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를 머금고 있는 밤.
나무들은 바람에 잎들을 맡긴 채 쉬고 있다.
어느새 여름이 지나가고,
시원함을 머금은 밤공기는
나무 밑의 풀벌레들을 깨운다.
그들은 밤마다 그들만의 야행곡을 연주한다.
나는 잠에 들기 직전 과거를 산책하다 보면
우연히 그들의 노래를 듣게 된다.
그러나 매번, 그 선율이 사라진 햇빛을 애도하는 것인지
지금의 밤을 찬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울음소리는 한 번 시작되면 한 없이 커진다는 것이다.
마음을 다스렸음에도
그들의 노래는 슬픔의 찬가로 들릴 때가 있다.
슬픔이라는 것은 씁쓸한 달콤함을 지닌다.
후회라는 씨앗을 감싸고 있는 추억이라는 과실.
그 두 개를 따로 먹을 순 없다.
분명히 먹으면 입안을 채워 넣는 쓴 맛에 잠을 못 잘 것을 안다.
그럼에도 먹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담과 이브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이것은 인간의 타고난 원죄.
밤은 항상 흔적을 남긴다.
그 잔흔이 잔디에 맺혀있는 영롱한 아침이슬처럼
달콤하기만 했으면.
그러나 나에게 남는 건
눈 밑의 밤의 어두움뿐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침대에 누울 때
정말 가끔은,
매트리스에서 포근한 낮의 향기를 느낀다.
햇빛의 생명을 머금은 열매는
쓴 맛을 잊어버릴 만큼의 달콤함을 준다.
그 잠깐의 황홀은,
풀벌레들의 밤의 찬미이자 햇빛의 애도 그 무엇도 아닌
지금의 긍정.
네가 삼킨 것은 씨앗만이 아니라
추억도 있었음을 노래한다.
여전히 나는
밤마다 후회의 결실을 먹고,
몸에서는 고름이 흐른다.
이는 어른이기에 당연히 감당할 것이라며 위로했다.
어린 시절을 동경했다.
수많은 과실을 먹었다.
다크서클은 나의 낮을 대신 했고,
자존감과 무기력의 싸움은 지금까지도 끝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경험했기에.
믿는다.
그 고름이 찰나의 아름다움의 거름임을.
불합리함에, 더욱 큰 불합리를 믿고 살아갈 것이다.
신이 영원히 나에게 열매를 건네고
풀벌레들의 슬픈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한들,
더 큰 결실이 있음을
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