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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Sep 21. 2020

국군 1사단

[국군 1사단에 입대하던 날]

6. 25 전쟁 당시 우리 집 사랑방에는 작은할머니와 그의 딸(당고모), 그리고 당고모의 남편인 당고모부가 피란을 와서 함께 살고 있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자식도 없었다. 그래서 모두가 세 식구였다.       


또한, 우리 집 건넌방에도 역시 피란을 나온 부부가 젖먹이 남매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집은 한 지붕 세 가족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사랑채에 살고 있던 당고모부가 갑자기 입대를 하게 되었다.  치열한 전쟁 중에 바로 1사단 소속으로 입대를 하게 된 것이었다.    

  

혹시 이 글을 그 당시 1사단에 입대했던 분들이 읽게 된다면 제가 본대로 느낀 대로 옮기고 있는 소감이니 다소 차이가 있다 해도 널리 이해해 주실 것을 미리 양해를 구하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해 보려 한다.      

   

그 당시 1사단이라면 아마 백선엽 장군이 이끌던 부대로 악명이 매우 높았다. 일단 1사단에 입대를 하게 되면 성격이 온순했던 사람들도 그날부터 성격이 확 거칠고 난폭하게 변하곤 하였다.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고 던지기도 하고 그 앞에서 어물어물하다가는 당장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공포스러웠다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분들의 그런 폭한 행동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요즈음 입대하는 군인들과는 사정이 아주 달랐다.      


막말로 그들은 군사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일선으로 투입되곤 하였다. 그리고 그때는 한창 밀고 밀리는 전쟁이 치열할 때였다. 그래서 지금 입대하게 되면 오늘 죽게 될지 내일 죽을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해 성격이 갑자기 난폭해지면서 막 나갔던 것 같다. 마치 막가파들처…….


소문을 들어보니 그건 어느 동네나 마찬가지 사정이었다.       


그때 1사단 입대를 시키기 위해 차출을 하는 임무를 맡은 곳은 잘 모르긴 해도 아마 관할 지서(지금의 지구대 또는 파출소)에서 담당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거나 누구나 입대 명령을 받기만 하면 그날부터 성격이 난폭해지고 거칠어지곤 하였다.  

    

군대를 나갈 때는 이장이 약 3km 정도 떨어진 버스 정류장까지 인솔하에 같이

가곤 하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입대할 때는 으레 노랑과 붉은색의 긴 천으로 만든 가사를 양쪽 어깨에 대각선으로 메고 나가곤 하였다. 사람들은 그 가사를 멘 사람들만 보아도 무섭고 공포스러워서 멀리 달아나거나 꼬리를 내려야 했다.

      

나의 당고모부가 입대할 때는 두 사람이 같이 나가게 되었다. 다른 한 사람은 가까운 이웃 마을에 살고 있던 청년이었다.


나는 당고모부가 나가는 모습만을 집에서 보게 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날 그만 큰 사고가 다시 벌어지고 말았다.  

    

마을 이장이 나의 당고모부와 다른 청년 그렇게 두 사람을 인솔하고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고 한다.


중간쯤이나 가고 있을 때 그때 마침 맞은편에서 순경 한 명이 볼 일이 있어서 마주 걸어오다가 가사를 메고 입대하러 나가는 모습을 보기가 무섭게 겁에 질려 재빨리 고추밭으로 뛰어들어가서 숨게 되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속에 불이 난 심정으로 입대하고 있는 우리 당고모부나 이웃 마을 청년이 그 모습을 보고 그냥 둘 리가 없었다. 그를 발견하기가 무섭게 급히 고추밭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는 고추밭에 엎드린 채 숨을 죽이고 숨어 있던 순경을 무참히 발로 걷어차고 밟고 때리고 하며 한동안 분풀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를 견디다 못한 순경은 결국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고 한다.     

 

네놈이 나를 군대로 나가도록 명단을 작성하였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군대에 나가게 되었다는 생각한 나머지 있는 대로 마구 잡아 패고 때리며 분풀이를 하였던 것이다.


그때는 아마 어쩌면 법도 없는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무법천지의 시절이었나 보다. 순경을 마음대로 죽여도 아무 탈이 없었으니…….     


그리고 또 한번은 자동차가 다니는 신작로를 걸어가다가 그 무서운 꼴을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되었다. 그때 떠들썩하는 소리에 바라보니 가사를 멘 사람들이 버스 가득 타고 입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들은 달리는 버스 안에서 있는 대로 악을 쓰며 소리도 지르고 노래도 부르고 있었다. 무언가를 요란스럽게 두드리는 소리도 들리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버스 유리창은 모두 깨져 박살이 나고 운전사마저 가끔 마구 때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운전사든 누구든 모두가 그들의 밥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사고나 안 났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1사단으로 입대를 하게 되면 누구나 안하무인이었던 것 같다.      


실로 그들은 군대에 나가서도 임전무퇴 정신을 발휘하여 수많은 적을 무찌르는 등 많은 공훈을 남기기도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아무튼 어쨌거나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들은 너무나 공포스러운 존재들임에 틀림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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