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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Oct 21. 2021

대단한 집념에 관하여(1)

[때로는 그와 같은 정신을 본받고 싶다①]

가끔은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위인들의 일화를 문득 떠올려 보곤 한다.     

 

위인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어떤 뜻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잡념은 모두 망각한 채 오직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만 몰두, 또는 집착했다는 일화들이 우리들에게 큰 교훈과 여운을 남겨주곤 한다.    

   

난 수많은 위인들 중에서도 가끔 언젠가 읽어본 적이 있는 영국의 과학자 뉴우튼의 일화가 문득 떠오때마다 그의 태도를 본받아 보고 싶은, 나로서는 감히 어림도 없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어느 추운 겨울날, 뉴우튼이 연구실에 혼자 앉아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심부름을 하는 소녀가 계란을 들고 연구실을 들어섰다. 아마 뉴우튼은 가끔 시장할 때마다 삶은 계란을 간식으로 먹곤 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주인님, 이 계란을 끓는 물에 삶아놓고 나갈까요?”     


그러나 뉴유튼은 그때 한창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기에 소녀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      


“내가 이따가 시간이 날 때 직접 삶아 먹을 테니 아무 걱정 말고 거기 그냥 놓고 나가렴.”      


소녀는 뉴우튼의 말대로 아무 생각 없이 계란을 그냥 난로 옆에 놓고 나갔다. 그리고 한참 뒤에 궁금하여 소녀가 다시 연구실로 들어와 보니 아까 놓고 간 계란이 난로 옆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난로 위에서 물이 펄펄 끓고 있는 주전자 속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주전자 속에는 엉뚱하게도 뉴우튼의 회중시계가 펄펄 끓는 물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소녀가 뉴우튼을 바라보며 묻게 되었다.    

 

“아니 주인님, 어째서 주인님의 회중시계가 이 주전자 속에 들어있는 거죠?”      


그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뉴우튼이 좀 민망했던지 껄껄 웃으면서 대답하게 되었다.     

  

“허허허, 내가 계란을 삶는다는 것이 그만 깜빡하고 시계를 넣어버렸나 보군. 할 수 없지 뭐. 허허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이 일화 한 가지만 보더라도 뉴유턴이 한 가지 일에 얼마나 집중하고 몰두했는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는 일례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오직 한 가지 일에 집착하기 위한 대단한 노력은 비단 위인들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조상은 물론이고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도 실제로 얼마든지 그런 예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 아주 옛날 글을 쓰는 어느 선비의 이야기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들은 언젠가도 잠깐 소개한 바 있지만,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그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풀이하여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글을 쓰는 선비였다. 그런데 글이 술술 잘 풀려나가다가 이상하게도 어느 날부터 갑자기 막히더니 도무지 한 줄도 쓸 수 없게 되자 여간 초조하고 불안혀 답답한 게 아니었다.     

 

선비는 여러 날 고민 끝에 마침내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써보려고 마음먹었던 글을 다 쓰기 전에는 방구석에 틀어박혀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스스로 무서운 결심을 하게 된 것이었다.   

    

선비는 곧 하인을 부르게 되었다.      


“얘야, 돌쇠야! 이리 잠깐만 오너라!”     


선비의 부름에 하인이 곧 한걸음에 달려왔다.    

   

“예, 주인 나리님 부르셨습니까?”     


하인이 달려오자 선비는 곧 자신이 입고 있던 저고리와 바지를 창피한 줄도 모르고 모두 훌렁 벗고 알몸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는 하인에게 명령하게 되었다. 옷을 모두 벗은 몸으로는 절대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자승자박의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 글이 잘 써지지 않아서 그런데 이 옷을 네가 입고 있어라. 난 쓰고 있던 글을 모두 쓴 다음에야 밖으로 나갈 생각이니 그동안 이 옷을 네가 좀 맡아서 입고 있거라.”     


 “감히 나리의 옷을 제가 입다뇨?‘     


깜짝 놀란 하인이 두 눈이 둥그렇게 되어 이렇게 묻자 선비가 다시 명령을 내리게 되었다.  

   

”잔소리 말고 어서 입으란 말이다. 아참! 그리고 내가 방에 있는 동안에 만일 어떤 귀한 손님이 찾아와도 내가 집에 없다고 돌려보내도록 해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예예,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나리.“       


어리둥절해진 하인은 곧 선비가 벗어놓은 옷을 모두 주워 입을 수밖에 별도리가 없게 되었다.     

 

그 뒤로 몇 날 며칠을 방구석에 틀어박힌 채 글쓰기에 몰두한 선비는 마침내 자신이 써보려고 계획했던 글을 모두 쓰고 난 뒤에야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 그런 결심까지 할 작가가 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 얼마나 지독한 집념과 결심이란 말인가!      


혹자는 지나치게 웃기는 일화에 불과하다고 코웃음을 칠는지 모르겠지만, 때로는 그런 선비의 정신만큼은 본받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소설가 이외수 작가의 집념    


 

수설가 이외수 작가라고 하면 너무나 유명한 작가여서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삼척동자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소문을 들은 바에 의하면 이외수 소설가 역시 위에 소개한 선비 못지 않게 오직 집의 집념과 열정을 불태웠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사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경험을 했으리라 믿는다. 이외수 작가 역시 아주 오래 전에 쓰던 소설이 어느 날부터 잘 안 나가서 몹시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고민 끝에 그는 아주 특별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써보려고 마음 먹었던 글을 탈고 하기 전까지는 위의 선비의 예처럼 방에서 나오지 않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곧 그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여기저기 고물상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가 급히 찾고 있는 물건은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가둘 때 사용하고 있는 방의 출입문이었다.      


어디서 그런 출입문을 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는 여러 날 돌아다니며 고생한 끝에 용케도 그 출입문을 구하게 되었다. 그는 곧 자신이 집필하고 있던 멀쩡한 방문을 떼어버리고 그 육중한 교도소 철창문을 교체해서 달아놓고는 밖에서 자물쇠를 채우게 하였다.    

그리고 바로 그날부터 그 교도소 철창문이 달린 방에 틀어박혀 글쓰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물론 끼니때마다 철창문 밑에 달린 조그만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고 절대로 방에서 나오지 않고 오직 그 속에서 자고 끼니를 때우며 글만 쓰게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을 고생한 끝에 마침내 쓰고 싶었던 글을 탈고해낸 뒤에야 철창문이 달린 방에서 석방(?)이 되었던 것이다. 참으로 무섭도록 지독한 집념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지독한 결심이 곧 베스트셀러의 멋진 작품을 탄생시키곤 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외수 작가의 본받을 만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매섭도록 찬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추운 겨울날 밤, 그날도 이외수 작가는 늦은 밤까지 글을 쓰고 있었다. 글을 쓰던 중 아주 몹시 추운 겨울 날씨를 간단히 표현해야 하는 문장이 있었다.       


그런데 아주 추운 날씨를 표현하고 싶은데 머릿속에 마음에 맞는 문장이 좀처럼 떠오르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는 글을 쓰다 말고 입고 입던 옷을 모두 벗어버렸다. 직접 맨몸으로 밖으로 뛰쳐나가 몸소 추위를 체험해 본 다음에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곧 캄캄한 밤중에 알몸으로 슬며시 밖으로 나가서 모진 바람이 불어대는 추위를 직접 경험하며 추위를 견디어내며 오직 자신이 표현해 내고 싶은 문장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유난을

그리고 마침내 모진 추위를 견뎌내며 떠올린 아주 지극히 간단한 문장, 그것은 바로 ’면돗날로 살을 도려내는 듯한 매서운 추위‘였다고 한다.      


혹자는 또 그 하찮은 문장 하나를 발견하기 위해 입고 입던 옷까지 홀라당 벗어버리고 그런 유난을 떨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고 코웃음을 칠 수도 있는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 짧은 문장 하나를 발견해 냈다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 문장 하나를 발견해내기 위한 그 작가의 대단한 노력과 집념이 더욱 값지고 빛나는 일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해 보게 된다.     

 

난 가끔 그런 분들의 노력과 집념을 닮고 본받아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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