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행복한 파티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오늘따라 몹시 지루하기만 했던 퇴근 시각이 마침내 돌아왔다.

성길 씨는 이 기쁜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아내에게 전해주기 위해 오늘 얼마나 퇴근시각을 손꼽아 기다려 왔는지 모를 일이다.

누구나 매일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보람이 있고 기쁜 날을 보내고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오늘 죽느냐 사느냐 하는 이른바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성길 씨의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지옥을 몇 번이나 들어갔다가 나왔다 하는 심정으로 가슴을 졸이며 초조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냈었는데 오늘 이렇게 뜻밖의 좋은 소식이 들려오게 될 줄이야! 그래서 세상살이는 역시 요지경 속이라고 했나 보다.


”여보, 이리 가까이 좀 와 봐. 나 지금 기분은 날아갈 것 같거든.“


퇴근하기가 무섭게 집으로 달려온 성길 씨는 아내를 보기가 무섭게 덥석 끌어안고 포옹부터 하였다.


”아빠 난 안 해주고 엄마만 해줘?“

”어, 혜영이도 해주고말고. 하하하…….“


혜영이가 뛰어와서 아빠에게 매달리는 바람에 세 사람은 한동안 한 덩어리가 되었다. 그러다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 아내가 얼른 포옹에서 벗어나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아까 당신 회사에서 잘 하면 3년 안에 문화주택(연립주택) 신세를 면할 것 같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그러자 성길 씨는 여전히 흐뭇해진 표정으로 신이 나서 대답했다.


”아, 글쎄 사장님이 연말에는 월급도 올려주고 일본새(일하는 태도)가 좋은 사람들은 상여금도 올려주겠고 약속을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우리도 잘 하면 문화주택(연립주택)신세를 면하고 3년 안에 아파트로 갈 수도 있단 말이지. 여보, 안 그래?“


성길 씨가 이렇게 대답하자 아내가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성길 씨의 품에 안기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보, 고마워요. 정말, 잘됐네요. 당신 고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요.“

”수고가 많기는……. 따지고 보면 그 모두가 그동안 당신이 뒤에서 ①방조를 잘해 준 덕분이지 뭐. 안 그래 여보?“


”그렇기는요. 제가 뭘 해드린 게 있다구요? 그 모든 일이 당신 능력 때문이죠.“


”아니야. 그동안 당신 힘이 컸어요. 그나저나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 나지? 그때 우리가 ②맞혼인을 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지 뭐야. 안 그래?“


”아니 그건 왜요?“


”생각해 봐. 그때 그렇게 만나지 않았더라면 당신이나 나나 지금까지 ③공방살이 신세를 면치 못했을 거 아니야? 이렇게 예쁜 공주도 낳지 못했을 거고.“


”아마 그럴 수도 있었겠지요. 헤헤헤…….“

아내 역시 행복하다는 듯 활짝 웃고 있었다.


”난 당신이 그렇게 ④볼웃음을 지을 때마다 ⑤오목샘이 가장 예쁘고 매력이 있더라. 히히히…….“

”에이그, 예쁘긴요. 혜영이가 들어요.“


아내가 민망한 듯 성길 씨를 향해 눈을 살짝 흘기며 ⑥눈딱총을 주고 있었다. 그러자 혜영이가 얼른 끼어들었다.


”아니야. 그건 아빠 말이 맞아. 엄마는 내가 봐도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걸.“


그러자 아내가 더욱 민망한 듯 혜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네가 잠깐 눈이 삐어서 그런 거라구. 알았어?“

”그게 아니라 정말 예쁘다니까.“

”아, 알았어. 이제 그만하고 당신 오늘 저녁에 내가 좋아하는 노랑조기(참조기)를 넣고 남비탕(찌개)도 끓여 놓고 파티도 준비해 놓았다면서?“


”아참 내 정신 좀 봐. 준비해 놓고 말고요. 자 이제 몹시 시장할 테니 어서들 식탁으로 가요. 이따가 기분 좀 내려고 큰맘 먹고 와인도 벌써 사 왔는걸요.“


"오! 그래? 당신 역시 분위기를 아는구먼!"

아내의 말에 따라 세 식구가 식탁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세 식구끼리만의 오붓한 파티 시간이었다.( * )





※ 참고


① 도와주다 ② 연애결혼 ③ 독수공방 ④ 미소 ⑤ 보조개 ⑥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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