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73)]
① 올방자를 하고 거실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성길 씨가 잔뜩 몸을 움츠리며 입을 열었다.
”②거하에는 그렇게도 무덥더니 가을이 오자마자 요즘 ③ 날거리가 갑자기 몹시 추워졌어. 이렇게 나가다가는 가을이 오자마자 겨울이 될 것 같은걸. 올 겨울도 몹시 추우면 ④ 겨울나이를 어떻게 하지?“
그러자 ⑤ 부엌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아내가 궁금했던지 덩달아 입을 열게 되었다.
”당신은 겨울이 오기도 전에 벌써부터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해요?“
성길 씨는 얼른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걸 몰라서 그래? 이런 게 없으니까 그러는 거지.“
”돈은 아무리 많아도 누구나, 그리고 어느 가정이나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요? 그러니까 부족하긴 하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참고 사는거죠.“
”하긴 그래?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는 거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⑥ 주먹돈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어느 정도 쓸만큼의 ⑦ 여금이라도 있어야 걱정을 안하게 될 게 아니냔 말이야.“
”주먹돈이라니 그건 무슨 말이며 또 여금은 무슨 소리예요?“
”아차, 나도 모르게 또 북한말을 썼구나! 그럼 당신 여금이나 주먹돈이 무슨 뜻인 줄 모른다면 ⑧ 어김돈은 무슨 뜻인지 알아?“
”어김돈이라니요. 그게 무슨 돈인데요? 점점 더 모를 말만 하고 있네요.“
”하하하, 그럼 ⑨쇠돈이란 무슨 뜻일까?“
”에이구, 몰라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점점 더 이상한 말만 하고 있네요.“
”그래? 그럼 ⑩ 사슬돈은?“
”글세 모르겠다니까요?“
”그럼 ⑪ 상비금이나 ⑫ 선차금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글세 모른다니까 쥐뿔도 없는 집에서 자꾸만 돈타령만 하고 있네요. 호호호…….“
”하하하……. 그래. 맞아. 당신 말대로 오늘은 쥐뿔도 없는 집구석에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하하하…….“
성길 씨 내외는 돈타령만 하다가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① 책상다리 ② 지난 여름 ③ 날씨 ④ 겨우살이 ⑤ 주방
⑥ 뭉칫돈 ⑦ 쓰다남은 돈 ⑧ 위약금 ⑨ 동전 ⑩ 잔돈
⑪ 언제나 쓸 수 있게 준비해 둔 돈 ⑫ 미리 빌려 쓰는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