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한약국과 양약국

by 겨울나무

매우 번화한 도시의 복잡한 시장 골목이었습니다.


그곳에 용하기로 소문이 난 유명한 한약국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한약국은 매일 약을 지으러 오는 손님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약을 지으러 왔다 하면 손님이 너무 많아서 줄을 설 정도였습니다.

이 약국에 손님이 이렇게 많이 몰려들게 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약사가 일단 약을 지어주기만 하면 그 어떤 병도 잘 낫게 해준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마다 병원에 가기보다는 이 약국을 먼저 찾아오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약사는 매일 어찌나 손님들이 많이 몰려드는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약사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문으로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느닷없이 양약국 하나가 바로 맞은 편에 새로 개업을 하기로 하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뭐어?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맞은 편에 약국이 생긴다고?”


한약사는 은근히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단골로 찾아오던 손님들을 그 약국으로 빼앗기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레 겁이 난 것입니다.

“쳇! 어림도 없는 소리. 개뿔도 모르는 제까짓 것들이 뭘 안다고 껍죽거려.”

평소에 양악사들을 우숩게 여기던 한약사는 이렇게 큰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은근히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소문대로 바로 맞은 편에는 건물을 새로 리모델링한 다음 으리으리할 정도로 큼직하게 차린 양약국이 마침내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개업하기가 무섭게 온동네 여기저기 벽보를 붙이고, 심지어는 방송국이나 신문에까지 크게 광고를 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개업식을 한다고 맛있는 음식을 성대하게 차려놓고 동네 사람들을 모두 초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윽고 양약사가 직접 한약사의 약국에도 찾아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별로 차린 건 없지만 잠깐이라도 오셔서 맛을 좀 보고 가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언짢아진 한약사였습니다.

“말은 고맙소만 난 지금 보시다시피 손님들이 너무 많아 초대 같은 데 가기가 어렵습니다. 미안합니다.”


한약사는 알이 두꺼운 돋보기 너머로 양약사를 불쾌한 눈빛으로 힐끔힐끔 흘겨보며 퉁명스럽게 거절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며칠이 지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걱정했던 대로 한약국에는 날이 갈수록 찾아오는 손님들의 수가 차츰 줄어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손님이 줄다 보니 한가한 날도 차츰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기분이 몹시 상한 한약사는 손님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양약국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투덜거렸습니다.

“흥, 멍청한 사람들 같으니라구. 글쎄, 그까짓 양약으로 무슨 병을 고치겠다고 저 야단들이람.”


지금까지 무슨 병이든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한약만큼 좋은 게 없다는 고집이 뼛속 깊이 몸에 밴 한약사였습니다.

바로 그때 한약사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손님 한 사람이 입을 열었습니다.

“약사님 말씀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한약이 그래서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알고 있어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한약보다 양약이 더 필요로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양약이나 한약이나 모두 필요한 약이 아니겠어요?”

손님의 말을 들은 한약사는 화를 발컥 내며 마주 소리쳤습니다.


“옛기, 듣기 싫소. 당신이 뭘 안다고 이러쿵저러쿵하고 아는 체를 해요?”


그러나 그 뒤로도 한약국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눈에 뛸 정도로 뜸해지고 그 대신 양약국은 날이 갈수록 손님이 불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도 한약국 약사가 마침내 양약국 약국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우 미안한 표정으로 양약사를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약사님, 정말 미안합니다. 그동안 나는 양약은 물론 양약사들 모두를 우습게 여겨왔어요. 그러나 난 이제 와서야 뒤늦게 양약이 때로는 한약보도 좋을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아, 그러셨군요. 그래서요?”


양약사는 한약사가 왜 갑자기 찾아와서 그런 말을 하고 있는지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되묻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한약사가 여전히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네, 그래서 말인데, 이제부터 약사님과 내가 차린 약국을 한 데 합쳐서 같이 운영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해서요.”

“그건 왜요?”


한약사의 이야기를 들은 양약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가만히 생각해 보니 때에 따라 한약은 한약 대로, 그리고 양약은 양약 대로 꼭 필요할 때가 있더군요.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이 서로 합쳐서 약국을 운영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때요, 내 생각이?”


양약사는 한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다가 결심했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로군요. 저 역시 그렇지 않아도 늘 한약에 대해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다시 며칠이 지났습니다.


마침내 한약국과 양약국은 먼저 있던 건물을 부수고 다시 컨 건물을 짓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건물이 완성되자 한약사와 양약사가 나란히 앉아 정성껏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소문은 곧 삽시간에 장안은 물론 먼 지방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히야, 난 그런 약국은 정말 처음 보았다니까. 아 글쎄 한약사와 양약사가 사이좋게 같이 앉아서 친절하게 같이 상담도 해주고 있어서 그런지 약도 아주 잘 듣더군.”


마침내 이 소문을 들은 손님들이 다시 이 약국으로 구름처럼 모여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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