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성길 씨의 북한 이야기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오늘은 아내가 좀 심심했던지 느닷없이 성길 씨가 어린 시절에 북한에서 생활했던 이야기를 묻고 있었다.

“당신 여기 오기 전에 북한에서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았어요?”


“새삼스럽게 왜 그런 건 또 물어?”


“그냥 궁금해서요.”


북한 이야기가 나오자 성길 씨는 두 번 다시 생각조차 하기 싫다는 듯 어두운 표정이 되더니 천천히 입으 열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고생한 건 말도 마라. 우선 먹을 게 없으니까 한때는 이리저리 쫓겨다니면서 ①메뚜기장사를 해본다고 참 고생도 많았지.”

“그래요? 그럼 그때 어떤 것들을 팔러 다녔는데요?”


“할 수 있깐?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팔러 다녔지. 우선 밥에 넣어먹을 수 있는 ② 줄땅콩이며 ③ 펑펑이가루, 그리고 어떤 때는 ④ 찡걸발이나 ⑤길금을 팔러다니기도 했지.”


“그래요? 그럼 그렇게 몰래 장사를 하다가 만일 단속하는 사람들에게 잡히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어떻게 되기는……. ⑥ 얼싸하게 ⑦ 흐림수를 쓰다가 그래도 안 통하면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게 되는 거지.”

“누구한테 어디로 끌려가는데요?”


“어디로 가기는……. ⑧ 보안원한테 붙잡히고 나면 ⑨ 공안국으로 끌려가는 거지. 그리고 ⑩ 구류소에 갇혀 며칠이고 고생을 하다가 나오는 거지.”


“으이그, 한번 세상에 태어나서 밥 한번 먹고 살기 힘드네요. 거기서 그렇게 죽을 고생을 하다 나왔는데 여기서는 조금이라도 좀 넉넉하고 편하게 사셔야 하는데…….”


“후유, 누가 아니라나. 언젠가는 우리도 그런 날이 오겠지 뭐.“

아내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지자, 성길 씨도 덩달아 긴 한숨을 쉬고 있었다.( * )





※ 참고


① 북한 시장에서 단속반을 피해 장사를 하는 것

② 강낭콩 ③ 옥수수 ④ 낙지 ⑤ 엿기름 ⑥ 그럴 듯하게

⑦ 속임수 ⑧ 경찰관 ⑨ 경찰서 ⑩ 유치장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