체면을 지키기 위해 서로 엉켜 싸우지 않고 멀리 자리를 잡고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죽을 다 먹고 가기를 기다리곤 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양반 체면에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싸우면서까지 죽을 얻어먹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죽을 다 먹고 떠나간 뒤에야 먹다 남은 죽이라도 긁어먹을 생각으로 점잖게 다가가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 먹고 난 죽그릇에 음식이 남아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그때 이미 다 먹고 난 죽그릇을 가만히 들여다 본 양반들이 입맛을 쩍쩍 다시며 ‘국물도 없군!’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곤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물도 없다’는 말 역시 그때부터 전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 * ---------
* 우리 엄마 요리 솜씨는 어찌나 좋은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