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잘 때나 밥먹을 때나(16)

[김생(711~791)]

by 겨울나무

통일 신라 시대의 서예가 김생은 후에 ‘해동서성’으로 불렸다.


‘해동’이란 발해의 동쪽이라는 뜻으로 옛날 우리나라를 일컫던 말이며 ‘서성‘이란 서쪽에 이름난 별이란 뜻이다.

몹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부모의 신분이 낮아 김생의 출셋길은 아예 막혀 있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글씨 쓰기에 남다른 소질을 가진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벼슬길이 막혀 있으니 글씨 공부나 열심히 해서 세상에 이름을 날려야겠다!"

이렇게 굳은 결심을 하게 된 김생은 그때부터 날마다 글씨공부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가끔 동네 친구들이 산이나 들로 놀러 가자고 해도 전혀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고 마치 미친 사람처럼 오로지 글씨 공부만을 열심히 하였다.


그런 김생을 보고 모두들 손가락질을 하며 수군거리곤 하였지만 그는 잠을 잘 때나 밥을 먹을 때나 늘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오직 글씨 공부에만 몰두하였다.

어느 날, 그런 김생의 모습을 보다 못한 친구 한 사람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묻게 되었다.


"그래, 자네의 취미는 오로지 글씨 쓰는 일 밖에 없단 말인가?“

“아암, 그렇다네.”

"그럼 혹시 다른 취미를 가진 건 뭔가?“

"오직 글씨를 쓰는 일 외에 다른 취미는 없다네.“

"그래? 그렇다면 자네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나?“

"내 머릿속에는 오직 글씨를 써야 하겠다는 생각만 들어있다네.“


이처럼 오로지 글씨 쓰는 일에만 매달려 평생을 바친 김생이 어느덧 그의 나이 여든 살이 되었다.

마침내 그의 글씨는 세상에서 감히 그 누구도 따를 사람이 없을 정도의 경지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러던 중 고려 시대 어느 날 마침 중국에 간 고려 사신에게 중국의 관리가 글씨를 좀 써 달라고 하여 김생이 쓴 글씨를 보여 주게 되었다.


그러자 중국의 관리는 당장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 글씨는 우리 중국의 명필 왕희지의 글씨가 아니든가요?"

"허허허, 착각하지 마시오. 이 글씨는 분명히 김생이라는 신라 사람의 글씨란 말이오.

그 사람은 오로지 평생을 글씨쓰는 일에 바친 사람으로 아무도 그의 솜씨를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이외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 마시오. 이 세상에서 이처럼 훌륭한 글씨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신이 아니면 우리 중국의 왕희지밖에 없을 것이오."

고려 사신은 아무리 김생의 글씨라고 설명을 해도 중국 관리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

우리나라 옛 속담에 '놀고 난 자취는 없어도 공부를 열심히 한 흔적은 남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쉬지 않고 계속 공부에 힘쓰면 훗날 반드시 그 공적이 드러나는 것이니 아무쪼록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남다른 노력과 인내, 자신의 뜻을 굽힐 줄 모르는 집중력이 마침내 놀라울 정도로 이름난 명필의 탄생을 불러오게 되었던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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