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당 말놀이(5)
- 맹사성의 일화(1360~1438) -
옛말에 이 세상에 가장 비겁하고 수치스러운 것은 부유하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아첨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였다.
또 지위가 낮고 비천하거나 가진 것이 없이 가난한 사람 앞에서 교만한 태도나 언행을 보이는 것은 더욱 수치스럽고 천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옷이 날개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겉모습이나 옷차람만 보고 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고향에 볼 일이 있어서 잠시 고향에 내려갔던 맹사성이 볼 일을 마치고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그때 갑자기 길에서 소나기를 만나게 되었다.
마침 근처에 주막이 있기에 잠시 비를 피하려고 들어가 보니 웬 사람이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먼저 와서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한 채 쉬고 있는 중이었다.
맹사성은 하는 수 없이 겨우 구석 자리를 잡아 앉은 채 어서 비가 그치기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인들을 거느리고 온 사람은 영남지방의 이름난 부자였다. 그리고 벼슬자리를 하나 얻어 볼 생각으로 역시 한양으로 올라가고 있던 중이었다.
부자는 비가 쉽게 그치지 않자 심심했는지 구석 자리에 초라한 차림으로 앉아 있는 맹사성을 불렀다. 그리고는 심심하니 이야기나 같이 나눠보자고 청하였다.
이에 맹사성은 쾌히 승낙하고 곧 부자와 자리를 함께했다.
그러자 부자가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서로 묻고 대답을 하는 놀이로써 말의 끝 자를 '공'이나 '당'으로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자 좋다고 응한 맹사성이 먼저 입을 얼어 부자에게 묻게 되었다.
”그대는 어디까지 가고 있는 길이공?“
“한양까지 간당.”
"한양엔 왜 가고 있는공?“
"벼슬자리 하나 얻어볼까 하고 가고 있당."
"그럼 내가 벼슬자리를 하나만 줄공?“
벼슬자리를 주겠다는 말에 맹사성의 초라한 모습을 본 부자는 몹시 가소로움은 물론 자존심까지 상하고 말았다. 그래서 금방 불쾌한 표정이 되어 노골적으로 거칠게 대답했다.
"그 꼴에 무슨 재주로 벼슬자리를 주겠다는공? 가당찮은 소리당,“
한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말놀이를 하다 보니 마침내 비가 개고, 두 사람은 서로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날이 지난 뒤의 어느 날, 맹사성이 대신들과 함께 조정에 앉아 있을 때, 새로 벼슬에 오른 사람이 인사를 드리러 맹사성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맹사성이 가만히 살펴 보니 그는 다른 아닌 얼마 전에 주막에서 만났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러자 맹사성이 시치미를 떼고 점잖게 입을 열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여기 왔는공?“
부자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고 맹사성을 바라보게 되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지금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재상이 바로 얼마 전 주막에서 우습게 여기고 함부로 농담을 주고받았던 바로 그 사람이 아닌가.
부자는 금방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채 얼떨결에 얼른 대꾸하게 되었다.
"당장 죽고 싶소이당."
한동안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대신들은 어찌 된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그러자 곧 맹사성이 설명해 주는 자초지종을 듣고는 모두가 배꼽을 잡고 조정이 떠나갈 정도로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리게 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