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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굴이 Aug 17. 2022

폭우 뚫고 출근 전, 회사로부터 온 문자

재택근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차 사유에 생일파티라고 적는 직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였다.

마성의 키워드인 MZ세대로 세대 갈등을 발한 원문상대로 격렬한 반응을 보 댓글은 언론이 꽤나 좋아할 법한 소재였다. 아니나 다를까 여러 인터넷 신문사를 통해 기사기도 했다.


원문 내용은, 글쓴이 연차 사유에 생일파티라고 적은 직원에게 연차 사유가 이게 뭐냐며 명확하게 적으라고 했고, 그 직원은 이보다 명확한 사유가 어디 있냐며 반문했다는 이다. 글 말미에는 ‘회사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MZ세대들에겐 그게 아닌가 보다’라며 글을 읽는 이들에게 동조를 구한다.


각종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글이 여러 개 파생되고 '연차 사유에 생일파티라고 적는 것이 무개념인가, 그걸 지적하는 것이 꼰대인가'에 대한 자체 설문 진행다.

다행히도 대세는 '애초에 연차는 그 자체로 권리인데 그 사유를 왜 적어야 하느냐'로 귀결되었다. 반박의 여지가 없는 결론이다.


하지만 당연한 사실을 두고도 양쪽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 이유는 아직도 연차 사유를 제출하는 직장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래서 '그것이 당연해진 사람과 더 이상 그러기 싫은 사람'으로 나뉘는 것 아닐까?

사실은 둘이 같은 편인데도.




115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 슬프고 참담한 소식이 연일 가슴을 아프게 하는 와중에도 빗물에 잠긴 차량 위 망연자실 앉아 있는 직장인의 사진 한 장은 각종 패러디를 쏟아내며 잠시나마 피식 웃음을 유발한다. 패러디의 주인공이 된 그의 정장 차림을 보고 있자니 퇴근 중 당한 봉변이겠구나 싶어 괜스레 전우애 엇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출처: 서울신문)

폭우로 인해 도로 위에 꼼짝없이 갇힌 퇴근버스 안에서, 침수된 역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무정차 역을 지나칠 때 보이는 쏟아지는 빗물 등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영상들을 보며 내일 출근을 걱정한다.


인터넷에 소환된 90년대 사진은 직장인의 심경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 홍수가 났는데도 출근하는 그들을 보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막상 내일 아침에 이런 상황이면 어떡해야 하나 싶다.

(출처: 서울신문)


그래도 요즘 세상이 참 좋아지긴 했나 보다.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다음날 아침, 회사로부터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침수 피해 없이 무사히 하룻밤을 보내고

어김없이 출근했던 그날 아침의 일이다.




그날 아침, 회사에서 보낸 문자는 이랬다.


"폭우로 인해 출근이 제한되고 있는 임직원분들께서는 무리하게 출근하지 마시고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율적으로 재택해도 된다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폭우 자체가 출근길을 제한하는 요소요, 빗길 운전은 무리함이 따르는 일이니까.

재택근무 자율었지만 그래도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 메시지를 보냈다.


"부장님, 폭우로 인해 오늘 재택하고자 합니다"


               "피해 발생?"


"피해를 입은 건 아닌데 폭우가 너무 심해서요."


               "그건 쫌 아닌 듯^^

                난 한시간 반 전에 집에서 나왔는데 아직도 서울~"



결국 나는 폭우로 피해를 입지 않은 덕분에 출근할 수 있었고 동시에 폭우로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출근해야 했다.


부장님도 무리하지 않고 이 날만큼은 재택근무를 하면 되었을텐데 왜 굳이 무리하게 출근을 택했을까. 

그래놓고 '나도 출근 중이니 너도 출근해'와 같은 유치함을 내비친 이유는 뭘까.


출근길에 아침 일을 곱씹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피해가 발생했다면 재택근무가 아니라 연차를 써야 되는 것 아닌가? (연차 사유는 폭우로 인한 피해 복구 정도면 충분했으려나) 재택근무의 조건으로 피해를 요구한 부장님이나, 피해가 없으니 출근하라는 부장님 말에 수긍하고 집을 나선 나나 여전히 90년대에 머물러 있나 보다.


사무실에 출근하니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삼십여 년  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회사의  문자는 달리,  문자의 수신인들 아직도 참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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