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변이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질문을 던지면 10명 중 9명쯤은 같은 대답을 했다. 테슬라(주식)냐, 비트코인이냐, 부동산이냐 종목만 다를 뿐 같은 대답.
보통 이 화두를 던지면 자신이 고른 종목의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라며 갑론을박을 하다가, 문득 현실을 자각한 저마다의 푸념과 작은 한숨으로 귀결되곤 한다. 그리고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떠올리며 묻는다.
그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라도 대답해주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
야, 그래서 지금은 뭐 사야 되냐?
지난 2년간 영끌, 주린이, 벼락거지 등 재테크 관련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졌었다. 부동산 청약부터 주식, 코인까지. 뭐라도 하나 발을 담그고 있지 않으면 점심시간 대화에 끼어드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였다.
사실 사촌이 땅을 산 것도 배 아파하는 세상에서 회사 동료가 클릭 몇 번에 큰돈을 벌었다는데 부럽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방법마저 간단하니 따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그렇게 나는 100만 원으로 호기롭게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자산이 증식되는 호황기에 시작한 덕에 초기 투자금액은 손쉽게 불어났고, 불어난 돈을 보며콩알만 했던 첫 술이 원통했다. 왜 이렇게 뒤늦게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 왜 학교에서는 이런 걸 안 가르쳐주는 거야 하는 원망, 그리고 뒤늦게 시작한 만큼 더 빨리 벌어야겠다는 탐욕.
21년 3월, 때마침 찾아온 코인 광풍에 이번에야말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 나로선 큰 금액을 호기롭게 대출받아 투자하기에 이르렀다. 이후로는 롤러코스터 장세에 피폐해져 가면서도 '정신적 위자료까지 톡톡히 받아가겠다' 하는 보상심리 때문에 번번이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코인은 진통제 같았다. 분명 아픈 숫자인데,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아픈 걸 느끼지도 못했다. 그렇게 파란불에 무감각해져 갔고, 손절 타이밍마저 놓쳐버린 채 1년을 보냈다.
요즘 주변에서 연일 곡소리가 들려온다.
연초의 엄청난 폭락과 갑작스러운 전쟁 발발 등 각종 예상치 못한 위기를 버텨 낸 사람들조차 최근엔 꽤나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몇 년간 번 돈을 순식간에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익명의 글들이 사내 게시판에 올라오고, 서로가 서로에게 그나마 해 줄 수 있는 위로라고는 '나도 이만큼 잃었다' 외에는 없는 듯하다.
끝을 모르는 하락에 이제는 모두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서려 있다. 이렇게 2년간의 재테크 열풍은 막을 내리고 있다.
모든 직장인의 로망은 이 짤을 쓰고 퇴사하는 것 (출처: 이누야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이 이미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내에서 코인으로 대박 난 직원이 본인 프로필 사진을 이 짤로 바꾸고 퇴사했다는 이야기는 전설이자, 남겨진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이 되었다.
누군가 로또에 당첨되었다고 해서 그 로또 판매점에서 몇천만 원어치를 사는 사람은 없지만, 이 짤을 보고허황된 꿈을 꾸며 본인이 몇 년간 모은 돈을 너무나도 손쉽게 투자해버렸던 사람이 (나 포함) 지난 2년간 너무나도 많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동안 유행했던 것은 재테크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행했던 것은, 재테크가 아니라 '한방에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일확천금의 꿈'이었다.
(출처: 연세대학교 연세공감)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대학축제 시즌이 돌아왔다. 대학축제를 보면 한 일화가 떠오른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화려하게 터지는 폭죽을 보며 사회를 맡은 한 개그맨이 "지금 여러분의 등록금이 펑펑 터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이 뼈 빠지게 번 돈이 그냥 하늘에서 터지고 있습니다"라고 외친 것.
누군가 일확천금을 벌었다면서 모두가 들으라는 듯 폭죽을 터뜨린다면, 그래서 간신히 탐욕을 정리하고 분수에 맞게 투자하려는 내 정신을 흐트려 놓는다면,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외치고 싶다.
지금 여러분의 월급이 쪽쪽 빨리고 있습니다, 개미들이 뼈 빠지게 번 돈을 저 놈 혼자 쓸어가고 있습니다.
갖은 이야기로 실컷 사람 마음 홀려 놓고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면피해버리는 '허황된 꿈팔이'들을 경계하게 된 것이 이번 고액과외를 통해 레벨업한 유일한 스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