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억세게 기분 좋은 날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오늘은 몹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놓여 조마조마하며 애을 태우던 때는 이미 옛날이 되고 말았다.

이제 알고 보니 성길 씨의 회사 사장님은 ①경우마춤 솜씨가 아주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거래처 사람들에게 늘 인기여서 회사도 전보다 훨씬 더 잘 돌아가고 있었다.


결국, 사장의 능순능란하고 뛰어난 경우마침으로 인해 다른 회사에서 가져갈 일까지 모두 끌어모으는 수단이 탁월했던 것이다.


사장은 이미 성길 씨를 비롯해서 전 직원들에게 연말에는 월급도 올려주고 가급금(상여금)도 많이 올려주겠다고 약속까지 해놓은 터였다. 게다가 특히 ②일본새가 뛰어난 직원들에게는 상여금을 더 올려주겠다고도 하였다.

그 바람에 성길 씨는 오늘 하루 종일 신바람이 났다. 일할 맛이 저절로 나고 전에는 조금만 해도 힘이 들었던 일들이 오늘따라 조금도 힘이 드는 줄도 몰랐다.


성길 씨는 얼른 이 소식을 그 누구보다도 아내에게 먼저 전해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래서 어서 퇴근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성길 씨는 결국 퇴근 시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게 되었다.


”여보, 나야. 오늘 저녁에는 내가 좋아하는 ③남비탕을 끓여놓으라구. 알았어?“

성길 씨가 흥분한 어조로 명령하듯 전화를 하는 바람에 아내도 덩달아 무슨 일인가 하고 흥분이 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니 뜬금없이 갑자기 웬 남비탕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겼어요?“


”아암, 좋은 일이 있고말고. 그러니까 남비탕을 끓이라면 끓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내가 좋아하는 ④노랑조기도 좋은 놈으로 사다 넣고 말이야. 알았지?“


아내는 멋도 모르고 덩달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갑자기 무슨 좋은 일인데 갑자기 이렇게 야단인데요?“


”아, 그건 아주 중요한 ⑤기요이기 때문에 여기서 전화로 말할 수는 없고 이따가 집에 돌아가서 자세히 말해 줄게.“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까 점점 더 궁금해지네.“


아내의 말에 다시 성길 씨가 이번에는 더욱 여유만만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대로 나가다 보면 어쩌면 우리도 3년 안에 ⑥문화주택 신세를 면하게 될는지도 모르거든.“

”알았어요. 그럼 이제부터 시장 보러 갈 테니 그 대신 오늘 빨리 들어와야 해요.“


”그래, 알았다구. 이 기쁜 소식을 당신한테 빨리 알려주고 싶어서라도 빨리 갈게.“

일단 아내와 통화를 마치고 난 성길 씨의 표정은 신바람이 절로 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점점 더 환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그리고 성길 씨는 혼자 마음속으로 빌고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오늘같은 날만 있어다오. 얏호!( * )







※ 참고


① 임기응변 ② 일하는 태도 ③ 찌개 ④ 참조기 ⑤ 중요한 기밀 ⑥ 연립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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