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얼굴에 떨어진다.
느껴져서는 안 될 차가움에, 화들짝 놀란다.
자던 몸을 일으켜 주위를 확인한다.
옷은 물에 젖어 축 늘어져있다.
머리카락의 끝에서는 이슬이 만들어져,
뚝 얼굴로 미끄러진다.
내가 있는 배의 가장자리에선,
파도가 철썩 소리를 내고,
그와 함께 짠 내음을 풍긴다.
저 멀리 선 오징어 배가,
빛을 주렁주렁 매달고,
어둠을 가로지르고 있는 중이다.
자세히 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얼굴을 닦아내고 닦아내도
시야가 흐릿하다.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바다에 빗물이 떨어지고,
토독토독 소리를 내며 가라앉는다.
저 멀리 있는 초승달은,
끝에 손을 가지고,
어둠을 끌어안고 있다.
저 모습이 왜 이렇게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가.
바다의 비린내는,
향수를 품에 안고 나에게 온다.
갈매기가 끼룩거리고,
바다에서, 폭죽을 날리던
그때의 나.
한 세월을 지난 뒤,
우산을 쓰고,
무거운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빗소리를 듣던,
나.
어디선가 이 모든 것이
나를 향한 위로 같기도 했고, 그것이 착각이라는 생각이 목을 조이기도 했다.
팔을 펼쳐, 비를 맞으며
자유를 느낀다.
좀 더 내려라, 비야.
조금만 더.
내 몸에 모든 것을 쓸어갈 때까지.
심장이 비에 차가워지고,
나의 자아마저 바다에 녹아내릴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