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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elboso Feb 04. 2021

[플랜트 산업 쉽게 접근하기] 석유 산업의 역사 -4

#4. 석유 패권의 횡포와 폐해 (1) - 강력한 석유 카르텔

지난주까지 3주에 걸쳐서 전달드린 석유 산업의 역사를 통해서 거대 석유 기업이 어떻게 부와 힘을 얻었는지 확인했습니다. 석유산업의 태동부터 역사를 찾아보면서,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원피스의 내용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① 대해적 시대를 시작한 해적왕 Gold D. Roger vs. 석유 산업을 시작한 석유왕 John D. Rockfeller 

② 약한 자는 넘을 수 없는 원피스의 레드라인 vs. 신규 석유 업체는 절대 넘을 수 없었던 레드라인 협정 

③ 정부에 공조하며 약탈을 일삼는 정부 공인 해적 칠무해 vs. 정부의 보호 아래 석유 패권을 장악한 칠자매

해적왕 Gold D. Roger / 칠무해, 애니메이션 원피스


원피스의 작가가 석유 산업의 역사를 참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대항해시대의 해적이나 침략을 일삼는 제국주의 세력들의 모습과 석유 산업의 패권 국가, 거대 기업들의 모습에서 닮은 점을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석유의 패권을 쥔 세력들의 막강한 힘은 본인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고 뱃대지에 기름을 채우는 데 쓰였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거대 석유 기업 카르텔의 폐해와 석유 패권의 국제적인 횡포, 석유 산업 내에서 얼마나 비열하고 치열하게 패권 다툼이 일어났는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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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카르텔과 미국 정부의 관계


아람코를 석유 산업의 맹주로 키우고 영미석유협정(Anglo-American Petroleum Agreement)을 무산시킨 석유 카르텔은 미국 및 영국 정부가 석유 시장을 통제하려는 모든 시도를 막아내고 정부의 역할을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정치/군사적 지원에 한정시켰습니다. 그리고 석유 카르텔은 미국의 반독점법에 의한 처벌을 피하면서 석유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는 대가로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① 석유를 미국 및 동맹국에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② 중동의 미국 우방 국가들에게 재정적 지원

    - 석유 카르텔이 중동의 석유로 벌어들인 돈의 일부(대부분은 석유 카르텔의 몫)를 해당 국가에 지급

③ 중동에서의 석유 패권을 굳건하게 유지


2차 대전이 끝나가는 시점에 칠자매(Seven Sisters)가 아람코의 주인이 되었고,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석유 카르텔의 중동 석유 패권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국제 정치/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소련의 사회주의가 중동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매우 중요했습니다. 석유 카르텔이 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석유 산업과 시장에 한해서는 정부보다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 것입니다.


석유 카르텔의 횡포 


석유 카르텔을 비롯한 미국의 석유 기업들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약 8500만 명이 의미 없이 죽어 나간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벌어들인 엄청난 돈으로 로비 활동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군납 석유로 폭리를 취하는 것은 당연했고, 심지어 스페인을 통해 적국인 독일에 석유를 공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쓸어 담은 돈으로 로비를 하고 다시 더 큰 돈을 버는 선순환(카르텔을 제외한 모두에게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 석유 카르텔은 미국 정부의 묵인과 비호 아래에서 돈이 될 것 같은 기업들은 모두 흡수했습니다. 문어발식 확장에 의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사라지면서 근로자들은 인수합병에 의해 직업을 잃었습니다.


미국 메이저 석유 기업들의 횡포는 해외에서도 자행되었습니다. 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례가 마셜플랜(Marshall Plan)입니다. 

마셜플랜: 제2차 세계대전 후, 1947년부터 1951년까지 미국이 서유럽 16개 나라에 행한 대외원조계획입니다. 정식 명칭은 유럽부흥계획(European Recovery Program, ERP)이지만,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마셜(G. C. Marshall)이 처음으로 공식 제안하였기에 ‘마셜 플랜’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전후 유럽 경제를 되살린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마셜플랜


미국은 전쟁에 의해 경제 전반이 망가진 서유럽의 경제 부흥을 위해 1948년부터 4년간 160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그중 10% 이상의 지원금을 미국 석유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서유럽 석유의 절반을 미국의 5대 석유 메이저가 공급했다고 합니다) 정부가 석유 카르텔의 세일즈맨 역할을 자처한 것입니다. 석유 강매는 중동에서 생산되는 값싼 석유가 미국 시장에 유통되면 석유 카르텔의 수익구조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중동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소비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유럽 시장에 석유를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석유 카르텔만 누릴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취한 폭리입니다. 마셜플랜에 의해 유럽 석유 시장을 지배한 미국의 5대 석유 메이저는 1945년 배럴 당 1.05달러였던 석유 가격을 1948년 2.22달러로 2배 이상 올려 폭리를 취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 석유 메이저의 가격에 대한 횡포를 피하기 위해 독자적인 정유공장을 설립하려 했으나, 미국 석유 카르텔의 로비를 받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서 실패합니다. 마셜플랜은 미국 시민이 낸 세금이 유럽 원조에 쓰이고, 그 돈이 다시 석유 카르텔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정경유착과 부패의 꼭짓점이었습니다.


석유 카르텔의 횡포에 대한 반발


당연히 석유 카르텔의 횡포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탐욕스러운 석유 카르텔에 의해 몰락한 중소기업과 그들에 의해 직업을 잃은 실직자들을 대변하는 노동조합, 거대 석유 기업의 로비에 기생하는 보수세력을 비판하는 진보주의자, 그리고 석유 카르텔의 횡포에 의해 사업이 어려워진 중소 석유사업자들까지 목소리를 모아서 석유 카르텔의 담합을 비롯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소리쳤습니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를 포함한 여러 정부 기관이 미국의 5개 거대 석유 기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가 지난주에도 잠깐 언급했던 '국제 석유 카르텔 (The International Petroleum Cartel)'입니다. 


세계 석유 산업의 현황으로 시작하는 이 보고서는 석유 산업의 탐사부터 생산, 유통,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로 칠자매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되었는지, 거대 석유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합종연횡하여 석유 산업과 시장을 장악했는지, 특히 중동의 석유 산업을 장악하는 과정과 결과는 여러 챕터에 걸쳐서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chapter 4 -> chapter 7) FTC의 이 보고서는 석유 카르텔의 입장에서는 카르텔이 무너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보고서였습니다. 최초 제출된 보고서 내용의 많은 부분이 안보 문제로 삭제되었을 만큼, 석유 카르텔이 석유 패권을 장악하는 과정과 결과가 매우 상세하게 서술되었기 때문입니다. 


FTC 보고서 공개로 타임지에 실린 미국 상원의원 존 스파크맨 (John Sparkman). 1952년 8월


보고서를 대중에 공개하기에는 정부 입장에서도 구린 점이 많았던 당시 미국 트루먼 정권(Harry S. Truman)은 이 보고서의 공개를 꺼렸습니다. 하지만, 상원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장인 존 스파크맨(John Sparkman)의원이 보고서를 언론을 통해 공개하면서 석유 카르텔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보고서가 공개되어 여론이 들끓게 된 이상, 석유 카르텔의 처벌과 몰락은 너무 당연해 보였습니다…


독점 규제 시도의 실패


이런 여론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 정부는 석유 카르텔의 처벌을 두고 둘로 갈라졌습니다. 국무부는 안보를 이유로 석유 카르텔의 담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고, 법무부는 공정 경제를 앞세워 처벌을 주장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서유럽의 경제 부흥을 위해 유가 인상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석유 카르텔에 속한 미국 기업들에게 국제 사회에 대한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요청하면서 석유 카르텔의 담합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석유 카르텔의 독점 및 불공정 거래 행위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처벌하기 위해 트루먼의 승인을 받고 석유 카르텔의 담합 행위를 형사 기소하기 위한 대배심 (일반시민이 재판에 참여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배심제의 한 종류) 구성에 착수했습니다.


안보를 앞세워 석유 카르텔을 비호한 딘 애치슨(Dean G. Acheson) 국무장관. 가운데 콧수염 짝다리가 애치슨


결과는 국무부의 승리였습니다. 국무부는 경제 정의를 구현하려는 법무부에 맞서기 위해 국방부와 CIA를 끌어들여 “안정적 석유 공급=안보” 논리를 강하게 주장했고, 퇴임 직전의 트루먼은 석유 카르텔에 대한 형사소송을 포기하고 민사소송으로 전환시키면서 국무부의 손을 들어줍니다. 하지만, 석유 카르텔은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에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은밀한 요구로 미국 석유 산업의 소관 부서가 공정함에 가치를 둔 법무부에서 안보를 내세워 석유 카르텔의 편의를 봐주는 국무부로 이관되면서 석유 카르텔은 정부의 모든 규제에서 벗어난 초법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결국, 석유 카르텔에 대한 반독점 규제는 아이젠하워 행정부 초기인 1953년 완전히 무산되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석유 수요가 급증했고, 이란의 석유 국유화(정확하게는 이란의 석유 수출에 대한 미국의 봉쇄)로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소련과의 냉전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므로,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석유 메이저를 처벌할 수 없다”는 반공과 안보 논리로 석유 카르텔에게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어느 정부든 반공과 안보는 기득권들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살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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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카르텔과 미국 정부의 간사한 계책과 횡포는 중동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이란의 석유 국유화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Sanction)입니다. 다음 주에는 왜 미국이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는지, 누가 진짜 악의 축인지 전달드리겠습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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