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에 맡기는 삶에 대하여

by 대협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 홍제천의 물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기아와 두산의 경기를 보고 마포중앙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무심코 발걸음을 멈추었다. 콘크리트 틈새로 자라난 이름 모를 풀꽃들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 위로 햇살이 반짝였다.

물 위로 떨어진 나뭇잎 하나가 천천히, 때로는 급하게, 물결을 따라 흘러갔다. 어떤 때는 바위에 걸려 한참을 머물다가도, 갑자기 불어온 바람 한 줄기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내 인생과 닮아 있었다. 나 역시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회사 업무중 준비하며 세웠던 계획들, 관계에 들였던 정성들, 그리고 나의 머리에 그려놓았던 청사진들. 그 중 온전히 내 뜻대로 이루어진 것은 얼마나 될까.

홍제천의 물줄기는 거침없이 흘러갔다. 바위를 만나면 우회하고, 낮은 곳으로 스며들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물은 계획하지 않는다. 그저 흐를 뿐이다. 그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물은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 어쩌면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계획과 예측도 중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올랐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시대가 바뀌고 도전의 성격이 달라지면 응전에 성공하는 주체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 시기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한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에도 옛날 방식으로 응전함으로써 실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새 시대는 새로운 사람을 부른다."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인생은 야구 경기와도 같다. 아무리 전략을 세워도 투수는 예상치 못한 공을 던지고, 타자는 그 예상하지 못한 공에 대응해야한. 중요한 것은 그 순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그리고 그 대응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 한 번의 실패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듯이, 한 번의 성공이 영원한 승리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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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태도,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듯, 나도 내 삶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법을 배우고 싶어졌다. 계획이 틀어졌다고 절망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눈을 가지고 싶었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늦었다는 초조함 대신 홍제천에서의 잠깐의 시간이 주는 여유를 느꼈다. 햇살은 여전히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오늘 저녁, 유시민의 책을 읽으며 새롭게 배운 '흐름에 맡기는 삶'에 대해 더 생각해보리라. 그리고 내일 아침, 알람이 울려도 5분만 더 누워있을지도 모른다. 계획에서 벗어난 그 작은 일탈이, 어쩌면 내 하루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테니까.

홍제천의 물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물처럼 흐르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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