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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min Park Dec 18. 2017

미디어 스타트업의 콘텐츠 개발 전략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6)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이다. 따라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역시 다른 스타트업처럼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창업ᐨ개발ᐨ성장ᐨ혁신’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수행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다른 면도 있다. 콘텐츠 개발이다. 앞서 기술했듯이 기술 개발 관점과 재무 관점은 때로는 충돌한다. 마찬가지로 콘텐츠 개발은 재무 관점은 물론 기술 개발 관점과 다른 고유의 이해관계와 자원 배분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수행


콘텐츠 포트폴리오: 틈새 콘텐츠, 주식 콘텐츠, 블록버스터 콘텐츠

콘텐츠 개발의 한계비용은 제로에 가깝지만,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어간다. 개별 콘텐츠 생산 단가를 낮춘다는 것은 콘텐츠의 성격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는 BM 자체를 바꾸는 것이 된다. 즉 작가의 고급 콘텐츠를 단건으로 판매하느냐, 고정 또는 비고정 필진의 콘텐츠를 구독료 받고 파느냐, 아니면 UGC(user generated content)를 광고 모형으로 파느냐에 따라 콘텐츠 생산 전략이 달라진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을 비롯한 미디어 기업은 크게 세 종류의 콘텐츠를 갖고 있어야 성장과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


첫째, 틈새 콘텐츠다. 일반적 품질은 낮을지 몰라도 다양하고 특수한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켜 준다. 틈새 콘텐츠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우선 스타트업의 최소 기능 상품에 해당하는 콘텐츠가 있다. 가능성 있는 창작자에게 소액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사전 지원도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공모전 상금 등의 형태로 사후 지원을 하게 된다. 이들 중에는 대박으로 이어질 재능을 가진 창작자들이 만든 콘텐츠도 숨어 있기도 하다. 또 대박은 아니지만 소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컬트(cult) 콘텐츠가 있다. 롱테일을 잡는 UGC나 큐레이션 콘텐츠도 틈새 콘텐츠에 해당한다. 틈새 콘텐츠는 개별 생산 단가는 낮지만 상품 유형은 다양한 저예산 다작품 전략 또는 롱테일 전략(long tail strategy)을 활용한다 [1].


둘째, 주식 콘텐츠(bread and butter content)이다 [2]. 보통 주류 시장을 겨냥하며 현상 유지를 시켜주는 데 필요한, 매일 먹는 밥과 같은 콘텐츠다. 일일드라마 같이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는 못하지만 꾸준한 성과를 내는 콘텐츠를 뜻한다. 제작비는 틈새 콘텐츠보다 많이 투입되지만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이 검증된 콘텐츠이다. 영화 시장에서는 소위 대박이나 쪽박 사이의 ‘중박’으로도 불린다.


셋째, 블록버스터 콘텐츠다. 블록버스터 콘텐츠는 검증된 창작자에게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블록버스터 전략(blockbuster strategy)을 활용해 만든다 [3]. 블록버스터 콘텐츠란 간단히 말해 그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즐기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즉 블록버스터 콘텐츠는 특정 콘텐츠의 주류 시장 범위를 넘어서 소비된다. 예컨대 천만 관객 영화는 평소 영화를 보지 않는 중년 남성 관객까지 영화관으로 끌고 와야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K팝 팬을 넘어서 히트를 기록했다. 특종 뉴스는  매체의 기사를 골라 보지 않던 사람까지도 그 매체에 찾아가 기사를 읽게 만든다.


따라서 블록버스터는 사회적 파급력을 갖는다. 블록버스터 전략은 영화나 게임, 대중음악 등에 널리 사용되지만 언론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전략이다. 예컨대 신생 언론사는 빠르면 6개월 내에 초대형 특종을 한 뒤에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사실 블록버스터 콘텐츠가 없으면 그 미디어의 브랜드는 잔존할 수 없다. 반대로 한 번 블록버스터 콘텐츠를 만든 콘텐츠 생산자는 동료와 고객, 투자자들로부터 언젠가는 그 정도 수준의 블록버스터 콘텐츠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틈새 콘텐츠, 주식 콘텐츠, 블록버스터 콘텐츠는 모두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가 될 수 있다. 특히 틈새 콘텐츠 중 컬트 콘텐츠와 블록버스터 콘텐츠는 팬덤을 형성한다. 팬덤이 형성된 콘텐츠는 지적 재산(IP, intellectual property)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파생 콘텐츠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팬 미팅이나 상품 판매 등 부가사업 비즈니스에 활용될 수 있다.

콘텐츠 유형별 전략

린 스타트업의 콘텐츠 개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무엇보다 틈새 콘텐츠를 킬러 콘텐츠로 키움으로써 성장을 달성한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최소 기능 상품은 저예산 콘텐츠로 이를 통해 틈새시장을 발견해 간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최소 1개 이상의 킬러 콘텐츠를 블록버스터급으로 성공시킨 뒤 시리즈 A 투자를 받거나, 시드 투자받은 뒤 최소 1개의 콘텐츠를 가능하면 6개월, 아무리 늦어도 1년 내에 블록버스터 급으로 흥행시켜야 한다.


첫 번째 킬러 콘텐츠가 터진 뒤에는 킬러 콘텐츠 생산자를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비용 효율적으로 킬러 콘텐츠 생산자를 육성하려면 일종의 콘텐츠 린 생산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즉 신예 창작자 발굴을 위해 저예산 다작품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이미 존재한다. 예컨대 영화감독은 대사 없는 졸업 작품을 만들어 공모전에 당선되고, 제작 역량을 보여 줄 수 있는 예술성이 높은 저예산 영화를 찍고, 공포물이나 코미디와 같은 중간 규모 작품을 찍고, 마지막으로 대작을 찍는 식으로 성장한다. 콘텐츠 개발에도 일종의 투자 라운드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콘텐츠 린 생산을 뒷받침하는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생태계가 필요하다. 특히 블록버스터 콘텐츠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영화를 예로 들면, 제작사는 투자를 겸업하면서 다른 제작사의 작품에 공동 투자한다. 역할별 분업 체계도 갖춰져 최적의 조합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어떤 크리에이터나 프로듀서와 전속 계약을 하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굉장히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며, 해당 크리에이터와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고강도 노동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자원 배분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수준의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즉, 전체 매체 단위, 개별 플랫폼 단위, 플랫폼별 채널 단위, 개별 콘텐츠 단위의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을 발전시켜야 한다. 버즈피드나 넷플릭스 등 스타트업에서는 특정 콘텐츠에 시간대별, 장소별, 사용자 속성별로 어떤 마케팅 수단을 동원했을 때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A/B 테스트를 비롯한 다양한 실험을 수행해 서비스와 콘텐츠 품질을 개선하는 것은 일상적인 모습이다.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는 필수

이렇게 보면 콘텐츠와 창작자는 하나의 스타트업과 같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CEO는 매 순간 창작자를 대상으로 사내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하는 셈이다. 일종의 라운드별로 고객, 시장, 투자금, 콘텐츠 성격, 창작자에 대한 대우 등이 달라진다.


그런데 콘텐츠 개발은 자본과 기술이 아닌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콘텐츠 창작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가 필요하다. 개발자도 그럴 수 있지만, 콘텐츠 창작자는 많은 경우 성장, 혁신, 기술, 시장에 관심이 없다. 사실 콘텐츠 창작자들은 성장이나 혁신, 기술, 시장에 관심이 별로 없는 자유분방한 이들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분방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영감을 얻는 데 불가결한 요소다.


따라서 CCO는 자본 중심의 CFO와 기술 중심의 CTO, 그리고 시장 및 고객 중심의 CMO 등과 다른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한편, 창작자들에게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또한 창작자의 기술적 요구 사항을 CTO에 전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CMS(content management system)를 개발함으로써 초기 생산 비용과 추가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전통 미디어에서는 오히려 CTO가 필요하다. 신문, 방송에서는 이미 CCO 역할을 하는 편집국장과 보도국장이 있다. 특히 플랫폼 전략, 예컨대 플랫폼 스타트업이 자사 플랫폼에 타사 콘텐츠를 적절하게 올리고, 콘텐츠 스타트업은 자사 콘텐츠를 타사 플랫폼에 최적화해서 유통하는 것은 CCO가 아니라 CTO의 역할이다. 결국 CCO와 CTO가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는 것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운영의 핵심 중 하나이다.


분류 체계의 정비

콘텐츠의 분류 체계를 재정비하는 일은 CCO의 가장 중요한 업무일 수 있다. 콘텐츠 생산자는 분류 체계에 따라 콘텐츠를 집중 생산하며, 기업은 분류 체계에 따라 시장을 구획하고, 사용자는 분류 체계에 따라 콘텐츠를 의식적으로 또는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통적 편집국과 보도국의 분류 체계는 크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로 나누어지고 이러한 틀 속에서 부서가 세분된다. 출입처와 부서도 이러한 콘텐츠 분류 체계에 따라 분할된다. 가장 중요하게 취급된 지면과 부서는 정치이며, 사회도 최근 들어 교육이 부상했지만, 과거에는 정치인 수사를 다루는 검찰과 경찰 출입을 중심으로 정치화되어 있었다.


많은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역시 정치와 사회를 중요하게 다룬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정치를 다룬다. 예컨대 닷페이스의 지면 분류는 리얼 퓨처(real future), 저스티스(justice), 페미니즘(feminism), LGBT(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어반 어스(urban earth)이다. 저스티스는 일반 정치나 사건/사고에 가깝지만 종교, 역사, 공영방송 등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페미니즘이나 LGBT 등은 기존 언론는 사회면의 하위 주제로 다뤄질 수 있지만, 부차적이다. 분류 체계가 바뀌면 그에 따라 전담 취재 인력도 붙게 되고 해당 이슈도 지속적으로 다루게 된다.


민주주의 OS를 표방하는 스타트업 빠띠의 분류 체계도 참조할 만한 하다(아래 그림 참조). 빠띠에 가입하고 로그인해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추천 서비스를 위해 사용자의 관심사를 묻는다. 이때 분류 체계가 등장한다. 이곳의 민주주의는 ‘기본소득, 청년, 문화, 정치, 세월호, 국회, 민주주의, 페미니즘, 국회의원, 경제 인권, 노동, 여성, 정당, 페미니스트, 재미, 정책, 미래, 박근혜, 교육, 환경’으로 분류된다.


빠띠의 회원가입 화면 캡처


콘텐츠 전략과 플랫폼 전략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변화된 뉴스 미디어 시장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즉 콘텐츠 스타트업은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 양식(modality) 별로 분화된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또 플랫폼 스타트업은 양식별로 특화된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 이는 포털 전략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사진), 오큘러스(VR), 왓츠앱(메신저)을 인수한 페이스북처럼 양식별로 특화된 플랫폼을 복수 소유하고 각각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지원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콘텐츠 스타트업이든 플랫폼 스타트업이든 사용자가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단계별로 참여하도록 강력하게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멀티 플랫폼 전략을 위해서든 멀티 콘텐츠 전략을 위해서든, 사용자 관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든, 데이터 과학을 활용하지 않으면 비용을 줄일 수 없다.


[1] Anderson, C.(2006). The long tail: Why the future of business isselling less of more. 이노무브그룹 외(역).(2006). <롱테일 경제학>. 서울: 랜덤하우스코리아.

[2] 최성범(2013). <미디어 경영>.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3] Elberse, A.(2013). Blockbusters:Hit-making, risk-taking, and the big business of entertainment. Macmi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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