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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대발 Oct 27. 2020

캠핑장에서 쓰는 짧은 글

문득 그 날의 행복한 모습이 떠올랐다.

친구들을 따라 다녀왔던 여름 캠핑을 시작으로 '캠린이'가 됐다. 날이 추워지기 전에 캠핑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본적인 장비들도 구매하고(기본인데 필요한 게 참 많네) 본격적으로 가볼까 했지만 캠핑장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였다. 다행히 이번 주말에 금손 아내 덕분에 예약하기 어렵다는 도심 캠핑장에 다녀왔다. 요즘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생각 정리를 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의 캠핑이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써볼까나


캠핑 와서 여유롭게 글을 쓰고 있자니, 문득 지난번 양평으로 캠핑을 다녀왔을 때 인상 깊었던 모습이 떠올랐다. 헬리녹스 체어 세 개가 나란히 있었고 아빠, 딸, 엄마 순서대로 앉아 있었다. 아빠는 의자에 기대 노트북으로 작업을, 딸과 엄마는 간식을 먹으며 여유 있게 자연의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이 가족은 의자에 앉아있는 내내 서로 대화하고 꺄르르 대며 웃었는데, 나와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그 가족의 행복한 기운이 느껴졌다. 너무 보기 좋았다. 나의 몇 년 뒤의 모습이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에 그림을 그렸다.


아주 맛있는 점심이었다.


텐트를 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것도 아주 맛있는. 아내는 텐트 안 따뜻한 온수매트에서 쉬고 있고 난 여유 있는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방금 아내와 같이 생각한 것 '행복 별거 없구나. 이게 행복이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본 문장이 떠오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우는 것은, 행복은 작고 소중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행복은 아름다운 노래의 음들 몇 개로만 이루어져 있다. 따뜻한 색깔의 책 한 권으로 족할 때도 있다. 어떤 때는 스쳐 지나가는 음식 냄새로, 어떤 때는 고양이나 강아지의 코를 부비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할 때가 있다.

<문장 수집 생활>에 소개된 파비오 볼로 <내가 원하는 시간> 중에서



캠핑을 오는 이유, 굳이 무언갈 하지 않아도 가만히 있어도 힐링이 된다. 이렇게 두서없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좋네.(조금 춥지만)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겨울에도 몇 번 더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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