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 100대 명산 챌린지 도전기
우리 부부는 50이 넘은 올해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번 겨울 휴가에는 서울에서 영암까지 내려와서 어제 월출산을 올랐습니다.
어제 월출산을 오르내리며 왜 우리가 추운데도 겨울 산에 오르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살아오며 50년 넘게까지 우리 부부는 겨울산은 위험한 곳이며 아무리 설경이 좋다지만 추위를 떨며 목숨을 걸 만큼 산을 오를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는 그리고 우리 부부는 왜 이리 설산을 좋아하게 되고 이제는 겨울 산을 찾으며 오르려 하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챌린지는 계속되어야 한다.
목표 지향적인 우리 부부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는 바로 "블랙야크 100대 명산 챌린지"입니다. 8월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하며 블랙야크 챌린지가 있다는 사실을 10월 말에 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둘 다 직장인인 우리 부부는 매주 주말 하루에만 산에 오를 수 있고 그것을 겨울이 오기 전에 꾸준히 지켜서 그래도 4번의 서울 근교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아직 완전히 몸에 익지도 않은 상황인데 벌써 겨울이라고 미루고 내년 봄이 되면 시작한다는 걸 우리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이 우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젠과 스틱, 보온병을 준비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겨울 산을 오릅니다.
한 단계 한 단계 레벨업
블랙야크 챌린지를 통해 접하는 산들은 각자의 매력이 있고 또한 각자의 어려움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현실 속의 RPG 게임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를 통해 건강, 생활, 문제 해결 능력, 등산 지식, 자연의 경이로움 등 나의 능력치가 한 단계 한 단계 레벨이 높아지는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
처음 등산할 때 그리고 잠시 쉬고 다시 시작할 때 산을 오르는 것은 정말 힘이 든다. 오르는 것도 힘이 들지만 내려와서 그날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 육체적으로 힘이 들고 허벅지, 종아리가 아파서 고생을 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눈 덮인 수락산을 정말 빠른 속도로 다녀왔음에도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면 피로가 풀려서 이렇게 글을 적고 있다.
산을 오르는 것이 결코 정복의 의미는 아니지만 산을 오르고 내려오면 정말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벅차다. 그런 기운으로 새로 시작하는 한 주의 직장생활을 하면 아무리 어려운 역경도 거뜬히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생기기 마련이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나의 추천 영상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등산 관련 영상이다. 보통 등산 코스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등산 용품, 그리고 등산옷 겹쳐 입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등산 관련 정보를 블로그와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접하면서 등산 지식이 쌓여간다.
젊음을 자신에게 증명하고자
올해 읽은 책중 엘렌 랭어의 책 <<마음챙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노령은 곧 병약함을 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의 노인들에게, 그리고 나이가 들면 자기 자신에게도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런 마인드세트는 노인들을 약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다시 마인드세트가 강화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당연히 자존감도 손상되는데, 노인은 그로 인한 고통을 젊은이들보다 더 크게 느낀다. 왜냐하면 노인들은 상황을 탓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탓하기 때문이다. (…) 그 실험에서 우리는 몸을 ‘속여서’ 20년 전으로 되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이는 엘렌 랭어가 실험을 통해서 증명했다고 한다. 나 또한 이 사실을 믿는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만 한다고 나이듦이 바뀌지는 않는다.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를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하기에 나는 산을 오른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스스로 30대의 나보다 더 건강함을 증명하고자 한다.
우리 주변 한반도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있음을 알리고자
우리 부부는 주변 부부들처럼 많은 해외여행을 다녀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좀 더 지나서 해외라고 해서 여행을 마다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많이 찾지는 않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 우리 강토에는 너무나 멋지고 황홀한 풍경과 자연의 현상을 보여 주는 곳도 많다고 알고 있고 믿고 있다. 그러하기에 먼저 우리 주변 이 땅의 좋은 곳, 멋진 곳 그리고 우리의 조상의 얼이 담겨 있는 문화유산 및 산을 오르면서 특히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이 땅의 민중들이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신 분들의 발자취를 찾아보고도 싶다. 그래서 지금은 챌린지를 위해 한 번 오르고 말지만 나중에는 꾸준히 올라서 각각의 산들의 매력을 여러 방면에서 느껴보려 한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갖는 것은 축복이다
50대 부부이면 지금은 중년 부부, 예전에는 노년 부부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중노년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은 가치관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가치관과 함께 부부가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같은 취미를 갖는 것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같은 취미를 갖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부부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같이 볼링을 치러도 다니고 같이 책을 읽기도 하고 여러 시도를 해보았지만 산에 오르는 것, 같이 걷는 일이 우리에게는 가장 맞는 취미활동이 되었다.
걱정을 잊고 오직 현재에만 집중
최근 2년간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잠시 현실의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책의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서 현실과 다른 세계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책 읽기가 그렇지는 않다. 이제는 산을 오르는 것이 그런 편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육체적으로 힘이 든다. 그리고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것은 조금 발을 헛디디면 잘못될 수도 있기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일이다. 그래서 다른 근심 걱정을 할 겨를이 없다. 그런데 이것은 몰입이기도 하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남이 된다. 그래서 가장 큰 Refresh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