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동수와 검둥이

by 겨울나무

동수가 막 대문을 들어섰을 때, 앞마당에서는 아버지와 웬 낯선 아저씨 한 분이 서서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이었습니다.


“저렇게 병이 든 개는 하루라도 빨리 팔아 치워야지 그냥 둘수록 손해라니까요.”


동수가 듣기에도 아버지와 낯선 아저씨는 검둥이를 팔기 위해 흥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앞마당 구석에 있는 개집 속에는 검둥이가 여전히 축 늘어진 채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낯선 사람이 왔는데도 검둥이는 짖을 생각은커녕 끙끙 앓는 소리만 내고 있었습니다.


며칠째 밥을 못먹고 일어날 기력조차 잃은 가엾은 검둥이, 그리고 더러운 눈곱이 더덕더덕 붙은 채 추한 꼴이 되어 널브러져 있는 불쌍한 김둥이입니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런 개는 더 두고 봤자 개값도 못 받는다니까요.”


낯선 아저씨는 개를 사 갈 욕심에 연신 아버지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저러다가 혹시 낫지 않을까 하고 지금까지 약을 써 봤는데 점점 병이 더한 걸 보면 팔긴 팔아야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렇고말고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다행히 병이 낫는다면 몰라도 만일 그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그나마 팔기도 어려울 겁니다. 죽은 개를 누가 사 갑니까? 그럼 그렇게 알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오겠습니다.”


아버지와 흥정을 끝낸 낯선 아저씨는 매우 만족한 표정이 되어 가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아버지와 개장수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동수는 속이 상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새삼 검둥이가 몹시 가엾고 불쌍하다는 생각에 가슴 속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 저렇게 아파서 불쌍하게 된 검둥일 정말 파실 거에요?”


동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아버지한테 퉁명스럽게 물었습니다.


"아암, 제 구실도 못하는 개를 팔아야 하고말고. 이제 병이 들어 짖지도 못하는 개를 더 두면 무얼 하겠니? 개는 원래 사납게 짖으면서 도둑을 지켜야만 밥값을 하는 아니겠니?”


아버지는 동수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쉽게 대답했습니다.


"안돼! 팔지 마. 가뜩이나 병이 들어 불쌍한 검둥일 팔다니 아빠는 인정도 없어?”


“걱정마라. 검둥이는 팔아버리고 그 대신 더 예쁜 강아지를 다시 사다 줄 테니 넌 아무 걱정 말거라.”

“싫어요! 싫어! 그동안 정이 든 개를 병이 들었다고 팔아버려?”


동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이렇게 소리치고는 숨을 시근덕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방에 있던 엄마에게 매달리며 말했습니다.


“엄마! 엄마! 아버지가 글쎄 내일 말이지, 검둥이를 팔아 버리겠대.”

“그래? 그거참 잘됐구나, 병이 들어 금방 죽게 된 개를 팔 수 있다니 그게 얼마나 다행이니?”

엄마의 대답 소리를 들은 동수의 눈이 금방 커다랗게 되고 말았습니다. 엄마만은 그래도 동수의 마음을 알아줄 줄 알고 매달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엄마의 입에서 너무나 뜻밖의 대답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동수는 더욱 화가 치밀고 가슴이 점점 답답해서 못 견딜 지경입니다. 그래서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동수는 엄마한테 빽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럼 엄마도 검둥이를 팔아 버리는 게 아주 잘 된 일이라 이 말이지?”


동수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깜짝 놀란 엄마가 동수를 달래주기 시작했습니다.


"에구머니나, 깜짝이야! 얘가 왜 이렇게 소리는 지르고 이 야단이야? 엄마도 동수의 마음처럼 검둥이가 팔려가서 죽는 건 싫어요. 그렇지만 검둥이를 그대로 더 두었다가 만일 죽기라도 하면 그땐 어떡하겠니? 그래서 마음은 좀 아프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니?“


"안돼! 싫어! 검둥이가 아니었다면 저번에 우리 집은 도둑을 맞았단 말야. 그런데도 인정도 없이 검둥일 팔아버린다구?“


엄마가 아무리 잘 달래 보았지만, 머리끝까지 치민 동수의 화는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동수는 다시 앞마당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는 검둥이가 앓고 있는 개집 앞으로 다가가서 쭈그리고 앉아 어떻게 하면 검둥이를 팔지 못하게 할까 궁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검둥이는 동수가 가까이 다가와도 전처럼 반가워하기는커녕,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여지히 끙끙 신음 소리만 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내가 온 것도 모르고 이렇게 끙끙 앓고 있을까! 그런 검둥이의 불쌍한 모습을 보자 더욱 가엾고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검둥아! 어른들은 정말 나빠 그치? 도둑을 지켜줄 때는 그렇게 널 좋아하더니 이제 병이 들어 꼼짝도 못하는 네가 아무 쓸모가 없다고 글쎄 너를 팔아 버린다지 않니. 네가 이렇게 병이 생기게 된 것도 우릴 위해 도둑을 잡다가 그랬잖니?”


동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검둥이의 눈에서는 한 줄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게 된 동수는 검둥이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더욱 검둥이가 불쌍하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약 2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동수는 엄마를 따라 시골에 있는 외갓집에 갔다가 강아지인 검둥이를 얻어왔습니다. 그때 외갓집에는 난 지 얼마 안 되는 다섯 마리의 강아지가 한데 어울려 다니며 귀엽게 놀고 있었습니다.

동수는 강아지들이 노는 모습이 하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집에 올 때까지 강아지 곁에만 붙어서 놀게 되었습니다.

"통수가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강아지가 좋으면 한 마리 가지고 가렴.“


외할머니의 말에 동수는 기분이 몹시 좋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까만 털에 윤기가 나는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오게 되었습니다.


강아지는 먹성이 좋아 날이 갈수록 무럭무럭 몰라보게 잘 자랐습니다. 그리고 처음엔 그렇게 순하기만 하던 강아지가 차츰 커가면서부터는 마을에서 가장 사나운 개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동수네 식구들한테는 무척 순하고 잘 따르는 사랑스러운 개였습니다. 마을 사람들한테는 너무 사나워 비록 미움을 받기는 하지만 그런 검둥이가 동수에게는 여간 마음에 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동수네 집 앞을 지나가던 장사꾼이나 행인들, 그리고 이웃집 사람들까지 검둥이한데 혼이 난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직접 검둥이한테 물린 것은 아니지만 워낙 짖는 소리가 우렁차고 사나워서 누구나 간이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이놈의 개가 너무 사나워서 마을사람들한테 인심을 잃겠는걸!”


검둥이가 너무 사나워지자 겁이 난 아버지는 어느 날 시장에 가서 튼튼한 개 목줄을 사왔습니다. 쇠사슬로 된 튼튼하게 만든 목줄이었습니다.


개집 앞에 말뚝을 박아 놓고 그 곳에 검둥이를 목줄로 매어놓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목줄을 한 검둥이는 날이 갈수록 더욱 사나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검둥이는 마침내 보란 듯이 그 사나운 실력을 발휘하고 말았습니다. 그 날 밤, 지정이 조금 넘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동수네 식구들 모두가 깊은 잠이 들어있을 때였습니다.


“으르렁, 컹컹! 으르렁, 컹컹……!“


고요하기만 하던 한밤중에 갑자기 검둥이가 자지러질 듯한 소리로 으르렁대며 짖는 바람에 제일 먼저 아버지가 잠이 깼습니다.

검둥이 2.jpg

"아니, 저놈의 개가 갑자기 미쳤나? 왜 저렇게 소릴 지르고 저 야단이야?“


아버지는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짜증스럽다는 듯 투덜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검둥이는 더욱 무섭게 극성스럽게 으르렁거리며 짖어대고 있었습니다.


"아니 저놈의 개가 미치고 환장을 했나?”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어이쿠 다리야! 어이쿠, 아야, 아야하……!“


그때 검둥이의 으르렁대며 짖는 소리와 함께 웬 남자의 거친 비명 소리도 들리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는 틀림없이 웬 남자가 검둥이한테 물려 쩔쩔매며 지르는 비명소리였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엄마를 흔들어 깨우며 소리쳤습니다.


"여보! 일어나 봐요. 우리 집에 도둑놈이 들어왔나 봐."

"네에? 도둑이라고요?”


엄마가 벌떡 일어나며 잔뜩 겁에 질린 눈을 뜨며 되물었습니다. 그 바람에 잠이 깬 동수도 덩달아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일어서더니 바지를 찾아입고 있었습니다.


"여보! 어떻게 하시려고요?“


엄마는 여전히 겁에 질린 목소리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도둑놈이란 원래 앞에서 잡지 말고 뒤로 퉁겨 내쫓아야 탈이 없는 법이거든.”


아버지는 아무 걱정 말라는 듯 이렇게 말하고는 전등의 스위치를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갑자기 방문을 열어젖히며 소리쳤습니다.


“검둥! 왜 그래? 워어리, 워어리!”

그러자 바로 그때였습니다.


"에잇 썅! 이 오라질 놈의 개새끼 때문에 오늘 재수 옴 붙었네.“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은 도둑은 이렇게 투덜거리며 훔친 물건들을 동댕이치고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대문 밖을 향해 허둥지둥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식구들은 그제야 검둥이가 있는 앞마당으로 우루루 몰려나왔습니다.


개집 앞에는 도둑이 버리고 간 큼직한 자루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검둥이는 개 집 속에 들어가서 곧 숨이 끊어질 것처럼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검둥이의 등과 머리통에서는 시뻘건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개한테 심하게 물린 도둑이 너무나 일이 급해지자 흉기로 개를 몇 군데 찌르고 도망친 것이 분명했습니다.

”깨갱, 깽깨갱……!“


"어이구, 우리 검둥이가 아니었더라면 귀중한 물건들을 감쪽같이 도둑놈한테 빼앗길 뻔했네. 저런 쯧쯧쯧…….”

아버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검둥이가 다친 곳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개집에서 끌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검둥이는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고통스러운 소리로 깨갱거리기고 있었습니다.


도둑이 사나운 검둥이가 있는 것도 모르고 겁도 없이 들어왔다가 물건을 훔쳐가지고 나가다가 검둥이한테 갑자기 큰 봉변을 당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검둥이가 달겨들며 도둑의 다리를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자 흉기로 찍어버리고 도망친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심한 상처를 입은 검둥이는 결국 그 날부터 자리에 누워 끙끙 앓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뒤부터는 그토록 사납고 건강하기만 하던 검둥이는 아무리 맛이 있는 음식을 주어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끙끙 앓고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혀 짖지도 못하고 고통을 참지 못하고 개집 속에 널브러진 채 서 신음 소리만 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다는 약을 사다가 정성껏 발라 주기도 하고 먹여보았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뼈만 앙상하게 남을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검둥이를 팔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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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개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 걱정을 하고 있는 동수는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프고 복잡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자 점점 속이 상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만일 이대로 하룻밤만 자고 나면 내일 아침 일찍 이 아픈 몸으로 개장수한테 팔려갈 검둥이를 생각하면 더욱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 몰래 산으로 끌고 가서 풀어 놓아 줄까!‘


이런 생각을 하던 동수는 다시 고개를 흔듭니다. 그렇게 하면 검둥이가 금방 집으로 되돌아 오거나 그대로 산에서 혼자 죽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먼 곳에 살고 있는 친구네 집에 갖다 주고 길러달라고 해볼까!‘


그러나 동수는 이번에도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다 죽어가고 있는 개를 선뜻 맡아 길러 줄 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어쩌면 좋지?“


동수의 속은 점점 바작바작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속이 탑니다. 이렇게 우물쭈물하고 있다가 결국 하룻밤만 지나면 검둥이는 꼼짝없이 개장수한테 끌려가서 죽게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자 가슴속에서 불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슴을 앓고 있던 동수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무릎을 치면서 소리쳤습니다.

“아! 그렇게 하면 간단할 일을 가지고 여태까지 쓸데없는 걱정만 했잖아!"


순간, 지금까지 잔뜩 찌푸리고 있던 동수의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검둥아, 조금도 걱정마라. 옆에 내가 있잖아, 그치?“

그날 저녁, 부리나케 저녁밥을 먹고 난 동수는 급히 제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벙어리 저금통을 뜯어 놓더니 돈을 세어 봅니다.


십 원짜리, 오십 원짜리, 백 원짜리, 오백 원짜리, 천 원짜리……등, 저금통에는 그동안 꼬박고박 모아 둔 돈이 3만 원이 훨씬 넘습니다.


동수는 우선 삼만 원만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책과 공책을 챙겨 들고 다시 아버지와 엄마가 있는 안방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와 엄마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말했습니다.


"엄마! 나 친구네 집에 가서 공부 좀 하다가 올게 응?”


엄마는 의아한 표정이 되어 되물었습니다.


"아니, 왜 집에서 하면 안 되니?“


“그냥 두구려. 아이들이 혼자서 공부할 때도 있고, 모여서 같이 할 때도 있는 거지 뭐. 너무 늦지 말고 일찍 돌아오기나 하렴.”


“네, 그럴게요.”


아버지가 마침 선뜻 승낙을 해주는 바람에 동수는 그 길로 곧 앞마당으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안방을 슬글슬금 바라보며 말뚝에 매어 둔 검둥이의 쇠사슬을 조심스럽게 풀렀습니다.


개 목줄이 풀리자 이번에는 다시 검둥이의 목을 조심스럽게 잡은 다음 개집 밖으로 살살 끌어내려고 하자 검둥이가 갑자기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깨갱, 깨개앵~~~”

“아니 왜 공부를 하러 간다던 녀석이 가뜩이나 아파서 쩔쩔 매는 개를 귀찮게 건드리고 있니?”


그때, 방에서 검둥이의 비명을 들은 엄마가 동수를 나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니야! 살살 쓰다듬어 주기만 했는데 검동이가 괜히 그래.”


엄마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동수는 얼른 이렇게 둘러대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둥이를 기어이 개집 밖으로 끌어내고 말았습니다. 그다음에는 축 늘어져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검둥이를 두 팔로 안고는 살금살금 대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후유~~~ 드디어 성공이다. 이제야 간신히 살았구나! 그리고 검둥아, 이제는 조금도 걱정 마라. 네가 건강하게 병이 나으면 아버지가 널 팔아 버릴 염려도 없을 테니 말이야, 알았지?“


지금까지 초초한 마음으로 긴장했던 마음이 탁 풀리자 동수는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동수는 지금 검둥이를 부등켜 안고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 동물 병원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무거운 검둥이를 안고 쩔쩔매며 종종 걸음을 걷고 있는 동수의 이마와 등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연신 줄줄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수는 조금도 힘이 드는 줄 모르고 동물 병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짤랑, 짤랑…….”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동수의 주머니 속에 있는 동전들이 귀여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박자를 맞추어 주고 있습니다.


동수는 문득 겁이 나기도 합니다. 내일 새벽이 오자마자 밤새 검둥이가 없어졌다고 화가나서 소리소리 지를 아버지의 무서운 얼굴이 선하게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어느 틈에 서산 머리에 높이 떠오른 밝은 달님이 그런 걱정은 말라는 듯, 동수를 향해 방실거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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