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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27. 2020

거짓말과 바꾼 행복

요즈음에는 주변에서 '사랑‘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것 같다.    

 

과거와는 달리 어딜 가나 가장 흔하고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바로 ’사랑‘이란 말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물론이고 청소년들이나 친구와 스승, 부모와 자식 간에도 툭하면 '사랑'이란 말을 아주 쉽게 마치 입버릇처럼 자주 쓰고 있다.     

 

사랑이란 말이 너무 흔하다 못해 홍수처럼 넘쳐나는 그런 사회에 묻혀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어쨌거나 사랑이 넘쳐나는 그런 행복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 미우 바람직하고 도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럼 그처럼 흔하게 쓰고 있는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공자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진정한 사랑이란 나보다는 우선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바로 그것이라 하였다. 

       

조선 시대 합천 해인사에 지성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그는 남달리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분이었다.    

그래서 어렵고 불쌍한 사람을 보면 항상 자기 일처럼 도와주려고 노력한 스님으로 이름난 분이었다.  

   

어느 날, 지성 스님은 스승의 심부름으로 미역을 사기 위해 읍내로 가는 길이었다.      


부지런히 읍내를 향해 발길을 재촉하고 있던 스님은 우연히 남매로 보이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마주 걸어오고 있는 한 사람을 목격하게 되었다.     


어린 남매는 남루하고 다 떨어진 옷을 입은 채 서럽게 울면서 양반을 따라오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누구인데 무슨 일로 이렇게 섧게 울고 있는 겁니까?”


하도 측은하고 가엾다는 생각을 한 지성 스님이 양반에게 묻게 되었다.     


"네, 이 아이들은 내 노비의 자식들이라오. 그런데 갑자기 고아가 되어 내가 일을 좀 시키려고 데리고 가는 중이라오.“     


양반의 설명을 들은 스님은 순간, 어린아이들의 신세가 불쌍하고 가엾어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고아가 된 것만 해도 불쌍한데 더구나 이대로 끌려가서 마치 짐승처럼 학대를 받아가며 힘든 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생각을 하니 너무나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이윽고 지성 스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제가 돈을 드릴 테니 아이들을 제게 주실 수 없으신지요?"     

 

그러자 궁금하게 여긴 양반이 스님에게 되물었다.


"도대체 스님이 이 아이들을 어디에 쓰려고 그러십니까?“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제게 이 아이들을 주신다면 저는 이 아이들을 당장 풀어주려고 그럽니다. 너무나 불쌍하고 가엾어서요.“     


양반은 스님의 말에 약간 마음이 솔깃해져서 다시 묻게 되었다.     


"그럼 돈은 얼마나 있소?“

"주머니에 가진 돈이 모두 60전입니다. 제발 저 아이들을 제게 주십시오.“     

"헛, 허흠--- 돈이 좀 적기는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토록 갸륵하시니 내 그렇게 하리다.”


지성 스님은 미역을 사기 위해 스승에게 받은 돈 60전을 모두 양반에게 내주고 마침내 아이들을 넘겨받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지성 스님의 사랑의 힘으로 노비 신세를 면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결국 빈손으로 절로 돌아온 지성 스님에게 스승이 물었다.     


"어째서 미역은 사 오지 않고 빈손으로 왔는고?“     

”죄송합니다. 읍내로 가는 도중에 그만 돈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냥 돌아오게 되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지성 스님의 마음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였다. 사랑을 실전한 행복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요즈음 세상인심은 하루가 다르게 각박해지고 있다.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행복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보려는 미덕과 노력을 발휘해 본다면 좀더 따뜻한 세상으로 차츰 서서히 변할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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