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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min Park Dec 13. 2017

기하급수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스타트업은 무엇으로 사는가 (9)

앞서 기하급수 기업은 “4-5년 사이 성과가 최소 10배 이상 개선된 기업”이라고 말했다. 기하급수 성장을 위해서는 그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이라고 할지라도 사업이 자리 잡고 IPO나 M&A를 통해 엑시트할 때까지는 5-7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고 해도 보유 현금은 초기에는 급감하는 J커브(J-curve)의 현금흐름을 경험한다. 때문에 스타트업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내주고 여러 단계의 투자를 받게 된다. 


각 단계의 투자는 투자 라운드라고 불린다. 각 투자 라운드는 12-18개월마다 이루어진다. 엑시트까지 5-7년이 걸린다고 하면 투자 라운드는 5단계로 진행된다. 각 투자 라운드는 투자금 1억 미만의 시드 투자(seed funding) 또는 프리 시리즈 A(pre-Series A) 투자, 시리즈 A, 시리즈 B, 시리즈 C, 시리즈 D 등으로 나뉜다 [1]. 규모가 큰 시리즈 B투자부터는 VC가 외부의 기관 투자(Institutional Money)를 유치해 공동 투자를 진행한다.


각 단계에서 투자자는 10-30% 정도의 지분을 취득한다. 취득 지분 규모는 창업팀의 역량이나 투자자의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 즉 투자금은 같더라도 단순 자금 투자라면 투자자가 가져갈 지분은 많지 않지만, 높은 평판을 가진 엑셀러레이터가 체계적인 멘토링을 제공한다면 지분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창업팀에 애초에 높은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지분을 그만큼 적게 내놓아도 될 것이다. 시드 투자의 경우 4000만 원 정도에 20%의 지분을 가져간다고 하면 기업가치는 2억 원이 된다. 시리즈 A에서 10억 원을 투자하고 마찬가지의 지분을 가져간다고 하면 50억 원의 기업가치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이는 비상장사의 기업가치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BM이 확립되고 최종 엑시트 전까지는 가설적인 가치다.


시드 투자는 기업가치는 수억 원, 투자금은 수천만 원 수준으로 이루어진다. 시드 투자는 시상품 개발 등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투자된다. 시드 투자는 지인이나 에인절 투자자나 크라우드 펀딩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시리즈 A 투자는 초기 시장 개척에 활용된다. 시리즈 B 이후 투자금은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활용된다.


스타트업 펀딩 사이클 (출처: https://goo.gl/mSLnfB)


시드 투자는 대부분 보통주 형태로 진행된다. 보통주는 의결권은 갖지만 청산 시 자산 배분 때 배당을 받지 못한다. 즉 투자자는 창업자와 거의 동일한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다.

 

시리즈 A 투자부터는 우선주 형태의 투자도 진행된다. 우선주는 이익이나 청산 시 자산 배분에서 우선적으로 배당받을 권리를 갖는다. 우선주는 창업자 입장에서 사실상 대출과 같은 상환우선주(redeemable preferredstock), 보통주로 전환되거나 상환될 수 있는 전환 상환우선주(convertible redeemablepreferred stock), 투자금을 우선 돌려받고 이익을 추가로 배당받는 참가적 우선주(participating preferred stock) 등이 있다. 이밖에도 지분 희석 방지나 각종 옵션을 통해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금을 보호할 수 있다 [2].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나치게 투자금을 보호하려는 투자자는 좋은 평판을 얻기 힘들고 최고의 투자 기회를 갖기도 어렵다. 최상급 투자자는 본인의 안목을 믿고 보통주 투자를 통해 창업팀과 리스크를 함께 떠안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경우 창업팀의 성공을 위해 많은 지원을 제공한다. 즉 단순한 벤처투자자가 아니라 보통주를 투자하고 투자 성공을 위해 엑셀러레이터로서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는 속성상 기하급수 성장에 경도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투자자는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스타트업에 적극 개입할 높은 동기를 갖는다. 버커리의 책 <스타트업 펀딩>의 시나리오를 참조해 펀드의 투자 성과를 시뮬레이션해보자 [3].


만일 어떤 VC가 1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10년 간 운용해서 이익 배수 2.5배, 즉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자, 즉 LP(limited partner)에게 돌려주려 한다고 하자. 이익 배수 2.5면 연 이율, 즉 내부 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 IRR)로 환산할 때 약 9.6% 수준이다. 이는 상장사 투자수익률에 비해 2.5% 정도 높은 수준으로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 [4]. 총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가져간다고 하면, 펀드 청산 시점에 총 2억 8750만 달러를 회수해야 한다.


스타트업 펀드의 투자 시나리오

1억 달러에서 연 2% 수준의 운용보수를 제하면 실제 투자금은 8000만 달러다. 이를 25개 회사에 균등하게 투자한다고 하자. 보통 스타트업 투자의 성과는 멱함수 분포를 보인다. 즉 펀드 수익률을 달성해주는 성공 사례는 10개 중 많아야 20% 정도이고, 20-40%는 보통, 40-60%는 손실을 거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투자회사 중 10개 사가 완전 감액, 즉 투자금을 완전히 날린다고 하고, 투자금의 2배를 버는 곁다리 투자가 9개사라고 하자. 펀드가 원금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남은 6개 사 중 3개 사의 가치를 5배로 만들어야 한다. 또 목표 이익 배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은 3개 사에서 무려 19의 이익 배수를 달성하는 우량 투자가 나와야 한다. 또는 2개 사에서 8.4의 이익 배수를, 1개 사에서 40의 이익 배수를 달성해야 한다. 즉 VC는 10년 간 보유하면서 최소한 2-5배, 많게는 8-40배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를 IRR로 환산하면 스타트업이 10년 연속 7-50%를 넘는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황을 완화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운영보수를 적게 받아서 투자금을 늘린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투자금이 많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성공보수를 적게 받아서 목표 분배금을 낮춘다. 이 역시 효과는 미미하다. 마찬가지로 투자금이 유의미하게 늘지 않는다.

저금리 상황이면 이익 배수을 낮게 책정해서 목표 분배금을 낮출 수 있다. 약간 유의미하지만 금리인상기에는 이익 배수 낮출 수가 없다.

수익을 가져가지 않는 정부 지원금으로 전체 펀드 규모를 키운다. 유의미하고 정책적인 접근도 가능하다. 다만 시장 자생력이 훼손될 수 있다.

우량투자 중에 1건이 이익 배수 40배 정도를 달성하는 초우량 투자가 나온다면 우량투자 2건의 이익 배수를 8.5배 이하로 낮출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시장의 선순환을 만든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승자와 패자 간의 격차는 커질 것이다.


[1] Berkery, D.(2007). Raising Venture Capital for the Serious Entrepreneur. 이정석(역)(2013). <스타트업 펀딩>. 서울: e비즈북스. 63-81쪽.

[2] 앞의 책. 200-223쪽.

[3] 앞의 책. 130-134쪽.
[4] 상장사 투자 벤치마크 지수 중 하나인 MSCI World의 연간 투자수익률은 1988.5.31-2010.12.31. 까지 7.1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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