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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Jun 15. 2021

백주(白晝)의 가정 침입 강도
사건 (4)

[그 당시 이웃집 대낮 강도 사건 사례 ①]

강도 사례 1     


대낮 강도가 활개를 치다 보니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공포에 떨면서 살아갈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속담에 ‘한 사람의 도둑을 열 사람이 잡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경찰이 아무리 혈안이 되어 검거해 보려고 안간힘을 다해 보고 있지만, 강도들은 마치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하루가 멀다 하고 활개를 치며 극성을 부리곤 하였다.      


대낮에만 벌어지고 있는 강도여서 낮에는 집에 있기가 두려워 아예 집을 비워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어느 집이나 만일 강도가 들어오게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을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어느 집에서는 강도가 들어오면 사람이라도 변을 당하지는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만일 강도가 들어오면 그들에게 선뜻 내주기 위해 금은붙이를 보관한 패물 상자를 미리 준비해 놓고 있는 집도 있었다고 한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더니 그러던 중 패물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던 어떤 집에 예상했던 대로 마침내 그 집에도 강도가 들이닥치게 그때 그 집에는 연세가 지긋한 노년 부부 두 사람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강도가 들어오자 부부는 공포에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 집에 현금은 전혀 없고 마침 몇 가지 패물이 있으니 그거라도 드릴 테니 제발 사람만큼은 무사하게 해 달라며 싹싹 빌게 되었다. 패물 상자 안에는 귀걸이, 팔찌, 목걸이 등, 값이 나갈만한 나가는 귀금속들이 제법 많이 들어있었다.   

   

강도들은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눈이 둥그렇게 되면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 그리고 뜻밖의 큰 횡재를 했다는 생각에 만족한 표정으로 패물 상자만 들고 신바람이 나서 그 집에서 만족한 표정으로 군소리없이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의 일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그때 패물을 가지고 갔던 강도들이 또다시 대낮에 그 집을 찾아오게 되었다. 그날도 그 집은 노부부 두 사람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성질이 나서 다짜고짜로 두 부부를 거칠게 묶었다. 그리고는 무슨 물인지는 몰라도 가지고 온 병에 들어있는 걸죽한 물을 강제로 입을 벌리고 마시게 하였다.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늙은것들이 겁도 없이 감히 우릴 속여?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갈 테니 그 대신 이거나 실컷 마셔보란 말이야. 어서!”     


강도들은 이렇게 성질이 나서 소리치고는 병에 든 걸쭉한 물을 강제로 두 부부의 입에 틀어박았다. 두 부부는 별도리 없이 겁에 질린 채 그 물을 꿀컥꿀컥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마시던 두 부부는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있는 그 물이 어찌나 냄새가 지독하고 고약한지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구역질을 하면서 한바탕 난리를 피울 수밖에 없었다. 

부부가 구역질을 하면서 방바닥에 정신을 잃고 나동그라지자 그들은 유유히 그 집에서 나가면서 다시 한마디 위협을 하였다.       

 

“다시 한번 그런 짓을 했다가는 그다음에는 귀신도 모르게 죽을 줄 알아. 알겠어?”  

   

부부는 저녁때가 되어서야 가족들에 의해 발견되어 급히 응급실로 달려가서 응급조치를 받고 겨우 생명만은 건지게 되었다.   

    

사실은 노부부가 준비해 가지고 있던 귀중품들은 가짜였다.      


강도가 들어오면 그거라도 내주고 당장 위험을 모면해 볼 생각으로 머리를 썼던 것이다. 그리고 강도들은 그 패물 상자를 들고 가서 돈과 바꾸다 보니 그것이 가짜라는 것이 들통이 나는 바람에 다시 보복하러 찾아왔던 것이다.     



 강도 사례 2         

  

어느 가정에서는 낮에 중년 남성 서너 명이 모여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얼른 보기에는 한가롭게 바둑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 역시 아예 강도가 들어올 것을 미리 각오하고 불안한 상태로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3인조 스타킹 복면강도가 칼을 하나씩 들고 들이닥치며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꼼짝 말고 두 손 번쩍 들엇!”     


바둑을 두던 세 사람은 손을 번쩍 들며 그들이 하라는 대로 순순히 응하게 되었다. 그러자 강도 중의 하나가 다시 세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집 주인이 누구지?”   

 

“저, 접니다.”     


주인이 겁먹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그들 중의 하나가 주인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은행 통장이 있는 곳, 그리고 값이 나갈만한 금붙이가 있는 곳을 바른대로 말해 달라고 하였다.      


은행 통장이 있긴 하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새 통장은 직장에 나가는 아들이 항상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집에는 없다고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패물이라도 얼른 내놓으라고 하였다. 패물 역시 모두 몸에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없다고 성질이 난 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무엇이라도 가지고 가기 위해 주인과 나머지 두 사람까지 한동안 무섭게 협박을 하며 겁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세 사람의 주머니를 모두 뒤져서 용돈도 빼앗았다. 그리고는 이틀 뒤에 다시 올 테니 그때는 세 사람 모두 은행 통장과 패물도 준비해 놓으라고 하였다. 만일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세 사람은 물론 가족들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지 않느냐는 협박을 하였다.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틀 뒤에 꼭 이 자리에 요구한 것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약속을 하자 그들은 그제야 천천히 그 집에서 물러섰다.     

 

요즈음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때만 해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가정마다 강도를 맞아도, 그리고 눈앞에 강도를 뻔히 보고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 당시 강도들은 어느 집으로 일단 강도를 하러 가겠다고 계획을 했다 하면 그 집 식구들의 인적사항부터 자세히 파악한 뒤에 강도를 하곤 하였다. 그리고 만일 신고를 하거나 일이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그냥 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협박을 하는 바람에 감히 경찰에 신고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 바둑을 두던 사람들은 강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집을 비우고 말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뒤에는 강도가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강도들이 그보다 더 바쁜 일이 있었던 게 아닌가 짐작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바둑을 두던 사람 중에 주인이 갑자기 지방에 볼 일이 있어서 기차를 타고 내려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무심코 한쪽 좌석을 바라보다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마 전에 바둑을 둘 때 들어왔던 바로 그 3인 조 강도가 나란히 기차에 타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나중에 보복이 두렵고 겁이 나서 신고해 볼 생각조차 못하고 외면을 하고 말았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던 것이다.    


      

 강도 사례 3   

      

음력 정월 초하루 구정 이른 아침, 은평구 갈현동 어느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한창 명절 떡국을 먹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 느닷없이 현관문이 열리며 3인조 복면강도가 들이닥쳤다. 그 자리에는 마침 그 집 아들인 고등학교 체육 교사도 같이 있었다. 오랫동안 운동으로 달련되어 체격과 덩치도 좋고 힘도 아주 좋은 젊은이였다.  

    

강도가 들어오는 것을 본 아들은 순간 먹고 있던 떡국 그릇을 잽싸게 들더니 강도의 얼굴을 해 힘껏 내던졌다. 뜨거운 국물과 함께 떡국 그릇은 정확하게 그들 중의 한 녀석의 얼굴에 보기좋게 명중하고 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뜨거운 떡국 세례를 받은 강도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그 자리에 선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쩔쩔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머지 두 녀석이 칼을 들고 재빨리 가족들을 향해 금방이라도 찔러 죽여버릴 기세로 서슬이 시퍼래서 죽기 살기로 덤벼들고 있었다.   

   

결국, 가족들은 그들의 사납고 난폭한 기세에 눌려 겁을 먹고 모두 포박을 당하고 말았다. 떡국 사발을 던진 아들 역시 그들의 무참한 발길질과 매에 못 이겨 거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그 집에서 은행통장과 도장, 그리고 비밀번호까지 알아낸 다음 한 놈은 급히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가게 되었다. 나머지 두 놈은 칼을 들고 그 집 식구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간 놈은 창구에 가서 유유히 돈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놈들에게 이미 강도를 당했던 경험이 있던 누군가가 청원 경찰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서며 저놈이 강도라고 알려주게 되었다. 그러나 청원경찰 역시 훗날 보복이 너무 두려워 그냥 강도를 보고도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그리고 어림도 없는 사건들이었다. 어느덧 30여 년이란 세월이 흘러간 지난 날의 이야기였지만, 그때만 해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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