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눈이 내린 날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이른 아침부터 눈이 많이 내려 쌓였다.

오랜만에 눈이 내린 바깥 풍경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성길 씨가 입을 열었다.


“우와아~~~ 올 겨울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려 쌓이기는 처음인걸!”


성길 씨의 말에 아내가 얼른 끼어들었다.


“그럼 이따가 우리 혜영이와 같이 나가서 눈사람이나 만들어 볼까요?”


“안돼. 코로나 때문에 아직도 위험해. 지난번에는 집안끼리 모여서 식사 한번 했는데도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던 걸.”


“맞아요. 그건 그래요. 그렇게 집안 식구들끼리 잠깐 식사를 해도 걸린다던데 요즘 종교인들은 왜 그 모양들인지

난 이해가 안 가요.”


“누가 아니래. 그 사람들은 무슨 배짱인지 막무가내더라고. 그래서 오늘도 무더기로 확산이 되고 정말 걱정이야.

오죽 답답하고 성질이 나면 교회에 계란까지 던졌겠어. 그리고 그들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힘이 빠지고 낭비가 많겠어.”

“정말 그래서 걱정이라니까요.”


“그건 그렇고 요즘 코로나 때문에 여자들은 좋겠어.”


“여자들이 좋겠다니 그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그렇고말고. 요즘 누구나 ①미안막을 쓰고 다니는 게 일상화 되었는데 귀찮게 굳이 ②구홍을 칠하고 다닐 필요가 없잖아?”

“으이그, 난 또 무슨 소리라고? 그걸 말이라고 해요? 아무리 귀찮아도 그런 걸 바르고 다닐 때가 좋은 거지. 안 그래요?”


“허허허, 맞아요. 그건 그렇지. 그런데 난 겨울이 되니까 피부에 각질이 자꾸 생기면서 거칠어지는 바람에 이제부터는 ③ 살물결도 바르고 ④물크림도 자주 발라야 되겠더라구.”


“그래요. 아직 많이 남아있나 본데 이런 때 발라야지 그걸 뒀다가 뭘 하려고요.”


“그런데 차암, 요즈음 여성들을 가만히 보면 그전처럼 ⑤빼또를 신은 사람들은 잘 안보이고 대부분이 ⑥깨또가 아니면 휴즈를 신고 다니는 것 같더라구. 양말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드문 것 같고. 안 그래 여보?그거 왜 그런 거야?”


“으이그, 이 양반 길거리 다니면서 그런 것만 보고 다니나 봐. 으이그. 이제 보니까 이상한 사람이란 말이야.”


아내는 성길 씨를 한번 흘겨보더니 성길 씨의 어깨를 꼬집고 말았다.


“아야야, 아파라. 알았어. 그런 것만 보는 게 아니라 내 눈에 보이는 걸 어떻게 해. 그건 그렇고 요즈음 이렇게 집에만 가만히 있다 보니 입이 심심해서 못 견디겠어. 집에 뭐 일참거리 좀 없을까?”

“일참 거리가 어디 있어요. 그럼 어제처럼 꼬부랑국수(라면)나 또 끓여드려요?”

“그것도 좋지. 거기다가 소주도 한잔, 알았지?”

“알았어요.”


아내는 곧 꼬부랑국수를 끓이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아무튼 성길 씨네 가족은 코로나로 인해 오늘도 그렇게 숨이 막히고 답답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 )






※ 참고


① 마스크 ② 립스틱 ③ 스킨 ④ 로션 ⑤ 힐 ⑥ 구두

⑦ 운동화 ⑧ 타이즈 ⑨새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