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석이란 사람이 조선 시대 인물들의 얽힌 이야기를 모야 편찬한 <대동기문>에는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
조선 시대에 남달리 자식을 올바르게 가르치려고 힘썼던 어느 어머니의 기록이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김학성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몹시 가난하게 자라고 있었다.
어머니는 매일 힘들게 삯방아를 찧고 바느질을 해가면서 김학성과 그의 동생을 공부시키기에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어머니는 열심히 방아를 찧느라고 이마에서는 계속해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추녀에서 떨어지는 낙수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그날따라 이상하게 들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계속 들려오고 있는 그 이상한 소리 때문에 몹시 신경이 쓰였다.
궁금증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낙수가 떨어지는 곳으로 다가가서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빗물이 떨어지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에는 웬 쇠붙이가 묻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그곳을 파보았더니 웬 쇠로 된 항아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궁금한 마음에 항아리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그 속에는 놀랍게도 백금이 가득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던 어머니이기에 그 기쁨이란 이루 표현할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한 어머니는 곧 마음을 바꾸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서당에서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땅을 더 깊이 판 다음, 항아리를 도로 묻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여전히 가난한 살림을 그대로 이끌어 가며 오직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는 일에 힘썼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났다. 김학성은 학문에 더욱 정진하여 마침내 과거에 급제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해, 아버지의 제삿날이었다. 어머니는 두 아들을 앉혀 놓고 그때야 비로소 백금 항아리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게 되었다.
그러자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김학성이 답답하고 못마땅하다는 듯 불끈해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고개를 저으며 아들을 타이르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말에 김학성과 동생은 아무 대꾸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 후, 어머니의 뜻대로 항아리에 들어있던 백금은 모두 가난한 이웃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세상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이다. 정신이 나간 사람이 아니고는 그럴 수가 없다. 어찌 보면 세상에 그런 바보가 없다.
눈을 감기는커녕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도 코를 베어 가는 무서운 세상으로 변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