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걱정해 주는 말
참으로 신비롭다.
말이라는 것이.
가족 여행이 아니면 아내와 함께 사진 찍을 시간도 없이 서로를 배려하며 살았다.
암묵적으로 서로를 배려하다가도 충돌도 하며.
나름 애쓴다고 했는데 속상할 일도 많이 있다.
햇살 좋았던 숙소 앞 벤치에서 새로 장만한 카메라를 삼각대에 세우고 오래간만에 둘이 사진을 찍었다.
전날 너무 많이 먹어선지 배불뚝이 아저씨처럼 나왔다.
아내는 나의 불룩 나온 배 뒤에 몸을 숨긴 토끼처럼 카메라를 수줍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내 배를 보며 웃었다.
촬영해서 구도가 좋은 사진들을 취미가 같은 회사 동료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하다 아내랑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게 되었다.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며 아내가 딸인 줄 알았다며 칭찬이 일색이다. 나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고, 둘이서 산책하던 어느 주말에 그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들이 너보고 딸인 줄 알았데~ ㅎㅎ"
그러자 아내가 안쓰런 말로 한마디를 한다.
"우리 남편만 고생해서 빨리 늙었나 보네.." 하며.
요새 감수성이 풍부해져 그런지 살짝 울컥했다.
저 한마디 때문에 내 속 언저리에 쌓인 응어리가 재가 되어 날아갔다.
고작 저 말에 나는 앞으로 갈 힘을 얻었다.
또다시 다투고 서로 마음 상할 일이 있겠지만, 이런 경험으로 다르게 풀어나갈 수 있을 거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