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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05. 2020

가마솥 옮겨 걸기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어떤 청년 한 사람이 수도 생활을 하기로 결심하고 절에 있는 노스님을 찾아가게 되었다.     


"스님께 수도 생활을 배우기 위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이에 스님은 청년의 아래위를 한동안 훑어보다가 무거운 입을 열어 물어보게 되었다.     


"수도 생활을 하려면 견디기 어려운 인내력이 필요한데 그래도 참아낼 자신이 있겠느냐?“     

”예, 물론입니다. 이 몸이 부서져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가지고 찾아뵙게 된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시켜주기만 하십시오.“     

"허어, 그래? 말은 쉬워도 맘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텐데…….“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스님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청년을 데리고 곧 부엌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청년에게 커다란 가마솥을 하나 걸어 놓으라고 지시했다.      


청년은 그 길로 흙을 파다가 정성을 다해 열심히 가마솥을 걸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비지땀을 흘려가며 솥을 다 걸고 나니 어느새 하루해가 가고 이미 저녁때가 되었다.      


그러자 한참만에 정성껏 걸어놓은 모습을 본 스님은 좀 마안하다는 얼굴로 다시 지시를 하게 되었다.     


"아. 미안하게 됐네. 여기다 걸어놓고 보니 그게 아니로구나. 당장 저쪽으로 옮겨 걸도록 하여라.“     

"아아, 네, 알겠습니다. 곧 다시 그쪽으로 옮겨 걸겠습니다.“     


스님의 말에 청년은 군소리도 하지 않고 걸었던 솥을 뜯어내고 다시 밤을 새워가면서 스님이 시킨대로 다시 부지런히 가마솥을 옯겨 걸어놓게 되었다.     


그 이튿날이었다. 걸어놓은 솥을 가만히 살펴보던 스님이 이번에는 갑자기 벌컥 화를 내면서 소리치는 게 아닌가.     


"아니 이걸 솥을 건다고 한 일이란 말이냐? 봐라! 한쪽이 이렇게 기울어졌지 않느냐. 당장 뜯어내고 다시 걸어놓도록 하여라!“     


청년은 어이가 없었다. 밤새도록 열심히 걸어놓았기에 이번에는 칭찬을 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야단을 맞게 되다니!      


그러나 청년은 다시 아무 불평도 하지 않고 스님의 말대로 다시 신경을 써서 반듯하게 솥을 걸어놓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꾸중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청년은 조금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스님에게 묻게 되었다.      

”아니 저는 지금까기 스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열심히 하느라고 했는데 번번이 야단을 치시니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그러자 스님이 다시 화를 내며 호령을 하였다.      


"허허, 말이 많구나. 먼젓번에는 오른쪽이 기울어졌더니 이번에는 왼쪽이 또 기울어졌지 않느냐? 군소리 말고 다시 걸어놓도록 하여라!“     


"예예, 알겠습니다. 당장 다시 반듯하게 걸어놓겠습니다."


스님의 호령에 청년은 다시 솥을 옮겨 걸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무려 아홉 번이나 솥을 옯겨 걸게 되었다.     

그렇게 오직 솥만 열심히 옮겨 걸어놓곤 하는 동안 어느새 1주일이 지나가 버렸다.     

 

그제야 스님은 마침내 매우 흐뭇해진 표정으로 청년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그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다. 과연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친다 해도 능히 참아낼 수 있는 인들이로다!"      


마침내 청년은 그날부터 스님의 제자가 되어 수도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인내심을 발휘하여 도를 닦아 얼마 후에는 마침내 크게 성공한 인물이 되었다.     


중국 송나라 때 지은 <경행록>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조그만 병을 고통스럽다고 하여 참지 못하고, 분한 일을 억울하다고 하여 참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앞으로 어떤 일에 닥치게 될지 모르는 일인데 참을성과 인내가 없이 어떻게 그 큰일들을 감당해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누구나 남보다 공부를 많이 하여 출세도 하고 싶고, 부귀와 영화도 누리고 싶은 것이 본능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런 본능과 욕심만을 가지고 이를 행동으로 옯겨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역경과 유혹들을 멀리 하고 오로지 자신이 맡은 바 사명을 다하는 끊임없는 노력과 참을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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