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맵시 나는 아재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오늘도 답답하고 지루했는지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 중얼거리고 있었다.

“우리야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이번 구정에는 공원묘지까지 아예 문을 닫는다는군. 그러니 성묘는 포기해야 되겠더라고.”


성길 씨의 말에 아내가 다시 끼어들었다.


“좀 안타깝긴 하지만 난 그거 아주 정부에서 잘한 일이라 생각해요. 묘지까지 개방을 했다가는 지금까지 그나마 잘 지켜온 거리 두기가 모두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일 아니예요, 안 그래요?”

“아암, 자칫 방심했다가는 생명까지 잃을 판인데 잘한 일이고 말고. 만일 성묘를 갔다가 자손이 생명을 잃게 된다면 조상님들도 그건 원하지 않을 거란 말이야. 코로나가 없을 땐 여기 ①아래 동네에서는 성묘행렬이 대단하던데 말이야.”


“명절날 북한에서는 안 그랬어요?”


“당 간부들이라면 몰라도 아무래도 벌어먹기에 바쁜데 여기만 하겠어? 여기처럼 자동차도 별로 없고 말이야. 여보, 오늘 저녁 메뉴는 뭐지?”

“왜요? 오늘은 또 뭐가 먹고 싶은 건데요?”


“내 생각 같아서는 오랜만에 혜영이가 좋아하는 ②닭튀김요리③닭알씨운밥을 해먹는 게 어떨까?”

“호호호……. 그러고 보니 닭으로 아예 도배를 할 생각이군요? 웬 닭을 그렇게나 좋하해요? 그나저나 이게 있어야 그런 것도 마음대로 먹죠?”


아내는 닭타령만 하는 성길 씨의 말에 깔깔 소리 내어 웃더니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대답했다.

“허허허, 닭요리는 나만 좋아하나. 혜영이도 당신도 다 좋아하잖아. 그리고 돈이 그렇게 다 떨어졌다고? 생활비로 쓰다 남은 ④사슬돈도 아예 없단 말이야?”

“으이그, 그렇게 바닥이 났다면 어떻게 살아요. 앞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 아껴써야 하니까 그러는 거죠. 어쨌든 당신이 먹고 싶다니까 오늘만은 주문할게요.”

“고마워요, 여보. 그리고 지난번에 사온 ⑤닭알기름장 아직도 좀 남아있지?”


“호호호……. 아직도 닭타령이 또 남았어요? 그런데 그건 뭘 하게요?”


“뭘 하기는……. 닭알씨운밥에는 으레 닭알기름장을 곁들여 먹는다는 걸 몰라서 물어?”

“호호호……. 알죠. 내가 그걸 왜 모르겠어요. 그럼 오늘 저녁은 닭을 가지고 아주 세트로 노니까 그러는 거죠. 호호호……."


”하하하, 그렇게 됐나?“


성길 씨와 아내가 재미있게 웃는 소리에 방에 있던 혜영이가 무슨 일인가 하고 눈이 둥그렇게 되어 거실로 나오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좋아서 웃고 야단들이야?“

그러자 성길 씨가 먼저 혜영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으응, 엄마가 오늘 저녁에 말이지, 혜영이가 좋아하는 닭튀김요리닭알씨운밥닭알기름장도 먹게 해준대. 어떠니? 혜영이 너도 좋지?“

”우와아, 신난다!“


혜영이도 너무 좋아서 펄쩍 뛰며 좋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성길 씨가 혜영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이구, 우리 혜영이도 이제 보니 다 컸구나. 이제 조금만 더 크게 자라면 어엿하고 ⑥맵시나는 ⑦아재가 되겠는걸. 허허허…….“

”아빠, 그걸 이제 알았어? 난 이제 이래 봬도 어엿한 예비 숙녀란 말이야. 호호호…….“


혜영이도 기분이 좋은지 이렇게 대꾸하며 웃고 있었다.

”허허허, 아암, 이제 혜영이도 예쁘게 화장을 하고 ⑧분크림만 바르면 어엿한 숙녀고말고. 아아! 그러고 보니 아빠도 명절이 가까워지니까 북에 계신 ⑨오마니 생각이 절로 나는구나!“


오늘따라 성길 씨의 표정이 무척이나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 * )






※ 참고


① 한국 ② 치킨 ③ 오무라이스 ④ 잔돈 ⑤ 마요네즈

⑥ 멋있는 ⑦ 아가씨 ⑧ 파운데이션 ⑨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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