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신비일까, 부조리일 뿐인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이 문장이 무겁게 다가온다는 건
내가 본질이라 의미를 부여했던 것들이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일까.
변화하지 않을 것 같았던 생각들이 변하고,
당당히 고통에 맞서고자 생각했던,
그리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것이란
확신에 차 있었던 나는 어디 있는가.
재수를 하며,
그 안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자신했던
나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며 방황했을 때도
그 깊은 곳의 아름다움을 찾았다고 확신했던
나는,
허무주의가 무섭다.
종교를 믿고, 수없이 의미부여를 했던
그 시간들을 회피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조던 피터슨의 책을 읽으며,
알베르 카뮈를 공부하며,
떳떳하게
땅을 딛고
하늘을 바라보며,
그 무거움을 감당해 보겠다 다짐했지만,
지금은 몸을 웅크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시간은, 웅크린 내 주변으로 흘러가는 듯 하지만,
수많은 마음의 장애물들을 만나며,
부딪히며,
쪼개지고,
몸에 상처만을 남긴다.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버티는 것이겠지.
이미 많이 쉬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