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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30. 2020

일방적인 사랑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① 첫 번째 이야기      


오래전 한동안 인터넷에 널리 떠돌아다녔던 이야기이다.      


평생을 해로하던 노부부가 결국 뜻이 맞지 않아 이혼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80이 넘은 노인 부부였다.      


그동안 마음에 맞지 않아 각기 떨어져 살고 있던 부부는 마침내 이혼 수속을 밟기 위해 미리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게 되었다.      


약속 장소는 치킨집이었다. 


그 자리에는 이혼 절차와 수속을 도와줄 법정 대리인도 함께했다.      

조금 뒤, 할아버지가 미리 주문한 먹음직스러운 두 마리의 치킨이 나왔다. 양념과 프라이드 각각 한 마리였다.     


할아버지가 먼저 치킨의 다리 하나를 뚝 떼어내더니 아주 인자하고도 다정다감한 말로 할머니에게 권했다. 마지막 작별이 너무나 아쉬운 듯, 그리고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맛있는 음식이나마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임자, 이거 우선 먹어봐요.“     


그 모습을 곁에서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대리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쩌면 저토록 다정다감할 수가 있을까. 그런데 저런 부부가 무슨 이유로 이혼을 한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대리인은 어떻게 해서라도 이혼만은 하지 말고 도로 같이 살아가도록 설득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다음에 할머니의 입에서 나온 토라진 듯한 말투는 뜻밖이었다.  

    

”영감은 매사가 이런 식이었어요. 지금도 영감의 성격은 조금도 변한 게 없어요.“     


할머니가 토라진 목소리로 이렇게 쏘듯이 대꾸하자 할아버지는 조금 난처해진 듯 얼버무리며 물었다.     

 

”내가 변한 게 없다니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그러자 다시 할머니가 여전히 뽀로통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영감이 닭 다리를 좋아한다고 나도 좋아할 거라는 바로 그런 태도 말이에요. 난 원래 날개 부분을 좋아하는데 나한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고 다리를 억지로 먹이려고 애를 썼어요. 매사가 그래왔으니 서로 맞을 리가 있어요?“   

  

할아버지는 평생 할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면 할머니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에 억지로 모든 것을 할아버지의 뜻대로 살아왔던 것이다. 

     

매사가 다 그래왔다. 할머니는 입고 싶은 옷조차 입어보지 못하고 할아버지의 마음에 맞는 옷을 입어야 했고, 그 밖에 음식은 물론 어쩌다 어디 여행을 갈 때도 내키지 않았지만 할아버지의 입맛에 맞는 곳을 가야만 했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배려가 없이 무작정 베푸는 사랑,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노 부부는 불행하게도 황혼의 이혼을 하는 결과를 맞고 말았다.   


         

② 두 번째 이야기      


우화 중에 다음과 같은 소와 호랑이와의 재미있는 사랑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어쩌다 소와 호랑이가 만나 서로 끔찍한 사랑을 하게 되었다.      

호랑이는 소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나머지 소에게 맛있는 먹을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매일 쉬지 않고 부지런히 사냥을 하러 다녔다.      


그리고 산토끼와 노루, 사슴 등, 닥치는 대로 잡아다가 연하고 맛있는 짐승만 소에게 바쳤다.      


”이 고기 좀 먹어봐. 아마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걸!“     

”응, 고마워.“     


소는 호랑이가 이처럼 자신을 위해 밤낮으로 뛰며 먹잇감을 구해다 주는 호랑이가 마냥 고마웠다. 그리고 마냥 행복했다.      


한편 소는 소대로 오직 호랑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틈만 나면 먹잇감을 열싷미 구하러 다녔다. 그 모든 것들이 소가 평소에 즐겨먹는 연하고 맛있는 풀들이었다.      



”이거 내가 오늘 구해온 맛있는 풀이야. 어서 먹어봐.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응, 고마워."

   

소의 말에 호랑이는 감동했다. 소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자신이 먹고 싶어도 참고 소는 호랑이를 위해, 그리고 호랑이는 소를 위해 맛있는 먹잇감을 갖다 바치며 온갖 정성을 다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소가 느닷없이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 호랑이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소에게 그 이유를 묻게 되었다. 


그러자 소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해. 사실은 그동안 네가 사냥해다 준 맛있다는 짐승들을 난 전혀 먹을 줄 모르거든. 그래서 그때마다 먹는 척하고는 몰래 버리곤 했던 거야. 그래서 이대로 더 너와 같이 살다가는 얼마 안 가서 말라죽을 것만 같아 못 살겠어.“  

   

소의 이야기를 들은 호랑이는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호랑이도 무거운 입을 열어 설명하게 되었다.      

    

”아아, 그랬구나! 사실은 나도 그동안 네가 정성껏 구해다 준 풀들을 도무지 먹을 수 없어서 먹는 척만 하고 버렸었거든. 넌 풀을 좋아하지만 난 전혀 먹을 줄 모르거든.“   

  

결국 호랑이와 소는 서로 무척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③ 세 번째 이야기      


나와는 좀 가까운 친분이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첫눈에 보기에도 지성미가 뛰어난 세련되고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여인이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여자들이 보기에도 탐이 나고 부러울 정도의 미모를 갖춘 특별한 여인이었다.      


여인만 그런 게 아니었다. 배우자 역시 여인 못지않게 탤런트 뺨을 필 정도로 잘 생긴 미남이어서 그야말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커플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더구나 남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남자였다.     

   

그래서 여인이 어쩌다 외출을 할 때는 늘 명품 옷과 가방, 그리고 값진 장신구와 모자까지 두루두루 갖추고 같이 다니곤 하였다. 





그야말로 모두가 부러워하고 다시 한번 더 눈여겨보게 되는 크플이어서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언젠가 그 여인과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자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라는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었다. 그야말로 뜻밖이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그 남자와 그냥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다음 생애에 다시 남자를 만난다면 절대로 그런 남자를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아, 여인이 너무 복에 겨운 소리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그 여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여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값진 명품이나 지니고 다니고, 목걸이 귀고리 팔지 등, 값진 장신구를 마음껏 걸치고 다니는 것을 남들이 볼 때 부러워 보일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절대로 아니라고 하였다.   

   

남편은 여인이 개인적인 행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자유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각종 모임이 있을 때마다 내키지 않는 부부동반을 강요하곤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내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은근히 자랑하고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가고 싶지 않아도 남편의 강요에 따라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여인의 마지막 말이 더욱 의미가 있게 들려왔다.    

  

”난 지금 그 사람의 애완견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나도 하나의 사람이지 남들 앞에 자랑삼아 보이는 애완견은 아니잖아요.“  

    

상대방을 이해할 줄 모르는 일방적인 사랑 그것은 결코 진정한 사랑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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