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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Nov 24. 2021

슬픈 사랑 이야기(5)

[은방울 자매의 ’마포 종점]

1960년대만 해도 마포는 말 그대로 그야말로 시골이나 다름없었다. 마포에서 보이는 한강 건너 영등포 쪽에는 모래사장이 깔린 허허 벌판에 여의도 비행장만 멀리 보였다.      


오늘날의 여의도는 국회의사당과 6.3빌딩이 들어섰으며 증권거래소, 국회의사당이 들어서며 번화한 도시로 탈바꿈한 지 오래됐지만, 그 당시의 여의도는 비행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마포 한강 가에는 늘 갈대숲이 우거져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으며 마포에서 여의도로 가기 위해서는 나룻배를 이용해야만 하였다.      


여의도로 건너가는 나룻배는 주로 새우젓을 팔기 위해 지게를 지고 배를 타는 상인들이 많이 이용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았던 마포는 청량리를 오고 가는 전차의 종점이기도 하였으나 전차 운행은 1968년에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토록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포 종점 역 부근에 젊은 남녀가 나타났다.    

  

그들은 갓 결혼한 신혼 부부였다. 그런데 그들 역시 너무 가난한 형편이어서 방세가 비교적 싼 이곳으로 허름한 방을 하나 얻기 위해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방세가 가장 싼 마포종점 부근의 허름한 방 하나를 얻어 사글세로 살기 시작했다.     

 

남자는 현재 대학 강사였으며 부인은 비록 가난한 살림살이이긴 하지만 정성을 다해 알뜰살뜰하게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그날그날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면 따뜻한 아랫목 이불 속에 밥을 묻어 놓고 남편을 기다리던 마음씨가 곱고 따뜻한 여자였다.     


남편이 일찍 귀가하는 날이면 마포종점에서 손을 잡고 인근 당인리 발전소로 이어지는 긴 둑길을 걸으며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며 고생이 되는 줄을 모르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곤 하였다.    

 

그러다가 남편은 더 큰 꿈을 안고 여자를 남겨둔 채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다. 혼자 마포 사글세 방에 남게 된 여자는 오직 남편과 재회할 날만을 기다리며 쓸쓸하고 외로운 나날을 혼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미국으로 건너간 남편의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남편이 과로로 인하여 쓰러지더니 그대로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 비극적인 소식을 듣자마자 여인은 그만 큰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그 자리에서 머리가 돌아버리게 된다. 결국 실성을 하게 된 것이다.     


가엾게도 정신착란을 일으킨 여인은 그날부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마포종점 부근을 배회하곤 하였다. 추우나 더우나 궂은 비가 내리나 눈이 오나 그는 마포 종점을 하루도 쉬지 않고 배회하곤 하였다.     


그렇게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뒤, 결국 여자는 어디로 갔는지 종적을 감추고 마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 가련한 여인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은방울 자매의 ’마포종점‘이란 슬픈 노래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참고로 '마포 종점'은 은방울 자매가 1967년도에 불러서 크게 히트한 곡이다.




    

    

           < 마포 종점 >     


    1. 밤깊은 마포종점 갈곳없는 밤전차

      비에젖어 너도섰고 갈곳 없는 나도 섰다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하나

      첫사랑 떠나간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2.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 종점

      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쓸쓸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한들 무엇하나

      궂은 비 내리는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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