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나무 Jan 15. 2022

”엄마가 더 좋으니? 아빠가 더 좋으니?“

[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78)]

  너의 친구의 일부는 너를 비난하고, 또한 일부는 너를 칭찬한다. 너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라.

             < 유태전경 >     


  타인으로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술로는 말지니라.     

              < 구약성서 >     


   모든 사람이 너희를 칭찬하면 화가 있도다.     

               < 신약성서 >     


♣  너를 칭찬하는 사람들의 가치에 무게를 둘 일이다. 악에서 칭찬되지 않은 일이야말로 참된 가치이다.      

                < L. A. 세네카 >         

    





       


건강하고 예쁜 아기가 태어났다. 부모로서는 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금쪽같은 아기였다.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더니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고작 ‘어엄마아~~’와 ‘아아빠아~~’라는 말만 더듬거리며 입에 올릴 뿐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아기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그렇게 신통하고 대견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기를 보기만 하면 아기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에 자주 묻게 되었다.   

    

엄마가 아기를 꼭 껴안은 채 말을 시켰다.      


”우리 아가야, 넌 엄마가 좋으니 아빠가 좋으니?“      


아기가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엄마아~~“     


엄마가 좋다는 말에 엄마는 그렇게 대견스럽고도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아기를 더욱 꼬옥 껴안아 주며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구우, 금쪽 같은 우리 아가 착하기도 하지! 엄마도 우리 아가 사랑해!“     


저녁때가 되자 회사에서 돌아온 아빠가 아기를 꼬옥 껴안아 주며 물었다. 아빠도 엄마와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가야, 넌 엄마가 좋으니 아빠가 좋으니?“    

  

”아아빠아~~“     


”허허허……, 그럼 그렇지, 이 녀석이 아빠가 좋다네.“     


아빠는 너무나 행복했다. 그래서 엄마처럼 아기를 으스러질 정도로 껴안으며 크게 너털웃음을 짓고 있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엄마와 아빠는 누가 좋으냐고 계속 아기에게 묻고 있었다. 아기는 그때마다 엄마가 물으면 엄마가 좋다고 하고, 아빠가 물으면 아빠가 좋다고 대답해 주곤 하였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자 이번에는 엄마와 아빠의 물음이 조금 달라졌다.      


엄마가 다시 물었다.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더’자만 두 어절 더 붙인 물음이었다.       


”우리 아가야, 넌 엄마가 더 좋으니 아빠가 더 좋으니?“    

  

”어엄마가 더 좋아!“     


”으이구, 우리 아가 참 착하기도 하지.“     


그다음에는 아빠도 아기의 대답을 듣고 싶은 마음에 엄마와 똑같은 질문을 하였다.       


”아가야, 넌 엄마가 더 좋으니 아빠가 더 좋으니?“    

  

”아아빠가 더 좋아!“     


”으이그, 그럼 그렇지. 아빠도 아기를 몹시 좋아 하거든. 허허허, 껄껄껄……,“     


아빠도 기분이 너무 좋아 마치 이 세상을 모두 얻은 듯 어쩔 줄을 몰라 쩔쩔매고 있었다. 너무나 행복했다.      

그렇게 한 해가 또 훌쩍 지나갔다. 아기는 이제 웬만한 말은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 많이 늘었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가 아기에게 물어보는 말은 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여전히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가 아니면, ‘엄마와 아빠 중에 누가 더 좋으냐?’만 묻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아빠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엄마가 다시 아기에게 묻게 되었다.    

  

”아가야, 넌 엄마가 더 좋으냐? 아빠가 더 좋으냐?“     


아기는 하도 똑같은 말만 물어보는 말에 은근히 짜증이 났다. 그래서 한참 생각을 하고 있다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으이그, 짜증 나. 엄마와 아빠는 나한테 물어볼 게 그렇게 없어?“     


”……!?“     


”……!?“  ( * )        



어이구우리 아기 잘한다어이구 정말 잘한다!“

      -------------- * ---------------      

아기가 어느 정도 자라 아장아장 걷게 되자 엄마는 아기를 데리고 놀이터로 나갔다. 놀이터에는 이미 자기 또래의 많은 아기들이 엄마와 같이 나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는 우선 아기를 시소에 올려놓더니 손잡이를 꼭 잡는 법과 발에 힘을 주어 시소를 위로 올라가게 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아기는 엄마가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 하고 있었다. 엄마는 그 모습이 그렇게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때마다 엄마의 입에서는 똑같은 소리가 나오곤 하였다.


”으이구, 우리 아기 잘한다, 잘해! 참 잘했어요!“     


그건 아기가 시소에서 뒤뚱하고 넘어질 뻔할 할 때에도, 발을 굴러 위로 올라갈 때도, 그리고 시소에서 내려올 때도 늘 똑같은 소리가 엄마의 입에서 튀어나오곤 하였다.       


”으이구, 우리 아기 잘한다, 잘해! 참 잘했어요!“     


이번에는 미끄럼틀에 올라가서 제대로 미끄러져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미끄럼틀에 올라가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을 때도 다름이 없었다.     


”으이구, 우리 아기 잘한다, 잘해! 참 잘했어요!“     


가만히 보니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네를 뛸 때에도 목마를 탈 때에도 늘 똑같은 말로 쫓아다니며 칭찬만 해주고 있었다. 놀이기구를 타다가 어쩌다 실수를 해도 늘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칭찬뿐이었다.      


아기는 어리둥절해지면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록 겉으로 표현은 못했지만 속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엉? 내가 도대체 무얼 잘했다는 거지?!’( *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