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구출 작전

by 겨울나무

은주네 가족들이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 갈 날도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동생 형일이가 갑자기 큰일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은주를 다급하게 불렀습니다.


"누나! 누나! 큰일 났어!"

'왜? 뭐가 큰일 났다는 건데?“

”아까 엄마가 그러는데 말이지."

'엄마가 왜?"


“이사 가기 전에 우리 바둑이를 팔아버린다는 거야.”

“뭐, 뭐라구? 바둑이도 같이 데리고 가면 되잖아?”


“그러면 좋겠는데 아파트에서는 절대로 개를 기를 수 없대. 그래서 엄마도 어쩔 수

없다는 거야."


형일이의 이야기를 들은 은주는 금세 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안방으로 쪼

르르 달려갔습니다. 형일이도 급히 누나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은주가 먼저 엄마와 아빠를 향해 빽 소리가 나게 입을 열었습니다.


"바둑이를 팔아버리기만 하면 난 이사 가지 않을 거란 말이야!“

그러자 형일이도 울먹이는 소리로 덩달아 소리쳤습니다.


두 남내가 갑자기 덤벼 들며 소리치는 바람에 엄마와 아빠는 금방 난처한 얼굴이 되어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바둑이를 식구보다 더 아끼고 좋아하던 은주와 형일이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5년이 넘도록 같이 지내면서 그동안 정이 들 대로 든 바둑이었으니까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동안 걱정스러운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던 아빠가 여전히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그럼 애들아,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니?"

"어떻게?"


은주와 형일이가 솔깃해진 표정으로 아빠를 빤히 바라봅니다.


”시골 할머님덱에 갖다 드리든지, 아니면 너희들 친구들 중에 바둑이를 기르겠다고 하는 갖다 주든지.“

”그건 안 돼. 싫어.“


은주와 형일이는 마치 아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아니, 왜?

"그러면 거기 가서도 언제 개장수한테 팔아버릴 수도 있잖아. 그리고 바둑이를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가 볼 수가 없단 말이야.”


"그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어떡하란 말이니? 더구나 바둑이는 몸집이 작은 애완견도 아니어서 아파트 안에서는 절대로 기를 수가 없거든.“


”……!“

”……!“


아빠의 이야기를 들은 은주와 형일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잔뜩 부어터진 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달리 무슨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도 엄마와 아빠, 그리고 은주와 형일이는 시간만 나면 바둑이에 대해 많은 궁리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러 날을 두고 궁리를 해보았지만 달리 좋은 생각은 끝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속이 상할 대로 상한 은주가 다시 투덜거렸습니다.


”갑자기 무슨 놈의 이사는 가겠다고 이렇게 속을 썩이고 있담!"

"누가 아니래. 바둑이와 같이 가는 게 아니라면 난 집에서 그냥 사는 게 훨씬 더 좋아, 누나는?“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니?“


예전 같으면 그토록 명랑하고 밝았던 은주와 형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바둑이의 걱정으로 늘 힘이 없고 풀이 죽은 채 울상입니다. 잠도 제대로 오지 않고 공부하기도 싫어졌으며 입맛까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은주가 그날따라 활짝 밝아진 얼굴로 형일이를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형일아, 나한테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거든.“

”그래? 어떤 생각인데?“


강아지.jpg


형일이가 반가운 기색이 되어 되물었습니다. 그리고는 매우 궁금하다는 듯 누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봅니다.


은주는 무슨 큰 발견이라도 한 듯 활짝 밝아진 표정으로 형일이의 귀에 입을 바짝 들이대고 속삭이듯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너 이거 엄마나 아빠한테는 절대로 비밀이다, 알았지?"

"응, 알았어. 그건 염려 마.”

"어느 날, 바둑이를 몰래 숨겨 놓는단 말이야."

"어디다가?"


"저기 뒷산에 올라가 보면 작은 바위 동굴이 하나 있거든. 거기 바둑이를 데려다 놓고 기르자 이 말이야.“

'그래? 그럼 바둑이의 밥은 어떻게 하고?"

"그건 우리들이 매일 갖다 주면 되잖아.”

"그러다가 바둑이를 누가 끌고 가면 어쩌려구?“


"너무 외진 곳이니까 아마 그럴 염려는 없을 거야. 그리고 엄마나 아빠한테는 바둑이 목줄이 풀어져서 그냥 도망을 갔다고 하면 되잖아. 넌 어떠니?“


은주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형일이의 얼굴빛이 조금 전보다 밝아지면서 소리쳤습니다.


"히야,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인걸. 그리고 참, 이사를 가면 그땐 또 어떻게 하지?"

"그땐 다시 우리들이 와서 데리고 가는 거지, 뭐.”

"그다음에는 또?"


"우리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 다시 숨겨 놓고 우리들이 지금처럼 계속 돌보는 거지 뭐, 그렇게 되면 우리 바둑이가 개장수한테 끌려가서 죽을 염려는 없잖아."

"우와!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을 가지고 여태까지 괜한 걱정을 했잖아."


"그 대신 너 끝까지 비밀은 지켜야 하는 거다."

"오케이, 알았다니까. 하하하……"

"호호호……“


오랜만에 큰소리로 웃고 있는 남매의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