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을 먹으면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된다]
"이잉~~ 엄마, 나 어떻게 할 거냔 말이야 이잉잉~~~“
오늘도 민수는 아침부터 엄마를 따라다니며 떼를 쓰고 있습니다. 엄마는 요즈음 틈만 나면 막무가내로 생떼를 부리고 있는 민수 때문에 진이 다 빠질 지경입니다.
오늘도 아직 채 한나절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또 몇 번이나 엄마한테 매달려 이렇게 생떼를 부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어떻게 하기는 뭘 또 어떻게 하란 말이야? 넌 왜 맨날 엄마만 보면 귀찮게 이 야단이니? 어이구, 네 등쌀에 엄마가 지레 죽고 말겠다.“
엄마는 지금 민수가 왜 이토록 떼를 쓰고 있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매일 똑같은 대답을 해주기도 지겹다는 생각에 일부러 딴청을 부려 봅니다. 민수한테 벌써 여러 날을 두고 시달려 왔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민수를 달래 줄 무슨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몰라서 물어? 이잉, 나도 이번에 친구들과 같이 학교에 갈 거라니까. 엄마~ 이이잉~~~“
아니나 다를까, 민수는 오늘도 또 학교 타령으로 엄마를 들볶고 있는 것입니다.
"글쎄, 그것만은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니? 네가 아무리 이렇게 엄마한테 귀찮게 떼를 써도 아무 소용이 없다니까.“
참다못한 엄마가 이번에는 이맛살까지 찌푸린 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딱 부러지게 대답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설 민수가 아닙니다. 엄마가 아무리 그래도 겁도 나지 않습니다. 엄마가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더욱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엄마한테 대들고 있습니다.
"치이, 왜 소용이 없다는 거야?“
"너 바보 아니니? 글쎄, 넌 나이가 어려서 올해는 입학할 수가 없다고 몇 번이나 더 말해야 알아듣겠느냐고? 으이구, 정말 답답해 미치겠네.“
"엄마가 왜 답답해서 미쳐? 정말 미치겠는 건 나란 말이야. 그리고 엄마, 내가 왜 어리다는 거야? 난 철구나 윤희, 그리고 혜영이하고 동갑이라고 엄마가 늘 그랬잖아?”
"글쎄 나이만 동갑이면 뭘 하니? 넌 그 애들보다 생일이 한 달이나 늦어서 학교에 갈 수가 없단 말이야.”
"그까짓 거 생일이 좀 늦으면 어때?“
"어떻기는……. 생일이 늦으면 학교에서 받아주질 않으니까 그렇지.“
"몰라! 난 그런 건 모른단 말이야, 차암! 엄마, 나 잠깐만 볼래?”
민수는 문뜩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환한 얼굴이 되어 엄마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보긴 뭘 또 보라는 건데?“
"난 철구나 혜영이보다 키도 이렇게 크고 힘도 세다니까.“
민수는 엄마가 보라는 듯 얼굴빛이 벌개질 정도로 발뒤꿈치를 번쩍 치켜들어 까치발을 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른팔을 힘껏 오므려 자랑스럽다는 듯 알통을 만들어 내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어이구, 우리 강아지 정말 키도 크고, 힘이 세기도 하지. 그렇지만 키만 그렇게 크면 뭘하니? 호호호…….“
엄마가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바람에 민수는 다시 심통이 나고 말았습니다.
"엄마, 나 그것뿐인 줄 알아? 난 그 애들보다 글씨도 더 잘 쓸 수 있단 말이야.“
"그래, 그건 엄마도 잘 알아. 그렇지만 키만 크고 글씨만 잘 쓰면 뭘 하니? 학교에서 받아 주지를 않으니까 그런다니까.“
"학교에서 왜 안 받아 줘?"
"으이구, 이런 벽창호 같은 녀석을 봤나. 그럼 엄마가 분명히 가르쳐 줄까?”
"응, 어서 말해 봐.”
“학교에 입학하려면 누구나 취학통지서라는 게 있어야 한단 말이야.”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넌 친구들보다 생일이 한 달이 늦어서 취학통지서가 안 나온다구. 그래서 받아주지를 않는 거라니까 자꾸만 귀찮게 굴고 그러네.”
"몰라. 난 그까짓 취학통지서가 없어도 학교에 갈 거란 말이야, 이잉~~~“
"으이구, 그럼 네 재주껏 학교에 가든지 말든지 엄마도 이젠 모르겠으니 네 맘대로 하 렴.”
민수가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엄마는 결국 진이 다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결국 한발 물러서고 말았습니다.
"치이, 싫으면 다 그만둬! 엄만 툭하면 맨날 맨날 모른다고만 하지, 쳇!“
민수는 바짝 심통이 난 얼굴로 이렇게 대꾸하고는 그제야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후유~~, 이런 골칫덩어리를 봤나!“
화가 잔뜩 나서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는 민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엄마의 입에서는 저절로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엄마는 문득 그런 민수가 몹시 측은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속이 상합니다.
지금까지 유치원에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모두 학교에 가고 민수 혼자만 남아 풀이 죽은 채 혼자 놀고 있을 생각을 하니 너무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습니다.
엄마가 한동안 민수 때문에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엄마! 엄마아!“
바로 조금 전에 잔뜩 심통이 나서 밖으로 뛰쳐나갔던 민수가 금방 집으로 뛰어들어오며 엄마를 다급하게 부르고 있었습니다.
민수는 조금 전에 심통이 바짝 났던 얼굴이 아닙니다. 아주 밝고 환한 얼굴로 엄마를 찾고 있었습니다.
"아니, 왜 더 놀다가 오지 않고?“
엄마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민수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엄마,엄마, 며칠 밤 더 자야 설날이 돌아오지. 응?“
"설날? 설날은 며칠 전에 지났는데 뚱딴지같이 무슨 설을 또 찾고 있니?“
"아니 그게 아니고 음력 설날 말이야, 음력설!“
"으음, 음력 설은 앞으로 꼭 스무 밤만 더 자면 된다만, 그런데 그날은 왜?”
엄마는 여전히 무슨 영문인 줄을 몰라 벽에 걸린 달력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민수가 다시 신바람이 나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나두 이제 친구들하구 같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단 말이야.“
"뭐어? 그건 또 무슨 소리니?“
엄마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민수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응, 정말이야, 나 조금 전에 밖에 나가서 철구 엄마를 만나게 되었거든."
"음, 그랬는데?”
철구 엄마가 그러는데 이번 설날에 나보구 떡국을 두 그릇만 먹으래.“
“떡국을 두 그릇씩이나? 그건 왜?"
"설날 떡국 한 그릇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는 거야.”
"으응, 그건 그렇지. 그래서?“
"그런데 철구 엄마 말이 그 날 떡국을 두 그릇을 먹으면 한꺼번에 두 살을 먹게 된다는 거야. 엄마, 정말 그 말이 맞아?“
"아암, 맞구말구. 그래서?“
"지금은 내가 생일이 늦어서 친구들보다 한살이 적잖아?"
"그야 그러니까 학교에 못 가지 않니?“
"그러니까 음력 설날이 되면 난 떡국을 두 그릇 먹을 거란 말이야. 그러면 나도 철구나 혜영이, 그리구 윤희와 동갑이 될 거 아니야. 엄만 그것도 몰라?“
민수의 설명을 들은 엄마는 그제야 민수가 기분이 한껏 들뜨게 된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절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말했습니다.
"호호호……. 오오라! 정말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는 걸 엄마가 왜 진작에 그 생각을 못했지? 호호호…….”
"우와! 신난다! 엄마, 내 말이 맞지?“
엄마의 대답 소리를 들은 민수는 더욱 신바람이 나서 겅중겅중 뛰면서 소리쳤습니다. 어찌나 좋아서 신나게 뛰면서 소리소리 지르는지 집안이 온통 떠나갈 정도로 시끄러웠습니다.
"아 참! 엄마, 나 지금 당장 아빠한테 전화할게.”
한바탕 신바람이 나서 뛰던 민수가 문득 무슨 생각에서인지 급히 전화통 앞으로 달려가면서 말했습니다.
"갑자기 아빠한테 전화는 왜?"
"학교에 가려면 당장 책가방이 있어야 하잖아. 엄마는 그것도 몰라?”
그러자 엄마가 펄쩍 뛰면서 소리쳤습니다.
"아니야. 책가방은 엄마가 나중에 천천히 사와도 된다니까.”
"아니야, 철구도 벌써 가방을 사놓았다니까. 그러니까 나도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올 때 철구 가방보다 더 멋있고 비싼 것으로 사오라고 부탁할 거란 말이야.”
민수는 엄마가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어느 틈에 벌써 전화기 버튼을 재빨리 눌러대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민수의 그런 모습을 물꾸러미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민수야아! 노올자아~~~“
그때 어느 틈에 왔는지 밖에서 민수를 부르는 철구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응, 그래, 나 금방 나갈 게 잠깐만 기다려!”
민수는 마치 철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활짝 갠 환한 얼굴이 되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대답하였습니다.
철구를 만날 생각에 마음이 몹시 다급했던지 아빠와의 통화도 대충 얼른 끝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다짐이라도 하듯 엄마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설날에 나 떡국 많이 해 줘야 해. 알았지?“
”……!“
민수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엄마가 미처 대답할 겨를도 없이 마치 용수철에 튕겨지기라도 한 듯 신바람이 나서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런 민수를 바라보고 있는 엄마는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긴 한숨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두고두고 생각해 봐도 엄마로서는 도무지 좋은 묘안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