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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06. 2020

즐거운 나의 집

 어쩌다 거리를 나서서 거닐다 보면 얼른 보기에 모두가 활기차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차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어느 곳을 가나 최신 유행에 따라 한껏 멋을 낸 젊은이들의 힘차고 분주한 발걸음들이 마치 파도처럼 물결을 이루고 있어서 보기만 해도 절로 없던 힘이 솟는 듯하다.     


어디 그뿐이랴. 


산에 오르면 울긋불긋 원색의 고급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멘 등산객들의 행렬, 그들 역시 하나같이 여유가 있고 힘이 넘쳐나고 행복하기 그지없어 보여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밝아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마냥 부럽기 그지없다.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그저 즐겁고 행복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리라. 얼핏 보기에만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아마 그들 나름대로 남모를 걱정과 근심거리는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런 걱정들을 잊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앞날의 희망을 이루기 위해 어두운 표정만큼은 감추고 있으리라.        


문득 전 세계인들이 오늘날까지 즐겨 부르고 있는 ‘즐거운 나의 집’이란 곡의 노랫말을 지은 <존·하워드·펜>의 생애에 대한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는 평생 결혼이라고는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그리고 게다가 집도 없는 걸인 신세로 길거리를 헤매다가 생을 마가만 불쌍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주옥같은 노랫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단 말인가. 


아마 집은커녕 단 한 명의 가족도 없이 평생 길거리를 헤매는 처량한 신세였기에 오히려 그의노랫말처럼 그런 가정이 몹시 그리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야 비로소 물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들 역시 현재 저마다 가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정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하였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누구나 뜻밖의 험한 파도와 가시밭길을 만나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혼자만 불행하고 나 혼자만 힘겹고 버거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궂은 날이 지나면 언젠가는 활짝 갠 날도 있게 마련인 것이 세상의 조화이며 진리인 듯 싶다.  

    

그건 단순히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 역시 지난 몇 해 동안 뜻밖의 힘들고 불행한 일들을 여러번 겪게 되었다. 


그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큰 불행들이었다.   


다시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슬픈...    


그 일로 인해 이 세상에 오직 나 혼자만 달랑 남이 있는 것 같은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공허함.     


그로 인해 난 그 뒤부터 갑자기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 뿌옇게 보이고 삶의 의욕마저 사라지고 말았던 가슴이 아리도록 슬픈 기억이 지금도 가끔 되살아나곤 하여 나를 아프게 하곤 한다.      


금년 새해가 밝아온 지도 벌써 두 달째를 넘기고 있다.      


‘이제는 그만 모두 잊어야지. 그리고 다시 힘을 내야지.’     


이 해부터는 그동안 마치 해파리의 몸뚱이처럼 볼품없이 축 늘어져 있던 나의 몸과 마음을 다시 한번 굳게 추스르고 힘껏 기지개를 켜야만 할 것 같다.    

  

난 어느새 어디선가 <존·하워드·펜>의 ‘즐거운 나의 집’이란 곡이 나의 귓가에 은은하게 들려오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잠긴다.  

     

‘그렇다! 지금 난 아무리 불행하다 해도 아직 가정만큼은 어엿이 살아있지 않던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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