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노력은 지루하다.
꾸준히 노력하는데 나빠지지 않으려는 것인지
더 나아지려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래서 그만둔다.
재미가 없어서다.
그만 두면 바로 녹슬고 낡아져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시절로 빠르게 돌아간다.
일본어를 배우려고 하루에 10분씩 단어와 문장을 연습했다.
가끔 보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물건에 적힌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3달을 하다가 동기부여 실패로 한동안 쉬었는데 본 것 같은 글자도 이젠 읽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일본어를 배워서 실용적인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니 지속하는 것도 어렵다.
이럴 땐 시험이 제격이다.
시험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몇 년간 달리기를 했다.
1년에 2번 정도 대회를 나가는데, 매번 나아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한 동안 어느 지점에 머무른다.
그렇다고 연습하는 것을 쉴 수는 없다.
대회의 기간은 대게 5~6개월 간격이다.
거리를 늘려보고 페이스를 조금 더 빠르게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 관성적으로 밖에 나간다.
기록이 좋아지길 바랐다기보다는 달리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한다.
연습을 하지 않는 날이 많아진다면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 허덕이던 날로 돌아간다.
내 일본어 연습처럼.
지난 일요일, 달리기 대회가 있던 날이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매번 떨리는 건 노력의 지루함을 견뎌낸 내 속마음이 이전 기록보다 낫기를 바라는 것이다.
기록이 좋아지면 기쁜 건 사실이니까.
기대를 안 한 건 거짓인가 싶다.
이것이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지루함을 이겨내면 달콤한 보상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달리기 대회를 나가서.
다만 그 노력이라는 시작을 하기 전에는 달리기 대회를 나갈 수 없다.
지루함을 느낄 수도 없다.
시작해야 한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거나 하고 싶은 것이었는지 생각 하지 말자.
나의 달리기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첫 대회 나가기 전 3개월 동안 뭐 하는 건가 싶었다.
재미있었던 부분 하나는 쉬지 않고 뛰는 거리가 늘어난다는 성취뿐이었다.
대회는 신청했고, 한 번만 나가보고 결정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대회 날 11킬로를 느리지만 끝까지 완주했다.
이건 너무 재밌다,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생겼고 3년간 유지하고 있다.
매년 그 보상을 생각하며 지루함을 견뎌내고 있다.
일단 해보자.
해보고 한 번의 보상을 받아보자.
계속해야 할지는 그때 해도 늦진 않다.
그때까지 얻은 것도 참으로 이롭다.
꾸준함, 노력은 지루하다.
확실한 보상 설계를 해보자.
한 번 보상을 받아보고 더 나아갈지 다른 일을 벌일지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
그 보상이 달콤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을 견딘 경험은 다른 것을 시작하게 해주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