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수갑 찬 녀성들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여보! 당신도 소식 들었어요?”


아내가 성길 씨를 향해 한껏 밝아진 표정이 되어 말을 걸었다.

“무슨 소식?”


“이번에 또 우리 도에서 재난지원금을 준대요. 이렇게 힘들 때 그게 어디에요. 안 그래요?”


“하긴 그렇지. 하지만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아.”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재난지원금을 받으면 무조건 좋은 거 아니예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재난지원금은 병아리 오줌만큼 받고 나중에 물가나 세금은 황소 오줌만큼 부풀어진다고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생각해 봐. 정부나 지자체에 예산은 없는데 그 많은 돈이 다 어디서 나오겠어.”


“하긴 그러네요. 그래도 우리처럼 넉넉지 못한 집은 당장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우선 월급을 가불하는 셈 치고 미리 쓰는 것도 큰 도움이 되잖아요.”


“그렇긴 하지. 코로나 이후로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이 드니 나도 이제부터는 시간이 나는 대로 ①파철이나 ②헌종이를 주우러 다녀볼까?”

“으이그, 처량한 소리도 하고 있네요. 다 그만둬요. 요즘은 전과 달리 그런 것들이 모두 똥값이어서 고생만 한다고 하잖아요.”

“그건 나도 알아. 그냥 해본 소리야. 그건 그렇고 이제 1월도 다 갔으니 겨우내 입던 ③동투④동복 같은 옷들을 슬슬 정리해 둬야 할 것 같아.”


“그건 아직 멀었어요. 3월달에도 추운 날이 많잖아요.”


“허긴 그래. 어느 해에는 4월달에도 ⑤상박이 내릴 때도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래요? 우박이 내리는 건 봤지만 서리까지 내리는 건 못 봤네요.”


“아하, 그렇지. 그건 당신 말이 옳아요. 그런데 요즘 ⑥ 녀성들은 아름다운 몸매를 가꾸기 위해 ⑦ 몸까기⑧ 피타는 노력을 하면서도 ⑨수갑들을 차고 다니는 녀성들은 눈에 잘 띄지 않더라고. 그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전보다 살기가 어려워져서 그런 건가?”


그러자 아내가 좀 서운한 듯 풀이 죽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글세 그걸 누가 알겠어요. 난 그 흔해 빠진 걸 한 번도 차고 다니지 않아서 그 사람들의 심정을 잘 모르겠네요.”

“어이구, 이거 내가 괜한 소릴 했나 보군. 미안해요. 내가 이다음에 돈 많이 벌게 되면 고급 수갑도 사주고 다이아몬드 반지도 사줄게. 알았지?”


성길 씨는 몹시 미안한 듯 아내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주고 있었다. ( * )






※ 참고


① 고철 ② 파지 ③ 스웨터 ④ 패딩 ⑤ 서리와 우박

⑥ 여성 ⑦ 다이어트 ⑧ 피나는 ⑨ 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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