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낼 수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올림픽에 남자 선수만 참가할 수 있는 마라톤 경기가 70여 년이나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여자는 2.5Km이상 뛸 수 없다는 세상 사람들의 그릇된 판단과 선입견 때문이었다.
이에 격분한 영웅이 있었다. 그는 ‘캐서린 스위처’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었다. ‘캐서린 스위처는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결심을 하게 된 것이 마라톤에 참가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성이기에 마라톤에 참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인적사항을 반드시 기록해야 하는데 이름과 나이 주소 등, 약식(이니셜)으로 등록하기만 하면 되는 허점이 있었다.
캐서린은 마침내 약식으로 등록만 하면 가능한 선수 등록에 성공하게 되었다. 선수 등록을 맡은 관리자들 역시 당연히 남자 선수일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다행히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그날은 마침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모자와 후드를 뒤집어 쓴 선수들이 많았는데 그 역시 캐서린에게는 성별
을 감추는 일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경기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경기 도중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버스를 타고 선수들을 따라가고 있던 대회 조직위원장에게 그만 여자라는 것을 들통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당장 나가! 여기가 어디라고 여자가 끼어서 뛰고 있어!”
버스에서 내린 조직위원장은 곧 캐서린 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성이 난 얼굴로 큰 소리를 지르며 달리고 있는 캐서린을 길 밖으로 쫓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캐서린 가슴에 붙어있는 번호표도 뜯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캐서린은 이에 조금도 겁을 먹거나 굴하지 않았다. 끌어내려는 조직위원장과 이를 무시하고 뛰고 있는 캐서린 두 사람이 옥신각산 하는 사이에 오히려 조직위원장이 길바닥에 나동그라지는 불상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캐서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냥 죽을 힘으 다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캐서린은 4시간 20분 만에 결승선을 완주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여성이었기에 실격을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캐서린은 그것으로 당당하고 만족했다. 기자들이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마 오늘 내가 이렇게 뛰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여자 마라톤은 종목은 영영 없었을 겁니다.”
그 후 캐서린은 여성 주자들을 위한 캠패인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로부터 5년 뒤에는 여자 올림픽 마라톤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게 되었다.
여성도 올림픽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히 몸소 보여준 역사적으로 대단한 영웅이 탄생했던 것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여자 마라톤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선수로 등록된 50명의 여자 선수가 출발하였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드디어 수많은 관중들의 우레같은 박수를 받으며 선수 하나가 1위가 골인하였다. 그 뒤로 2등, 3등으로 선수들이 운동장으로 들어올 때마다 사람들은 열광하며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서른두 번째 여자 선수가 운동장 입구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 순간 관중들은 눈살을 찌푸린 채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선수는 왼쪽 다리를 몹시 저는 불구임에도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굳은 신념을 가지고 경기에 참가했던 것이다.
그녀는 곧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한 몸을 겨우 유지하며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실로 눈으로 보기에 안타깝기 그지없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광경을 보다 못한 대회 임원들이 들것을 들고 달려가서 그녀를 부축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가 그렇게 마지막 남은 트랙을 한 바퀴 뛰는 동안 이미 다섯 명의 선수들이 그녀를 앞질러 갔다.
그때 관중석에 앉아 있던 그 누군가가 그녀를 향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비틀거리면서도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드디어 그녀가 골인을 하는 순간,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면서 만세를 불렀다. 1등에게 보냈던 것보다 더 큰 환호성이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마침내 구급차로 병원으로 실려 가며 그녀는 미소 띈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 누구나 정상을 올라가 보지 않은 사람은 정복의 기쁨을 모르는 법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