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농부

[기회는 항상 주어지는 게 아니다]

by 겨울나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이런저런 핑계로 꼭 해야 할 일을 하루하루 미루다가 정말 중요한 일을 놓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기에 <F. M. 도스토에프스키>는 ‘새가 날아간 뒤에 꼬리를 잡으려 하는 것은 무리한 짓이다’ 라고 말하였다.

또한 <D. 카네기>는 이 세상에 좋은 기회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다만 그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을 뿐이다‘ 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여기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기를 좋아하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결국 살림살이는 더욱 가난해져서 뒤늦게야 후회를 하게 된 옛날 어느 농부의 이야기를 소개해 보리고 하겠다.




어느 마을에 아주 게으른 농부가 살고 있었다. 이웃집의 다른 집 농부들은 이른 봄부터 들에 나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지만, 이 농부는 그렇지 않았다.


워낙 일하기를 싫어해서 날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빈둥거리며 놀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웬 잠이 그렇게 많은지 허구한 날 방에 틀어박혀 낮잠을 즐기곤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술을 몹시 좋아하였다. 그래서 어쩌다 돈 한 푼이 생기면 살림살이에 보태는 것이 아니라 그 길로 주막으로 달려가서 술타령을 일삼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어느 날, 그런 남편을 보다 못한 아내가 간곡하게 매달리며 조르게 되었다.


"여보, 허구한 날 이렇게 잠을 자지 않으면 술타령만 하면 도대체 어쩌자는 거예요. 내일은 제발 재 너머에 있는 논을 좀 갈아줘요, 네? 으이구, 속 터져 못 살겠네.“


속이 터질 대로 터진 아내가 이렇게 보채고 있었지만 농부는 여전히 태연하기만 하였다.


"나도 있다니까. 내가 뭐 그동안 일하기가 싫어서 논을 갈지 않았나.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은까 못 갈게 된 거지.”


"그럴만한 이유라니요?“


“아, 당신도 생각 좀 해보라구. 며칠 전에는 논을 갈기 위해 막 집을 나섰더니 그때 마침 비가 쏟아져서 되돌아온 걸 당신도 알고 있잖아.”


"그렇다면 그다음 날에는 왜 안 갈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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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날은 당신도 알다시피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잖아.”


"그럼 그렇다 치고 그다음 날은요?“


"이런, 이 여자가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그 날은 내가 그 전날 마신 술이 너무 취해서 당신이 끓여준 북어 국 때문에 겨우 정신을 차렸었는데 그걸 벌써 까맣게 잊어버렸단 말이야?“


아내는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남편의 말에 하도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잔소리를 늘어놓게 되었다.


"어이구우,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공동묘지에 가면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더니 농사꾼이 당신처럼 이것저것 다 가리다가 언제 일을 해요? 내일은 하늘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제발 논을 좀 갈라고요. 이러다가는 우리 식구들 모두 목구멍에 거미줄을 치게 된다구요. 알았어요?”


"아, 글쎄 알았다니까. 당신 말대로 내일은 하늘이 무너지는 한이 있다 해도 논을 갈러 갈 테니까 자꾸만 귀찮게 굴지 좀 말라니까요. 으이그, 무슨 여편네가 웬 잔소리가 그렇게 심하담.“


그 이튿날이었다. 농부는 아침밥을 먹자마자 오늘만은 큰마음 먹고 지게와 쟁기를 챙기고 있었다. 오늘은 아내의 잔소리가 귀찮아서라도 꼭 논을 갈아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때 마침 이웃에 사는 친구가 그물을 들고 찾아왔다. 그리고는 비가 와서 고기가 많이 올라왔으니까 개울로 물고기를 잡으러 가자고 하였다. 농부는 고기를 잡으러 간다는 말에 눈이 번쩍 띄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하늘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논을 갈아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였기에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용케 거절을 하게 되었다.


“허어, 오늘만은 안되네. 지금 마침 논을 갈러 가려고 하던 참이었거든. 그리고 오늘 논을 갈지 않으면 언제 모를 낸단 말인가.”


"허어, 이 사람이 언제부터 이렇게 부지런해졌어? 기왕에 늦은 일인데 논갈이는 내일로 미루게나. 농사꾼이 하루 일을 늦춘다고 해서 손해를 보면 얼마나 보겠나. 안 그런가? 자, 그러니 오늘은 어서 나와 같이 고기나 잡으러 가세나.”


농부는 친구가 몇 차례 보채는 바람에 마음이 슬그머니 솔깃해지면서 끌리고 말았다. 그래서 등에 지고 있던 지게를 도로 내려놓고 자석에 이끌리듯 친구를 따라 개울로 고기를 잡으러 가게 되었다.


그날 개울가에 가서 물고기를 제법 많이 잡은 그들은 매운탕을 안주로 친구와 어울려 다시 술을 실컷 마시게 되었다. 농부는 결국 술이 잔뜩 취해 정신을 읽고 그다음 날 역시 종일 방에 누워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논을 갈아야지, 이거 정말 큰일이 나고 말겠는걸.”


그러나 이튿날은 공교롭게도 다시 소나기가 억수로 쏟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건강하던 소가 갑자기 배탈이 나서 일어서지를 못하는 바람에 일을 시킬 수가 없었다.


또 그다음 날은 가까운 집안의 조카 결혼식이 있었고, 그다음 날은 마을에 초상이 났다. 그런 줄줄이 사탕 같은 일들을 치르고 나니 그럭저럭 이미 열흘이 지나고 말았다. 결국 모를 낼 시기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농부가 부랴부랴 겨우 논을 갈고 모내기를 했으나 벼는 대부분이 쭉정이가 되어 평년작의 소출에 반도 미치지 못하는 흉작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이듬해 봄이 오기도 전에 농부의 집에는 양식이 바닥나게 되었고 식구들의 배에서는 한결같이 꼬르륵' 소리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 모두가 그동안 내가 너무나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게을렀기 때문이란 말이야!“

농부는 뒤늦게야 이렇게 몇 번이고 후회를 하였지만, 이제 와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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