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2)

[조상들의 근검 절약정신]

by 겨울나무

황희 정승이 어렸을 때의 일이다.


그의 이웃에 늘 헙수룩한 차림의 할아버지 한 분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워낙에 부지런하고 검소한 생활 습관이 몸에 밴 덕분에 결국은 마을에서 가장 잘 사는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여름철만 되면 매일 남의 밭으로 쏘다니면서 보리 이삭을 주우러 줍고, 가을철이면 하루 종일 남의 논바닥을 돌아다니면서 벼 이삭을 주우러 다니기에 바빴다.

"흥, 부자가 된 영감이 구질구질하게 저게 무슨 짓이람."

”누가 아니래. 그러니까 부자가 더 무섭다니까.“


그런 할아버지의 꼴을 볼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손가락질을 하며 비웃곤 하였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못 들은 척하고 해마다 그런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를 보다 못한 황 희도 궁금함을 참다못해 할아버지에게 묻게 되었다.


”할아버지, 왜 그런 걸 줍고 다니세요? 사람들이 거지같다고 흉을 보는 것도 모르세요?“


황 희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면서 오히려 황 희에게 되묻게 되었다.


"왜, 이런 걸 줍고 다니는 게 어때서 그러니?“

"창피하지도 않으세요? 할아버지 댁에는 보릿가마며 볏가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잖아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큰소리로 껄껄 웃으면서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허허허……. 창피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넌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도 듣지 못했니? 따지고 보면 산더미처럼 쌓인 볏가마나 보릿가마도 그 모두가 이런 이삭 하나하나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란다. 그리고 벼 이삭이나 보리 이삭에 매달린 낟알 하나하나가 이렇게 여물 때까지는 농사꾼들의 얼마나 많은 땀방울이 필요했는지 넌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니? 그런 걸 생각한다면 이런 귀중한 낱알들을 논바닥이나 밭에 그냥 내버려 둔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아암, 벌을 받을 일이고말고. 이제 내 말을 조금은 알아들겠니? 허허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게 된 어린 황 희는 그제야 조금은 이해가 간다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 후, 정승이 된 황 희는 관리들 중에서 가장 검소한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그가 그런 검소한 생활을 하게게 된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 이웃 할아버지에게 큰 교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민족운동가이며 정치가였던 조만식 선생의 지독할 정도로 검소한 생활 습관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감히 흉내조차 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그 정도가 지나칠 정도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평소에 그는 무명 두루마기를 항상 즐겨 입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항상 변함없이 단추가 달린 두루마기만 입고 다녔다고 한다.


그 까닭은 두루마기에 옷고름을 달면 그만큼 천이 들어가서 옷고름에 들어갈 천을 아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말총으로 튼튼하게 엮어 만든 모자를 늘 즐겨 쓰고 다녔는데 그 이유는 모자를 대대로 물려주면서 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조만식이 오산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학교에서 입학식이나 졸업식을 할 때에는 으레 예복을 입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초라한 평상복 차림으로 식에 참석하곤 하였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게 된 남강 이승훈 선생이 하도 보기에 민망했던지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조만식에게 넌지시 권유하게 되었다.


"이처럼 성스러운 날인데 오늘만큼은 여러 내빈들의 눈도 있고 하니 제발 예복을 차려 입으시는 게 어떠신지요?”


그러나 조만식 선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에 대답했다.


"허허, 그걸 내가 왜 모르겠소. 누군들 입고 싶지 않겠소. 하지만 난 아예 예복이 없는 걸 어찌하겠소. 그리고 난 교장 노릇을 못하면 못했지, 예복 같은 걸 입을 생각은 없소이다.“


옛말에 굳은 땅에 물이 고인다고 하였다.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룬다고도 하였다.


요즈음은 아무리 살림살이가 궁할지라도 명품이니 뭐니 하고 유행에 따라 돈을 아끼지 않고 함부로 흥청망청 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라 하겠다.


아무리 먹고 싶어도 먹지 않고, 아무리 입고 싶어도 입지 않고 아껴 써야만 결국 큰 재산을 모을 수 있다는 우리 조상들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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