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의 이해]
이 시간에는 동시와 산문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우선, 동시란 어린이가 지은 시, 또는 성인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정서에 맞게 운율과 음절에 맞추어 쓴 시를 말한다.
그리고 산문이란 동시와 달리 운율과 음절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써나간 글을 일컫는 말이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좀 긴 글, 즉 산문을 쓰라고 하면 대부분 질겁을 하며 피하려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어쩌다 글짓기 숙제를 내주게 되는 경우, 그때마다 그냥 넘어가지 않고 어린이들이 ’이거 또 큰일 났구나‘하는 표정으로 어김없이 교사를 향해 질문을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교사의 입에서 부디 산문이 아닌 동시를 써오라는 말이 나오기를 숨을 죽이며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때, 만일 교사의 입에서 이번에는 산문 숙제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그 순간, 마치 교실이 온통 떠나갈 것 같은 비명과 괴성이 터져 나오곤 한단다.
산문을 쓰기가 그만큼 쓰기가 어렵고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은 한 마디로 산문 쓰기가 그 정도로 어렵고 싫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예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동시를 써오라고 했다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교실 분위기는 금방 180도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제는 살았다는 듯 얼굴마다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는 것이다.
왜 이토록 동시 쓰기를 좋아하고 산문은 외면하는 것일까?
물론 어린이들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동시는 간단하게 쓰기가 쉽고, 반면에 산문은 긴 문장을 써야 하기 때문에 어렵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산문은 비교적 긴 문장을 써야 하는 지루한 작업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귀찮고 부담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왜 긴 문장을 필요로 하는 산문 쓰기를 싫어하는 것일까? 역시 그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기본적인 문장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 하겠다.
그리고 가끔 동시라고 쓴 글들을 보면 대부분이 그저 그렇고 그런 글들이어서 솔직히 실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이유는 동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얼른 보기에만 마치 동시를 쓴 것처럼 흡사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평범한 보통 문장을 짧게 끊어서 써서 나열하기 는 했지만, 동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글들을 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럼 여기서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긴 문장을 마치 동시처럼 줄만 바꾸어 쓴 동시의 몇 가지 예를 들어보기로 하겠다.
가) 산문 보기 글
우리 아빠는 못하는 게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잘합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물론 동네에서도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나) 위의 보기 글을 그대로 줄만 바꾸어 동시로 변형된 글
우리 아빠는
못하는 게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잘합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물론
동네에서도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위의 ’가)’ 글을 보면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산문 즉, 줄글인 것이다.
그런데 ‘나) 글을 보면 위에 쓴 산문을 그대로 행만 바꾸어 옮겨 적어놓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이렇게 행만 자주 바꾸어 짧게 쓰면 그게 바로 동시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바로 문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하늘은 하늘은, 나비는 나비는, 아빠는 아빠는, 구름은 구름은 등…….
동시는 그저 가끔 같은 낱말을 반복해서 나열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같은 낱말을 필요 이상으로 남용하는 경우라 하겠다.
여기서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 과거에 어느 동시인이 ’거울은 거울은 요술쟁이인가 봐‘로 시작하는 동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그래서 그런 글을 읽어보고 재미있다는 생각에 자주 모방을 하는 게 아닌가 짐작은 가지만 그건 절대로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같은 낱말의 반복 역시 어떤 내용을 특별히 강조하거나 운율을 맞추지 않아도 될 때는 굳이 같은 낱말을 반복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설명하자면, 이미 누군가가 쓴 동시가 아니면 동요의 노랫말을 보고 몇 개의 낱말만 바꾸 어 가면서 마치 퍼즐을 맞추듯 그럴듯해 보이게 쓰는 경우 등.
이런 글들은 모방이지 결코 자신이 쓴 글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동시란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가?
그럼 동시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다시 다루어 보기로 하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